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광주에서 유일하게 단군왕검의 영정과 위패가 있는 단성전(檀聖殿)을 찾았다. 

성전은 5·18기념공원에 있다. 숲길이 잘 조성되어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입구에서 10분 거리라 멀지도 않았다. 이어 많은 계단이 보였다. 한 계단씩 오르다 보면 건물의 옥상에 오르는 기분이다. 단성전은 마치 옥탑처럼 단칸에 불과했다. 규모가 6.6㎡(2평)밖에 되지 않는다. 
 
자료를 찾다 보니, 단군전은 하나가 아니라 2곳이었다. 그 중심에 의재 허백련 선생(毅齊 許百鍊, 1891〜1977)이 있었다. 한국 남종화의 대가로만 알려진 의재는 왜 단군전을 세우고자 했을까?
 
▲ 광주시 서구 5.18기념공원 내 단성전(사진=윤한주 기자)
 
단군은 국조 vs 조작된 신화
 
의재 허백련 선생은 광주의 유지와 손을 잡는다. 무등산에 남아있는 천제단에 단군신전을 세우자는 것이다. 의재는 1969년 신전건립을 위해 39점의 역작을 헌납했다. 뜻있는 사람들의 기금 7백만 원도 생겼다. 그해 10월 3일 개천절에는 1만 평의 부지에 기공식을 했다.
 
의재는 동아일보(1973년 9월 26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민족혼을 찾아야 한다”며 “조상부터 이어온 삼신, 단군선조에 대한 얼을 찾기 위해 내 마지막 힘을 바치겠다."라고 말했다.
 
당시 허련 전남도지사(1973~1975) 재임 기간에 무등산 단군신전 건립사업은 범 도민 차원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신전 건립을 두고 기독교인들이 우상숭배라고 들고 일어났다. 신도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립반대 신도대회를 벌이기도 했다.
 
정규오 목사(단군신전건립반대위원장)은 "조작된 신화의 인물인 단군의 신전건립은 조국 근대화에 역행되는 처사며 국고보조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무등산 단군신전 건립위원회(위원장 이은상)는 "과거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단군은 날조된 인물이라고 주장하던 것과 조금도 다름없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위원회 김상기 교수는 "단군은 과거 조정에서도 제관과 향을 보내 거족적 행사로 지원하기까지 했는데 기독교인들이 이제 '선진국 잘사는 나라는 미신 우상이 없으며 하느님만 섬기는 기독교국가'라고 하는 주장은 자주를 잃어버린 노예근성의 발로"라고 비난했다.(경향신문 1970년 2월 25일)
 
1천 5백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던 이 계획은 허 지사의 퇴임과 의재의 와병으로 중단되고 만다. 성사됐다면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단군신전이 역사로 남았을 것이다.
 
▲ 광주시 서구 5.18기념공원 내 단성전(사진=윤한주 기자)
 
교회, 사찰, 향교 그리고 ‘단성전’
 
그렇다면 ‘단성전’은 어떻게 세워진 것일까? 
 
5.18공원은 원래 상무대(尙武臺)가 있던 자리다. 육군의 군사 교육과 훈련을 맡고 있었다. 단성전은 1972년 송호림 장군(宋虎林, 1923~1996)이 상무대의 수도탱크 위에 건립했다. 군인들의 참배 장소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송 장군은 단성전을 비롯해 사찰(무각사), 교회, 향교도 세웠다. 
 
송 장군은 전주 태생으로 일본 와세다 대학 재학 중에 태평양 전쟁이 종전되어 귀국했다. 이어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다. 한국전쟁 당시 옹진반도에 주둔한 17연대 2대대장으로 활약했다. 이후 5.16 군사정변에 성공한 후 군정기에 전남지사를 지냈다. 1973년 육군 중장으로 예편했고 제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공직에서 물러나서 천주교인으로서 신앙생활에 전념했다. 하루에 2시간씩 전쟁터에서 죽은 장병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이후 상무대는 1994년 전라남도 장성군으로 옮겼다. 정문이었던 자리에 표지석이 남아있다. 이후 단성전은 군인이 아니라 시민의 품으로 돌아갔다.
 
1998년부터 민간 차원에서 개천절 행사를 이어갔다. 2004년에는 단성전 중건을 목적으로 삼명회를 조직한다. 2007년 사단법인 국조숭모회가 설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국조숭모회는 단성전 중건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광주시에 물탱크를 헐고 그 자리에 중건하자고 수차례 건의를 올렸다. 그러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 단성전 찾아가는 방법 
: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1268 5.18기념공원 안에 있다. 광주 시내버스나 전철(운천역)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062-376-5197  (약도 클릭)
 
글. 사진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