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이 때아닌 관심을 받고 있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와 겹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 간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날이 역풍을 받고 있는 셈이다. 왜 그러할까?

발렌타인데이의 유래는 2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황제 클라우디스 2세는 결혼 금지령을 내린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 군인이 필요한데 남자가 결혼하면 집 떠나 전쟁터에 나가기 싫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발렌티노(Valentinus, 밸런타인은 영어발음) 주교는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황제의 허락 없이 결혼을 시켜준 죄로 죽게 된다. 이후 발렌티노는 성인으로 추앙되고 그의 순교일은 축일로 정해진다. 사람들은 매년 2월 14일에 사랑과 감사를 담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1960년대 일본의 한 제과업체가 ‘달콤한 사랑을 맛보라’는 의미로 초콜릿을 보내는 캠페인을 벌인다. 이것이 확산됐다는 설이 있다. 유래와 상관없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된 셈이다. 반면 안중근 의사는 조선 침탈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중국 뤼순 감옥에서 사형선고를 받는다. 1909년 2월 14일이다. 올해가 105주년이 된다.

 

그동안 안 의사와 관련해 역사적인 날은 탄신일(1879년 9월 2일)과 순국일(1910년 3월 26일)이 있다. 일본 초대 총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날(1909년 10월 26일)도 있다.

사형선고일이 주목받는 이유는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표현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망언에서 촉발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아베 총리는 관방장관의 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를 묻는 자리에서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해 사형선고를 받은 인물’이라고 답했다. 안 의사를 살인범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19일 하얼빈 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건립한 중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주요 일간지에 발렌타인데이가 침략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서른 살 청년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라고 신문광고를 냈다.

유튜브에서는 자신을 초등학교 교사로 밝힌 A씨가 2년 전에 제작한 `2월 14일은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 동영상은 게재 후 6만 9천 700명이 봤다.

사랑하는 연인 간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상술을 떠나서 비난 받은 일은 아니다. 단지 일본의 우익 인사들이 안 의사를 비난하고 있으니, 발렌타인데이를 겨냥해 일본 업체가 만든 상술이 불편한 것이다. 따라서 2월 14일은 안 의사를 기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민들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인 것이다.

안 의사는 순국을 앞두고 천국에서도 독립운동을 함께하겠다고 유언했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나라가 주권을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다.”

그러나 그의 유언은 실현되지 못했다. 유해 봉환도 못했고 찾지도 못했다. 후손으로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는 독립을 위해 싸우다 순국한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 옆에 안 의사의 가묘(假墓)만이 있을 뿐이다. 2월 14일을 통해 안 의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려야 하는 이유다.

▲ 안중근 의사(출처=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