▲ 김진희 서울 신상계초등학교 교사

스승의 의미

오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나에게 이날은 마음이 겸손해지는 날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수많은 스승님이 떠오르고, 또 내가 만났던 수많은 제자를 떠올리며 나는 어떠한 스승일까를 돌아보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홍익교원연합 선생님들과 매년 진행하는 ‘스승의 날, 영혼의 선물주기’를 소개하겠다.

스승이란 ‘스스로 서도록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그런 스승이 되고 싶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 모두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닫게 해주고 싶다. 능력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아이들 저마다 행복해지도록 돕고 싶다. 그래서 스승의 날이 되면 이런 나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편지를 쓰고, 의미를 담은 선물을 준비한다.
 
어떤 해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나 생각들은 지우고 나의 가치를 스스로 쓰라는 의미를 담아 ‘지우개 달린 연필’을 선물했다. 어떤 해는 ‘향초’를 선물하며 세상을 밝히는 향기 나는 사람이 되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또 여러 색깔이 함께 있는 ‘색볼펜’을 선물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가능성이 내 안에 다양하게 있음을 기억하라고 말해주었다.
 
올해는 어떤 의미를 담은 선물을 준비할까? 몇 달 전부터 고민하다 보면 나의 마음은 겸손해지고 감사함으로 채워진다. 부족한 아이, 나를 힘들게 하는 아이, 우리 반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라는 아이를 위해 편지를 쓰고 선물을 포장하다 보면, 우리 만남에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처음엔 “스승의 날인데, 왜 선생님이 선물을 주세요?”라며 의아해한다. 하지만 편지를 읽고 난 아이들이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진심이 담겨있어 나의 가슴도 뭉클해진다. 
 
아이들은 선물에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선물에 담긴 선생님의 진심과 정성에 감동한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라는 메시지는 아이의 삶에 평생 잊혀 지지 않는 가르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아이를 기른다
 
진정한 인성교육은 교사가 먼저 행복한 교사가 되는 것이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아이들을 기른다고 믿는다. 그런데 교사는 언제 행복할까? 삶의 진정한 목적을 알려주는 스승이 되겠다는 마음이 안에서 우러날 때, 교사는 진정한 존재가치를 되찾고 행복해진다. 아이들에게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교사는 가슴 뿌듯해지고 당당해진다.
 
“우리 뇌는 선택하면 이루는 힘이 있단다. 그런데 모두를 이롭게 하겠다는 선택이 그 힘을 깨우는 열쇠다. 홍익의 꿈을 가지렴. 너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스승다워질 때 교사는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행복해진다.
 
폭력을 일삼던 아이도 뇌 안에 피해의식이나 이기심이 아닌 홍익의 정보가 중심에 자리 잡게 되면 태도가 달라진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 일어나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 
 
아이들에게 “괜찮다. 가슴을 활짝 펴렴. 저 빛나는 태양도 흑점이 있잖니? 흑점에도 불구하고 태양은 밝고 환하게 세상을 비추어 준단다. 네 안에도 태양처럼 밝은 마음이 있다. 널 믿으렴.” 이라고 말해주고 양심을 깨워줄 수 있는 교사가 스승이다. 
 
스승 되기를 선택하는 일,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들이 좋은 사람으로 바르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는 교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희망이다. 대한민국 전체 교사가 지금 당장 스승 되기를 선언할 수 없어도 3%, 아니 1%의 교사라도 스승 되기를 선택하고 몸으로 실천한다면 분명 우리 교육은 바뀔 것이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아이들과의 소중한 만남을 의미 있게 하는 선물을 준비하자. 아이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려주는 편지를 정성껏 써보자. 마음을 나눠주는 일, 그것을 교사가 온몸으로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