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구 곡성역.     (사진=윤한주 기자)

1,500만 명이 영화 <명량>을 봤다. 국민 3명 중 1명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조일전쟁(정유재란)의 배에 오른 셈이다. 기적 같은 승리 뒤에는 이순신을 도운 백성들이 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을 했겠나?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 한 걸 후손들이 알까 모르 것네."
"모르면 호로 자식이제."

조선의 임금 선조는 한양을 버렸다. 그러나 반만년의 역사가 서린 산천은 백성이 지켰다. 전국에서 의병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최초로 의병운동이 일어난 전라남도 곡성군을 지난 13일 찾았다. 이곳에 독립운동가 신태윤 선생이 100년 전에 세운 단군성전이 있다. 곡성군의 오늘을 만나기 전에 역사를 만나본다. 그래야 우리가 ‘호로 자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봉황’을 지켜라!

백제시대에는 욕내(欲乃) 혹은 욕천(浴川)군으로 불렸는데, 산맥과 하천의 흐름을 보고 신라 경덕왕 때는 곡성(曲城)으로 부르게 됐다. 고려시대에는 장사꾼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느낀 나머지 지나갈 때마다 통곡한다 하여 곡성(哭聲)이라 불렀고, 그 후 곡성(穀城)으로 바뀌었다. 나라에서 지명만 생각하고 조세를 부과한다는 여론에 따라 곡성(谷城)이 된 것이다.

1895년(고종 32년) 군으로 승격, 1914년 창평군의 옥산면 등 8면을 합쳐 지금의 곡성군이 되었다. 1읍(곡성), 10면(오곡·삼기·석곡·목사동·죽곡·고달·옥과·입·겸·오산)이 있다. 섬진강을 경계로 전라북도 남원시와 순창군과 접해 있다. 동으로는 구례군, 서쪽은 담양군, 남으로는 순천시ㆍ화순군과 접해 있다.

김학근 곡성문화원장(국조단군숭모회 대표이사)은 도선비기(道詵秘記)에 따르면 “곡성읍은 봉황이 날아가는 형국(鳳凰飛形地局)”이라고 전했다. 이 책은 남북국시대 풍수설의 대가인 도선대사(道詵, 827~898)가 쓴 것이다.

봉황은 오동나무숲이 아니면 살지 않는다. 오지리(梧枝里)라는 마을이 있는 이유다. 또한 대나무(竹) 열매를 먹기 때문에 죽곡(竹谷), 죽산(竹山)마을이 있다. 

봉황이 머문다고 하여 봉정리(鳳停里), 대밭에 내려앉는다고 하죽리(下竹里), 죽산리(竹山里)이다. 이밖에 비봉(飛鳳), 류봉(留鳳), 서봉(棲鳳), 봉전(鳳田), 봉조리(鳳鳥里) 봉두산(鳳頭山), 오지봉(梧枝峰), 서봉동(捿鳳洞) 등 오(梧), 죽(竹), 봉(鳳) 자(字)로 관련해서 지은 마을과 산 이름이 많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곡성 사람들의 ‘봉황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봉황이 좋아하는 새가 메추라기(鶉)다. 곡성읍 신기리에서 압록으로 흐르는 섬진강을 순자강(鶉子江)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또 봉황이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천덕산(天德山)과 천마산(天馬山)을 지었다고 한다.

봉황은 천자(天子)를 상징하는 새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곡성 단군성전이 봉황대(鳳凰臺)에 있다.

▲ 유팽로 사당의 비문(=자료)

의병운동의 발원지

앞서 조일전쟁에서 최초로 의병운동이 일어난 곳은 곡성이라고 밝혔다.

몇 년 전까지 경상남도 의령군이 의병운동의 발원지였다. 이는 의령 출신 곽재우(郭再祐, 1552∼1617)가 1592년 4월 24일 군사 1,000여 명을 모아 왜군을 무찔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초가 뒤바뀐다. 전라남도 곡성 출신 유팽로(柳彭老 1554∼1592)가 먼저 의병의 기치를 올린 것이다. 그는 전라지역 의병장들과 연대해 6,000명의 대군을 출범시켰다. 이른바 호남의병연합이다. 당시 최대 규모였다. 이들은 전주로 침공하려던 고바야키와 군의 본진을 공격했다. 1차 금산성 전투다. 의병 지도층이 거의 모두 순국했다. 하지만 일본의 호남 점령 계획을 좌절시켰다. 패전으로 기울던 전세도 역전됐다. 이는 KBS 1TV '역사스페셜'에서 방송으로 보도했다.(바로가기 클릭)

유팽로는 곡성 옥과현에서 태어났다. 그는 문과에 급제해 정7품 홍문관 박사에 발탁됐다. 그러나 권력층의 비리를 거침없이 비판해 종9품 성균관 학유로 좌천된다. 그는 조일전쟁(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병을 일으킬 것을 결심한다. 서울을 떠나 고향으로 내려간다. 4월 20일 순창의 대동산 앞들에서 500여 명의 군사를 규합한다. 이어 ‘전라도의병진동장군 유팽로’라 쓴 대청기를 세운다. 최초로 의병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유팽로는 의병장 고경명(高敬命)의 종사관(從事官)이 된다. 금산(錦山)에서 왜적과 맞서 싸우다가 전사했다.

고려의 개국공신인 신숭겸(申崇兼, ?~927)도 곡성을 대표하는 충신이다. 곡성이 예로부터 효(孝)와 충(忠)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의절의 터’로 불린 것은 인물에 있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받은 ‘단군성전’

곡성은 폐 철로를 활용한 친환경 ‘기차마을’로 유명하다. 드라마 <토지>, <야인시대>를 비롯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촬영된 곳이다. 마을단지에는 4만여㎡의 부지에 1,004종 3만 8,000그루의 장미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1004 장미공원’도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여느 관광객처럼 사진만 찍고 돌아간다면 곡성의 역사를 만날 수가 없다.

곡성군의 3대 등록문화재는 단군성전과 구 곡성역 그리고 구 삼기면사무소가 있다.

특히 단군성전의 등록문화재 지정은 다른 지역이 대체로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것에 비하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성전은 정면 3간 측면 2간의 맞배지붕이다. 익공은 연꽃과 봉오리가 조각되었고 보머리는 봉황 머리 모양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곡성단군전은 백당 신태윤 선생이 삼일운동의 활동 근거지로 그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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