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시대적 아픔을 보여주는 음악극과 인형극이 펼쳐진다. 국립극장은 오는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음악극 ‘공생,원’을 초연한다. 

 

‘공생,원’ 포스터. 이미지 국립극장.
‘공생,원’ 포스터. 이미지 국립극장.

국립극장은 오는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음악극 ‘공생,원’을 초연한다. 

전남 목포에 있는, 현존하는 아동 사회복지 기관인 공생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조선인 윤치호와 결혼해 부모 없는 조선인 아이들을 길러낸 일본인 여성 윤학자와 공생원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한글, 일본어 자막, 음성 해설, 수어 통역, 스마트안경까지 본격적인 접근성 서비스가 제공되는 무장애 공연이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공연으로 기획된 음악극 ‘공생,원’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리의 딸로 조선에 왔던 일본인 여성 다우치 치즈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창씨개명과 조선인 차별이 일상화돼 있던 시대, 조선인 남성 윤치호와 결혼해 한국 이름 ‘윤학자’를 택하고, 조선인 고아들을 돌보는 공생원을 운영하면서 겪어낸 삶의 여정을 담아냈다. 윤학자가 선택한 삶의 무게와 치열한 결단을 시대적 맥락 속에서 다각도로 보여준다.

작품은 공생원에서 자란 ‘범치’의 회고로 시작된다. 그 속에는 시대의 갈등 속 공생원을 지켜내기 위해 윤학자와 가족이 감내해야 했던 압박과 갈등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일본 대신 조선에 남기로 결심한 윤학자는 주변의 의심과 경계 속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격변의 시간을 버텨내며 공생원의 버팀목이 된다.

‘범치’의 내레이션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비선형적 구조를 구현하며, 턴테이블을 활용한 원형 회전무대는 윤학자가 겪어낸 혼돈의 시대와 인생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작품에는 연극·뮤지컬 등 여러 장르에서 활약해 온 배우들이 참여해 안정적이고 깊이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윤학자 역은 배우 송상은과 박미용이 맡아 각각 젊은 시절의 윤학자와 남편 실종 이후 쇠약해진 윤학자를 연기하며 한 인물의 복합적인 내면을 무대 위에서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내레이터 범치 역은 뮤지컬 ‘영웅’ ‘원스’ 등에서 활약한 배우 임진웅이 맡아, 작품 전반의 서사를 무게감 있게 이끈다.

한편 윤학자 일대기가 1995년 영화 <사랑의 묵시록>(김수용 감독, 주연 이시다 에리, 길용수)으로 제작되어  1996년 일본에서 개봉된 후 1997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