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30대 아들과 딸이 아버지를 살해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범행을 만류하는 어머니까지 죽이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남매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맞고 자란 기억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은 10여 전 집을 나가 살다가 생활이 어려워지자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그 같은 일을 벌였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발생한 이 사건이 일으킨 충격이 컸다. 가족폭력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니….
정부가 가정폭력을 4대악으로 규정해 근절에 나섰지만, 가족 간에 벌어진 끔찍한 사건사고가 거의 매일 일어난다. 가족의 형태와 역할이 변하고 있는데 사고방식은 바뀌지 않아서 생기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교육내용이 지식을 쌓는데 치중하여 바른 마음을 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기본법에는 ‘홍익인간’ 교육이념으로 하였으나 실제 교육은 1점이라도 성적을 올리려는 경쟁위주로 돌아간다.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까지 삼대가 오순도순 살았던 대가족에서 부부와 자녀만으로 된 핵가족으로 급속히 변한 우리나라 가족. 이 가족도 더욱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부부 2인 가족, 한부모, 조손, 다문화가족, 1인 가족, 새터민 가족. 과거와는 다른 가족 형태가 빠르게 나타나는데 이에 관한 사회인식이나 정책 등을 뒤쫓기에 바쁘다. 이런 상태에서는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을 하기가 어렵다.
1인 가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데, 가족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에도 적지 않게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 시도편 2010~2035’ 자료를 보면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415만3000가구)이지만, 2035년이면 34.3%(762만8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65세 이상 노령 인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율이 크게 늘어나 ‘고독사’도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혼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것도 심각하다. 통계청의 ‘2014년 혼인·이혼통계’를 보면 2014년 혼인율이 2004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5500건으로 2013년 대비 1만7300건(5.4%p) 감소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는 32.4세, 여자는 29.8세로 2013년 대비 각각 0.2세 올랐다. 1995년 이후로는 4세가 늦게 결혼하는 것이다.
이혼율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되지만, 중고령 이혼이 많아지는 것도 가족 행복에는 적신호다. 2014년 평균 이혼연령은 남자 46.5세, 여자 42.8세로 전년보다 각각 0.3세, 0.4세 올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4.9세, 4.7세가 상승했다. 혼인한 지 20년 이상 된 부부 이혼이 28.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혼인한 지 30년 넘게 살아온 부부의 ‘황혼 이혼’은 1만300건으로 전년보다 10.1% 증가했다.  가족 해체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기대나 역할도 달라지고 자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부 간에도 그 기대와 역할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인성을 회복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특히 가정의 중심인 부부가 먼저 인성을 회복하여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가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쁨을 더하도록 해야 한다. 부부의 무관심과 불화는 자녀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제 가정마다 가족의 의미를 새기고 가족 간에 좀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 가족이 소중한 만큼 그 소중함을 서로 나누어 키워나가야 한다.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배우는 자가 몸과 마음을 닦았으면 가정생활에서 윤리를 다하여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공순하여 한 몸 같이 보며, 남편은 온화하고 아내는 양순하여 예의를 잃지 말며, 바른 도리로써 자녀를 교육하되 애정으로 총명이 흐려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오늘날에도 실천할 가치가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