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고려박물관에서 열린 '여명을 찾아서-시와 그림으로 표현한 독립운동의 여성들' 전시회(=민족문제연구소 제공)

최근 일본 아베 정부의 역사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도쿄 한복판에서 '여성항일운동가'의 시화전이 열려 주목된다.

4일 민족문제연구소와 한국문화사랑협회 등에 따르면 도쿄 신오쿠보 고려박물관에서 여성항일운동가들을 추모하는 시화전 '여명을 찾아서-시와 그림으로 표현한 독립운동의 여성들'을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이윤옥 시인과 이무성 화백의 시화가 전시돼 있다.

시화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1927), 3ㆍ1 만세 운동을 펼치다 순국한 동풍신(?∼1919), 임신한 몸으로 평남도청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1887∼?) 등 여성항일운동가 20여 명을 작품 속 주인공으로 삼았다.

이 시인은 안경신 열사에 대해 '치마폭에 거사 이룰 폭탄 몰래 숨겨 들어와 / 신의주 철도 호텔, 의헌경찰서, 평남도청에 던진 그 용기'라고 칭송했다.

동풍신 열사를 가리켜서는 "관순을 죽이고 풍신을 죽인 손 / 정의의 핏발은 결코 용서치 않아'라고 표현했다.

전시에는 2일까지 400명에 달하는 관객이 몰렸으며 이 중 대부분은 일본인이었다.

특히 행사장인 고려박물관은 과거사를 반성하는 일본인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후원 회원 600여 명과 자원봉사자 70여 명이 꾸려나가는 박물관은 2001년 개관 후 꾸준히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재일교포의 삶을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행사는 박물관 소속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들이 주도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회원들은 여성항일운동가 관련 특강을 듣고 그 과정에서 이 시인과 이 화백의 작품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현지 전시회를 제안해 시화전이 성사됐다.

이 시인은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 1∼3권을 비롯해 우리말 속 일본어 잔재를 해부한 ‘사쿠라 훈민정음’, 친일문학 풍자 시집 ‘사쿠라불나방’ 등을 펴냈으며, 내달 전시장을 찾아 일본 현지 관람객을 대상으로 여성항일운동가에 대한 특강을 연다. 시화전은 3월 30일까지 개최된다.

2012년부터 세 차례 국내에서 열렸지만 국외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