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클릭" 하늘과 통하는 문을 지나 天地人을 품은 삼족오를 만나다)에 이어...


하늘의 전령인 삼족오의 환영을 받으며,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드디어 국학원의 전모가 드러난다.

땅을 닮은 네모진 바탕에 하늘을 닮은 푸른 청기와.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이다. 국학원 본관은 하늘, 땅, 사람을 바탕으로 한 원방각 디자인으로 누구나 편한 듯 엄숙하고, 다정한 듯 신령스러운 건물이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마치 하늘과 땅에 안기는 마음으로 밝은 빛 가득한 로비로 들어선다. 한민족 역사문화공원의 모태인 국학원 로비에는 국학이라는 우주의 모든 것이 알알이 펼쳐져 있다.

▲ 영적인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은 국학원의 로비에서 우주의 생명의 본질인 율려를 느낄 수 있다.

전면 중앙에는 모두를 살리는 한민족의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철학을 상징하는 웅장한 황금색 천부경(天符經)이 전면 가득히 새겨져 있다.

천부경은 약 9천 년 전인 환인천제 시대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왔다. 백두산 신시에 터를 잡은 환웅천제시대인 약 6천 년 전부터는 한민족의 고유문자인 녹도문자로 교육됐다. 다시 약 천백여 년 전, 통일신라의 대학자 최치원 선생(857-?)에 의해 한자로 번역되면서 현재까지 사라질 고비를 겨우겨우 넘겨 어렵게 전해져 왔다.

천부경은 하늘에 부합되는 경전, 즉 하늘을 꼭 닮은 경전이다. 우주의 생성, 진화, 소멸, 그리고 인간완성의 원리, 대립과 경쟁의 이원론적인 세계관을 극복할 수 있는 조화와 상생의 영원히 살아 굽이치는 철학이다. 천부경은 모셔야 할 신(神)도, 말하는 사람도 없이 단 81자의 숫자로 우주의 모든 것을 무심하게 알려주고 있다.

“모든 것은 하나에서 시작해서 하나로 끝이 나며, 그 하나는 시작도 끝도 없다. 모든 것은 하나이다”라는 뜻이 그 전부이다. 그러므로 천부경은 한민족만이 아니라 인류의 가장 오래고 가장 훌륭한 정신적인 자산이며 세대에서 세대로 귀하게 전해야 할 유산이다.

천부경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천부경, 삼일신고를 친히 적은 ‘독립군 수첩’이 있다. 100여 년 전, 나라를 잃은 ‘독립군’들은 낮에는 총을 들고 목숨 걸고 국토를 지키고, 밤에는 희미한 ‘우둥불’ 아래에서 붓을 들고 국혼을 지키려고 한민족의 철학을 공부해 왔던 것이다.

▲ 독립군 수첩 - 故 김정로 옹의 아들 김성식님이 국학원에 기증한 것이다.

천부경의 오른쪽 유리 상자 안에 어린아이의 손바닥만 한 작은 수첩이 전시되어 있다. 독립군의 것이다. 우리의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익혀 국혼을 잇기 위하여 목숨이 오가는 전장 터에서도 늘 가슴에 품었던,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귀한 수첩이다.

천부경의 왼쪽에는 지금 막 동화에서 나온듯한 친근한 모습의 단군 할아버지가 입장객들을 영원히 새로운 진리의 세계로 안내한다. 천부경 아래는 국학원의 상징인 황금색의 둥그런 삼족오 마크가 새겨져 있다.

왼쪽 벽에는 백두산에서 피어나는 한민족의 신령스러운 인간완성의 기운이 전 세계로 퍼져가는 그림이 걸려 있다. 이 그림은 필자가 단기 4329년(서기 1996년) 백두산을 올랐을 때 느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국학원 로비는 우주 생명의 살아있는 축도(縮圖)이다. 우주 생명의 축도는 곧 ‘나’가 아닌가. 이제 진정한 ‘나’를 찾아 왼쪽 입구로부터 ‘천지인 관’으로 들어가 보자.
 

(사)국학원 상임고문, 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