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가 붕괴된 것은 학문적으로 된 것이 아니다. 한 마디로 가치관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자주적 가치관의 수립, 민족주의사관이 선순환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부정부패도 사라진다.”

지난 13일 김동환 (사)국학연구소 연구원(전 한신대 교수)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제8차 한민족원로회 미래포럼(공동의장 이수성, 김동길)에서 ‘국학과 역사 - 우리의 올바른 국사를 말하다’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김 연구원은 강연에서 ‘해방 후 한국 민족주의사관 붕괴의 구조적 배경’으로 사상적∙조직적∙인맥적 구조 3가지를 예로 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사상적 구조로 유교적 중화주의(儒敎的 中華主義), 신도적 황국주의(神道的 皇國主義), 매국적 친일주의(賣國的 親日主義)를 꼽았다.

▲ 김동환 (사)국학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13일 제8차 한민족원로회 미래포럼에서 국학과 역사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 연구원은 유교적 중화주의는 조선조의 국시(國是)로, 소중화주의(小中華主義)의 이념적 틀이자 중화사관(춘추사관, 春秋史觀)의 바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다. 중국 외의 것은 다 오랑캐다. 외세와의 대립관계에서 자기를 높이고 남을 낮추는 것이 중화사상의 기본적인 틀”이라며 “우리 전통사회에서 역사 정신을 지배한 것이 바로 이 유교적 중화주의”라고 지적했다.

신도적 황국주의는 명치유신(明治維新)의 정신적 근간으로, 탈(脫) 조선, 탈(脫) 중국의 배경 이론이라고 했다. 이는 조선침략의 실질적 배경으로 황국사관(식민사관)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매국적 친일주의는 노예근성을 대물림한 것이라며, 현실타협을 정당화하고 민족정기를 붕괴시킨 사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근대역사학의 성립, 식민주의사학의 학문화, 일제관학(官學)의 제도화 등의 관점에서 바라본 조직적 구조, 민족주의사학∙식민주의사학∙해방 후 주류사학 계열 등으로 풀어낸 인맥적 구조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식민주의사학은 독일 실증주의 역사학의 선구자였던 랑케의 사관을 답습해 이를 침략적 도구로 변형한 것이다. 식민주의사학은 역사학이 아니라 정치학이다. 역사학은 귀납적 학문이지만 식민주의사학은 연역적 학문이다. ‘조선을 일제의 식민지로 만들라’는 대전제 하에 사료를 모아 만든 것이다. 일본의 철저한 정치적 계략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 김동환 (사)국학연구소 연구원(전 한신대 교수)

김 연구원은 민족사관은 이런 중화사관과 식민사관에 도전하면서 격렬하게 투쟁한 저항사관이라고 했다. 단군을 긍정적으로 인식한 허목과 이종휘를 비롯해 민족사관의 세 봉오리인 김교헌, 박은식, 신채호, 국사찾기협의회의 문정창, 안호상, 임승국, 박시인 등 민족주의사학 계열의 사람들을 예로 들며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민족주의사학은 비주류사학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이 정통역사학이다. 진정한 민족사학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현장이다. 해방 후에는 완전히 붕괴가 됐다. 신채호, 박은식, 김교헌은 고구려, 발해, 고조선 등 역사의 현장을 직접 답사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이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관성, 비학문성으로 매도됐다.”

김 연구원은 “우리의 눈을 멀게 했던 중화주의적 역사관을 벗어나는 한편 우리 역사를 난도질한 일제 식민사관의 흔적을 씻어내야 한다”며 “보다 분명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터에서 과거를 부단히 직시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실체적 접근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의 방향성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민족원로회는 정치, 경제, 교육, 법조, 언론, 문화 등 각 분야 100여 명의 원로로 구성되어 있다. ‘한민족원로회 미래포럼’은 격월로 홀수달의 제2주 목요일에 정기적으로 열린다. 대한민국의 동∙서, 남∙북의 분열, 대립, 빈부, 노소, 정파 간의 양극화 등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제안을 하고자 마련됐다.


글/사진. 이효선 기자 sunnim03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