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에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다. 이와 관련하여 세 가지를 짚어 보려 한다.

첫째, 충(忠)이 빠진 인성 교육은 얼빠진 인성교육이다.
 
인성교육진흥법안(法案) 제2조(정의) 2항에 핵심 가치, 덕목에 대해 명시된 내용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2. ‘핵심 가치·덕목’이란 인성교육의 목표가 되는 것으로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가치 또는 덕목을 말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우리는 충(忠), 효(孝), 예(禮)를 마치 한 단어처럼 인식해왔다.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글자들이다. 국학원은 효(孝), 충(忠), 도(道)라고 표현을 하고 있는데, 도(道)와 예(禮)는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군신(君臣) 간의 도(道), 부자(父子) 간의 도(道), 부부(夫婦) 간의 도(道) 등은 예(禮)로 대치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인성교육진흥법안을 보면 의도적으로 충(忠)을 제외했다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효자(孝子) 아닌 충신(忠臣) 없고, 충신(忠臣) 아닌 효자(孝子)가 없다”는 점에서 효와 충은 같은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충을 제외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충(忠)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생각에서 제외했다면 그 사람은 인성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학원은 35년여 이상 인성교육을 했다. 홍익인간 철학을 바탕으로 이 나라의 모든 학생과 젊은이들, 공직자, 군인, 경찰, 기업체 임직원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효(孝)란 가문(家門)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다. 개인 자존감(自尊感)의 시작이다. 충(忠)이란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다. 민족 자긍심(自矜心)의 시작이다. 도(道)란 하늘마음이 사람마음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하늘마음이 사람마음으로 내려오는 데 걸림돌이 되는 돈, 권력, 명예, 욕심 등 장애물들을 깨끗이 쓸고 닦아서 온전하게 하늘마음이 우리 사람마음으로 내려오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도(道)는 ‘닦는다(=수행修行)’고 표현한다. 
 
자신 안에 내려와 있는 하늘을 공경하는 마음이 있으면 다른 사람 안에 있는 하늘도 공경하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니, 그것을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고 한다. 이것은 고금(古今)의 성인들이 말씀하신 것이다. 
 
따라서 충(忠)을 제외한다는 것은 정체성이 없는 인성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얼빠진 인성교육이 되는 것이다.
 
이 나라의 인성이 왜 망가졌는가? 어쩌다가 인성교육을 법으로 강제하기에 이르렀는가? 500여 년의 중화사대주의와 35년여의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무분별한 외래문화와 철학의 유입을 거치면서 우리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가 말살되고 왜곡되었다. 그 결과 우리 문화와 철학이 폄훼(貶毁)되고 잊히면서 전통가치가 사라지고, 개인자존감과 민족자긍심이 사라진 것이 그 이유이다.  
 
둘째, 인성회복운동은 어른부터 해야 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하겠다고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었는데, 정작 인성회복은 어른들이 더 시급한 것이 아닌가? 세월호 참변은 어른들의 인성파괴, 양심 불량에 근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21세기에 감히 국민들을 가르치겠다는 망발을 하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월호 참변 이후 이 나라의 모든 학생이 우리 어른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한번이라도 있다면, 학생들 인성이 문제라고 법을 만들고, 외치는 것이 얼마나 낯 뜨거운 일인지, 몸이 뒤틀린다. 충(忠)이란 스스로에 대한 충(忠)으로부터 시작한다.
 
셋째,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능력을 제거하는 교육을 멈추어야 한다. 
 
세월호에서 “가만히 있어라”는 말에 갑판에 있다가 객실로 들어가서 가만히 있었던 학생 모두 참변을 당했다. 이것은 우리 교육의 맹점이 현실 속에서 나타난 것이다. 학생들은 배가 점점 더 기울어 가는 위험 속에서도 어른들이 알아서 구해 주기를 끝까지 기다렸다. 배가 너무 기울어 스스로 움직이려 할 때는 이미 때가 늦어 버린 것이다. 산소가 점점 희박해지는 배 안에 갇히고 물 속에 잠겨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우리 모두 무슨 변명을 하랴!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것을 멈추어 버린 우리 아이들! 통탄할 일이 아닌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지나갔건만 우리는 지금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학원은 주말이면 전국 곳곳에서 인성교육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많은 분이 대한민국 인성회복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휴일에도 열심히 교육에 임하는 분들을 보면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확신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성인과 부모가 인성교육강사가 되면, 우리나라는 분명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옳을시고 대한민국(얼씨구)!, 좋을시고 대한민국(절씨구)!,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 이병택 국학원 교육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