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많지만 스승은 없다. 학생은 있지만 제자는 없다. 지식은 가르치지만 인생은 못 가르친다.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지난 2009년부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진행하는 ‘교원인식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교사의 직업 만족도는 매년 하락하고 있다. 지식만 오가는 관계 속에서 교사로서 자부심이나 보람은 사라져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교사가 ‘스승’이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난 16일 아이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스승이 되겠다고 선언한 교사 3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줄탁동시(啐啄同時), 이들은 병아리가 알 속에서 나가고자 애쓸 때, 알 밖에서 부리로 함께 쪼아주는 어미 새가 되기로 다짐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교원 연수에서 교사가 질문하고 있다. 담임교사 1명당 5~6명 학생을 맡고 있는 이들은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학부모 관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질문하고 또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의 부산∙울산∙경남지역 교원연수가 지난 16일 부산에서 열렸다. 지난해 27명의 1기 학생에 이어 올해 460명의 2기 학생을 지도하는 부산∙울산∙경남의 김지은 권역교감과 교육부장교사, 담임교사 등 30여 명이 모였다.

흔히 생각하는 교원 연수와는 달랐다. ‘어떻게 해야 학생들의 학습능률을 높일 것인가’, ‘학교 폭력 예방법’과 같은 이야기는 없었다. 대신 ‘어떻게 아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찾게 할 것인가’, ‘아이의 성장을 위해 어떤 환경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한 강연과 토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김나옥 교장은 헬렌 켈러의 스승 ‘앤 설리번’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앤 설리번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헬렌 켈러에게 잃어버린 감각 대신 배움의 능력을 알려줌으로써 헬렌 켈러에게 잠재된 무한한 가치를 이끌어낸 스승”이라며 “헬렌 켈러가 설리번 선생님을 만난 날은 어둠 속에 있던 헬렌 켈러의 영혼이 다시 태어난 ‘영혼의 생일’”이라고 말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나옥 교감이 16일 벤자민학교 교원 연수에서 교사의 사명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 교장은 “벤자민학교 선생님 역시 아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알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스승이 되어주길 바란다”며 “그러려면 아이들보다 먼저 벤자민학교의 선생님이 자신의 삶의 가치를 알고 영혼이 깨어나 ‘인성영재’가 되어야 한다. 벤자민학교에서는 교사도 학생도 모두 인성영재가 된다”고 전했다.

삶의 가치와 꿈, 희망을 키우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벤자민학교에 대한 교사들의 자긍심도 대단했다. 벤자민학교 경남학습관 주보경 관리교사는 “입학한 지 2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시키는대로만 해오던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벤자민학교만의 커리큘럼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교사인 나도 성장하기 위해 1년의 목표를 정해 아이들과 공유했다. 학생과 부모, 교사 모두 성장하는 1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교원 연수에서는 국내 최초로 구축한 학사관리시스템(LMS)에 관한 설명도 이뤄졌다. 사이버대학교 수준의 온라인 학사관리시스템을 가진 벤자민학교는 온라인에서 양방향 화상시스템, 스마트러닝, 전국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활동, 체험 활동 상황 등을 공유한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아이들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스승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교장은 “많은 아이들이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안에서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이제 돌려줄 때가 되었다. 벤자민학교가 그 희망”이라며 “모든 아이를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인재로 성장시키는 것이 바로 벤자민교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벤자민학교 교원 연수는 17일 충청∙전라권, 24일 대구∙경북권에 이어 오는 5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벤자민학교는 고등학교 최초로 ‘완전자유학년제’를 표방하는 미래형 대안학교로 지난 2014년 3월 개교했다. 1년간 시험이나 성적 평가 없이 세상을 학교 삼아 다양한 직업 체험과 봉사활동, 사회 참여활동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인성영재를 양성한다. 벤자민학교는 오는 5월 말 개교하는 서울교육청의 ‘오디세이학교’의 모델이기도 하다.
 

글/사진. 강만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