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는 토요일, 11월22일. (사)우리역사바로알기 현장학습하는 날에 비가 오기는 처음이다. 오후에는 그치리라 믿고 현장학습 장소인 국립민속박물관으로 갔다.  비가 내리는데도 한 명도 취소하지 않았다. 77명! 전원 참석. 우와! 절로 마음이 들떠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현장학습을 시작했다.

경복궁 옆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은 실내전시장 1, 2, 3관과 야외전시장, 어린이박물관으로 되어 있다. 먼저 1관 한민족 생활사 전시장으로 간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우리민족 생활사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신석기 시대 대표적인 유물인 빗살무늬토기. 왜 끝이 뾰족할까? 아이들은 이런저런 상상을 해본다. 강가에 주로 살아서 모래에 파묻어 사용했다는 설명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이 여럿 모여 있는 곳을 가보니 비파형 동검과 세형동검 앞이다. 청동기시대 대표적인 유물로 고조선 강역을 알려주는 중요 문화재이다.  고조선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넓은 땅과 건국 철학인 홍익인간 사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눈을 반짝인다. 오라, 기특하다. 

▲ 가마 타고 시집 가던 옛 결혼식을 강사가 설명하자 아이들이 귀를 쫑긋하며 듣고 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앙부일구, 측우기, 천상열차분야지도 등을 보며 아이들은 우수한 과학기술을 보유한 민족임을 자랑스러워했다. 특히 현존 세계 최고 목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 팔만대장경, 직지심체요절 등 인쇄기술이 발달한 나라이며 이러한 문화유산은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이라고 알려주니 아이들은 뿌듯해했다. 지식을 나누었던 선조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배워서 남 주자는 이야기에 그러겠노라고 다같이 다짐했다.

1876년 개항으로 서구 신문물이 들어오며 우리의 의식과 삶의 방식도 많이 변화 되었다. 30~40년 전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에서 아이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이런 거 할머니 집에서 봤어요”, “연탄불에서 라면 끓여봤어요?” 계속 되는 질문들과 아이들의 이야기에 와글와글. 함께 참석한 학부모들도 60~70년대 어릴 적 보았던 옛 물건들,  장식장 안에 있던 흑백 텔레비전, 까만 교복과 책가방 등을 보며 아이들에게 추억을 이야기해주는 모습이 정겨웠다.

▲ 선풍기, 에어콘이 없던 시절, 더위를 어떻게 피했을까? 아이들은 조상들의 여름나기 지혜를 배웠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예전의 추억을 뒤로 하고 2관 한국인의 일상관으로 이동하였다. 계절별로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통해 선조의 지혜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입구에 장승과 솟대가 서 있다. 어릴 때 장승을 보고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의미를 몰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해설하려는 내용을 학생들이 되레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저거 마을의 수호신이에요" 라며... 그 의미를 알고 좋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불필요한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지 않게된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계절별로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또한 잘 활용하며 지혜롭게 살아간 모습을 보았다. 특히 모내기철 힘든 농사일을 두레, 농악 등과 같이 협동하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에서 함께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더위를 시원하게 나는 여러 물건들 등거리, 토시, 죽부인 등을 보며 조상의 현명함도 느끼게 된다. 겨울의 김장김치는 여럿이 같이 만들고 나누어 먹는 것으로 유네스코무형유산에 등재된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이라고 하니 부모님 김장하실 때 꼭 돕겠다고 다짐한다.

▲ 돌잔치를 통해 모두의 사랑을 받고 태어나고 자란 나 자신을 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2관을 끝으로 기다리던 점심시간. 여전히 내리는 비를 피해 건물 계단 밑으로 모여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옹기종기 모이니 더욱 정이 들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퀴즈시간에 맞추려고 오전에 배운 내용을 열심히 복습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귀엽다.

▲ 현장학습에 참가한 학생들이 온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접시돌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점심시간이 끝날 즈음 다행히 비가 그치고 다같이 모여 뇌체조 5단계와 재미있는 손유희를 노래와 함께 배워보았다. 마지막은 접시돌리기로 온몸 스트레칭도 하며 오후시간을 준비했다.

▲ 아이들은 상여를 보며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를 생각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오후 시간은 3관 한국인의 일생 관에서 시작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의 의례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신혼방의 풍경인 원앙금침도 보고 이기가 태어난 집의 탯줄도 보고 돌상도 보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려본다. 그중 특이한 것은 천인천자문. 아이가 태어나면 1천명의 사람들에게 천자문 중 한 자씩 쓰게하여 만든 천자문 책으로 돌을 맞이한 아이의 돌상에 놓는 것이다. 그 당시에도 높은 교육열과 자식사랑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생명을 축복해준 1천명의 사람들. 그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한 인간이 성장함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조선시대 교육을 보며 인성을 중요시 했던 조상들을 알 수 있었다. 지식만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도리와 자세에 대해 배우고 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닦았던 모습에서 지금의 경쟁적인 학습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나라사랑 현장학습을 마무리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성인식인 관례를 시작으로 혼례, 상례, 제례로 마무리 되는 인생의 여정을 따라 전시물을 관람했다. 환갑잔치 모형 앞에서 아이들은 동시에 외쳤다. 칠순잔치! 요즘은 환갑잔치를 거의 안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모두 칠순잔치라고 대답했다. 미래의 전시관에는 칠순잔치도 아니고 100세 잔치 모형이 있지 않을까!

우리조상들의 지혜와 협동정신. 그리고 효사상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장학습에 왔던 친구들 마음속에 삶을 성실히, 지혜롭게 살아간 우리 조상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가득 하길 바랐다.  다음 주에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대하며 이날 현장학습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