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이 갑오년이다. 그러나 우리는 갑오년의 악몽을 잊고 있다. 120년 전인 1894년은 갑오농민전쟁이 일어나고 일제가 청일전쟁을 도발하기 전 경복궁을 점령하여 일제침략을 시작한 해였다. 그러니 갑오년은 매우 불길한 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필자도 1894년과 2014년이 120년이나 떨어져 있으니 설마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하고 의심하면서 신년사를 썼었는데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지내놓고 보니 지난 6개월 동안에 세월호의 참사와 사교집단 구원파의 저항 거기다 군국주의 일본의 발악이 일어나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120년의 갑오년과 어쩌면 그렇게도 빼닮았는지 신기하다 하기보다 무섭기까지 하다. 일본은 침략의 전과자다. 그런 일본이 최근 한국에 대해 하는 짓을 보면 120년 전 이등박문伊藤博文이 하던 짓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다시 나타나야 할 때다. 아베의 일본 우익 정권을 그대로 두면 지난날 이등이 우리 경복궁의 고종 임금을 사로잡아 청일전쟁을 도발하였듯이 또다시 동북아에 전운이 감돌지 모르게 되었다.

1894년 3월 동학란이 일어난 것은 일본 조폭 흑룡회黑龍會의 소행이었다. 전봉준은 동학란을 일으키는 데 3일 동안 주야로 고심하다가 일어섰다. 조금만 참았더라면 아니 나라를 생각했더라면 동학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제침략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북 고창의 백산白山에서 봉기한 전봉준은 궁궁을을! 궁궁을을(弓弓乙乙)!을 힘차게 외치며 전진하는 동학군을 이끌고 전북 전주를 점령하였다. 그러나 일제는 한국이 요청도 하지 않은 7,000명의 일본군을 파병하여 서울 용산에 주둔시키더니 경복궁을 점령하여 고종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해서 본격적인 일제침략이 시작되었는데 이 사건을 당시의 서울시민들은 갑오왜란이라 하였다.

▲ 갑오개혁_군국기무처회의

일제는 미리 짠 각본에 따라 군국기무처軍國機務處란 어처구니없는 이름의 유령내각을 조직하여 김홍집 이하 친일파로 하여금 꼭두각시로 만드니 국권을 찬탈한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순식간에 나라를 잃은 것이다. 이듬해 민비가 시해되자 단발령이 내려 머리까지 일제 가위로 깎이니 그때야 일제에 속은 것을 알고 전국에 의병이 일어났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 꼼짝달싹하지 못하였고 고종은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고치기까지 하여 나라를 개편하려 하였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일제는 1902년 덕수궁에 불을 질러 고종을 죽이려 하였고 1904년에는 러일전쟁을 일으켜 을사조약으로 우리 국권을 완전히 강탈하고 말았다.
 
금년 2014년을 맞아 6개월을 지내놓고 보니 나라 안에 오만 변變이 다 일어났다. 정부와 군과 경찰 그리고 학교에까지 마피아가 조직되더니 하느님을 모셔야 할 종교계에서는 구원파와 같은 사교집단이 조직되었고 나라밖에는 일본 우익들이 욱일기를 휘두르며 군국주의 일본 만세를 부르짖게 되었다.

120년 전 동학란이 일어난 1894년과 2014년에 이렇게 똑같은 일이 벌어지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설마 설마 하고 세월호 침몰을 보듯이 돌아가는 사태를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우리 상처가 곪은 줄을 몰랐던 것이다. 일본은 침략의 전과자다. 전과자는 반드시 다시 도적으로 변한다. 지금 일본은 한국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만 하면 일본군을 파병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다 완료했다. 1894년처럼 동학란이 일어나면 즉각 일본군이 인천항에 상륙하고 서울을 점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을 점령하여 친일파를 동원하기만 하면 허수아비 내각을 만들 수 있고 한국을 속국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1894년 인천항에 상륙한 일본군

 
금년이 바로 그런 갑오년이 아닌가. 매우 조심해야 할 해다. 그런데도 종군위안부에 징역징병, 강제노동, 집단학살 등의 만행을 행한 일제식민통치를 예찬하는 글이 교과서에 실려서 되겠는가. 그것도 부족하여 하느님까지 동원하여 일제침략을 예찬하는 사람이 등장하여 국무총리가 되겠다고 하니 이런 괴변이 또 있는가. 우리 국사에 대해 전혀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 밑에 앉아 정치하면 되겠는가. 김영삼 대통령은 부임 초 인사人事가 천사天事라 하더니 아들이 뇌물을 받아 챙기는 것을 몰랐다.

공자의『서경書經』첫머리에 보면 사람을 아는 것이 바로 어질다는 증거(知人則哲)라 했고 사람을 아는 것이 백성을 편안히 하는 것(在知人 在安民)이라 하였다. 하느님을 섬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알고 쓰는 일이다. 사람됨을 모르고 장차관을 임명하면 그 사람이 제자 논문을 가로채고 그 원고료까지 빼앗아 먹는 사람인지를 알 턱이 없다.

지금 우리는 국사를 한국사라 하기도 하고 민족사라고도 하니 이름 하나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역사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한글을 국어라고 하지 한국어라고 하지 않는다. 또 독립운동을 일명 민족운동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옳지 않는 일이다. 하나로 통일하고 그 내용까지 하나로 하여 가르쳐야 마땅하다.

“나는 역사를 잘 모르지만 안중근과 안창호는 알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나야말로 애국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어떻게 믿고 한국인이라 할 수 있는가. 한국인으로서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삼척동자라도 아는 안 의사를 나도 안다고 하면서 나는 애국자라 주장하면 통하겠는가. 안중근 의사를 꼭 범죄자라고 해야만 친일파가 아니다. 안중근 의사도 천주교 신자였다.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안 의사를 왜 의사라 하지 않고 선생이라 하는가. 역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대통령 한 마디면 국사교육을 고칠 수 있다. 

우리 국사는 학자들에 의해서도 훼손되고 있다. 소위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학자는 일제가 한국을 식민 통치하여 한국인을 행복하게 해 주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모두가 일본 동경을 향해 감사의 절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설을 반대하는 또 다른 학자들은 김일성의 보천보전투普天堡戰鬪를 사실이라 가르치고 있다. 보천보전투는 천하가 다 아는 역사왜곡이요 역사 위조였다. 그런데도 그것이 사실이라 가르친다면 북한의 평양을 향해 경배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교과서까지 종북하고 친일하고 있는 나라이고 보니 군인들이 우리의 주적인지 알지 못하고 휴전선에 서야 한다.

『삼국유사』에만 단군을 기록하였으니 단군조선은 신화라고 가르치는 교과서를 읽고 어떻게 올바르고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는가. 작금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래도 모두가 좌시하고 있으면 1894년의 갑오년처럼 망국의 첫해가 되는 것이다. 올해 갑오년은 우리 대한은 기필코 새롭게 태어나는 해가 되어야 한다. 말만 새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갑오년을 조심하자.

 

▲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박성수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성균관대학교 문과대 부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실장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독립운동사 연구」,  「역사학개론」,「일본 역사 교과서와 한국사 왜곡」, 「단군문화기행」, 「한국독립운동사론」, 「독립운동의 아버지 나철」 ,「한국인의 역사정신」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