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서울아트하우스영화제가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CGV아트하우스 용산아이파크몰·압구정, 서울아트시네마, 씨네큐브, 에무시네마에서 개최된다.
수입·배급사 엠엔엠인터내셔널이 개최하는 ‘서울아트하우스영화제’는 예술 극장을 기리고 동시대 영화 창작자의 영화적 비전을 주목하며 영화사 위대한 작품들, ‘아트하우스 영화’를 조명한다.
제2회 서울아트하우스영화제는 총 14명의 창작자 24편의 영화로 프로그램 구성돼 있다. 가장 주목 받는 작품은 거장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비정성시>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근현대사 비극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제4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지난 2022년 4K 리마스터링한 이 작품은 국내 영화제, 수입사 등이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국내 상영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서울아트하우스영화제는 올해 영화제를 준비하며 이 작품 초청에 가장 공을 들였고, 지난 2월 상영을 확정했다. 또한 대만 제작사와 함께 공식 한글 상영본(DCP)을 제작했다.
서울아트하우스영화제 양인모 프로그래머는 “허우 샤오시엔은 가장 존경받는 영화 감독 중 한 명이다. 국내 시네필 그리고 산업에서도 <비정성시> 4K 상영은 일종의 숙원처럼 느껴졌는데, 감독의 영화 데뷔 45주년이 되는 해에 작품을 상영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신작을 낸 동시대 감독들의 작품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먼저 켈리 라이카트의 <마스터마인드>는 19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실직한 목수가 미술관에서 감행하는 ‘미술품 절도 사건’을 통해 계층·욕망·사회적 무관심을 건조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라이카트 특유의 절제된 연출과 미묘한 유머가 교차하며, 개인의 작은 일탈이 어떤 구조적 균열과 맞닿아 있는지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짐 자무쉬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서로 다른 국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 관계 앤솔러지 영화다. 단절과 화해, 정체성과 감정의 잔향을 자무쉬 특유의 건조한 유머와 시적인 호흡으로 담아낸다. 아담 드라이버, 케이트 블란쳇 등 화려한 배우진이 참여하며, 담담하지만 묵직한 감정의 결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영화제 개막일에 전국 개봉하는 라두 주데 <콘티넨탈 25>는 루마니아 사회의 현실을 블랙코미디로 해부하는 작품으로, 법원 집행관이 노숙자 퇴거 업무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비극적 상황을 통해 부동산 개발, 사회 불평등, 관료주의 등을 예리하게 풍자한다. 아이폰으로 10일 만에 촬영한 실험적 형식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각본상 수상작이며,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되었다.
세르히 로즈니챠의 <두 검사>는 1930년대 소련 대숙청기를 배경으로, 한 젊은 검사가 수용소에서 온 탄원서를 조사하면서 전체주의 체제의 폭력성과 도덕적 붕괴를 마주하는 역사 드라마다. 방대한 리서치와 담대한 연출로 구축한 로즈니챠 특유의 냉정한 시선이 돋보인다.
올해 영화제의 또 다른 특징은 4K로 상영되는 작품이 11작품인 점이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로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남쪽> 4K는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또한 허우 샤오시엔 감독과 동갑내기이자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은 한국 최초로 4K 상영한다. <하나 그리고 둘>은 올해 칸영화제 클래식 부문 선정작이다.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장 외스타슈 감독의 <엄마와 창녀>, <나의 작은 연인들> 등 역시 영화제를 통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4K 버전이 공개된다.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로버트 레드포드를 기리며 그의 배우, 연출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선댄스 키드’ 역으로 전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오른 작품 <내일을 향해 쏴라>, 그리고 감독으로서 진가를 증명한 <흐르는 강물처럼>을 상영한다.
엠엔엠인터내셔널 임동영 대표는 “로버트 레드포드는 미국 뉴웨이브 시대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아트하우스 문화에 기여한 영화인이다. 특히 <내일을 향해 쏴라>의 배역 이름이기도 한 선댄스 영화제 설립을 주도하며 젊은 영화인들의 창작을 비롯해 예술영화 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레오스 카락스·로베르 브레송·루이스 부뉴엘 등 거장 감독들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만날 수 있다. 영화제 행사로는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 ‘나의 작은 연인들’, 로트링겐 일환 감독 ‘마스터마인드’, 씨네21 김소미 기자 ‘콘티넨탈 ‘25’ 씨네토크가 열린다.
엠엔엠인터내셔널 이마붑 대표는 “아트하우스라는 공간은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이다. 서울아트하우스영화제 심볼인 새의 자유로운 궤적처럼 누구나 이곳에서 영화를 발견하는 즐거운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