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 단체 극단 미:나레가 일본 극작가 모토하시 류의 작품〈여행준비(旅の支度)〉를 번역·재구성한 낭독극 〈여행의 지도〉를 11월 한국 초연한다. 이 작품은 ‘여행’을 매개로 한 이야기로, 두 남매가 어머니 재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9년만에 재회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로에게 건네지 못한 감정과 기억을 마주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여행의 지도〉에서는 가족이지만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타인’으로서의 관계가 섬세하게 그려진다.
이혼한 어머니의 재혼식이 하와이에서 열린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누나 히코를 데리러 남동생 이쿠오는 9년 만에 누나의 집을 찾아간다. 여행한 경험이 거의 없어 터무니 없이 많은 짐을 챙긴 누나의 가방을 다시 정리하던 중, 어머니의 에세이 《내 남편은 공기입니다》를 발견한다. 이 에세이집이 히트하면서 아버지는 우울증이 발명한다. 에세이에 쓴 내용 때문에 히코는 어머니는 원망한다. 결국 누나는 결혼식에 가고 싶지 않아 비행기 티켓을 찢어버린다. 이쿠오는 어떻게든 누나를 하와이로 데려가고 싶었다. 자신의 짐을 줄이고 싶었다. 이쿠오에게 가족의 갈등도 짐이었다.
"나한데 가족은 짐이었어! 어깨를 짓누르는 짐... 내려 놓고 싶어도 못 내려놓는 짐가방...."

원작자 모토하시 류(本橋龍)는 일본 극단 운게치파(ungeziefer)의 대표이자 극작가로, 시간과 공간을 교차하는 대사 구성으로 독자적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원작 〈여행 준비(旅の支度)〉 역시 두 인물의 시선과 감정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비슷한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는 양국의 정서가 자연스레 반영된 작품이다.
극단 미:나레가 한국 초연하는 〈여행의 지도〉는 이를 ‘움직이는 낭독극’ 형식으로 재해석한다. 세 명의 배우가 가족 구성원과 주변 인물을 오가는 형태로, 목소리·시선·자세의 변화만으로 각 인물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과도한 무대 장치 없이 배우의 해석과 관객의 상상력이 중심이 되는 형식으로, 원작의 배경과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적 정서에 맞게 조율했다.
극단 미:나레는 일본의 소규모 청년예술단체의 창작극을 국내에 소개하고, 동시에 한국 청년예술인들의 해석을 가미한 재창작 과정을 통해 양국 간 창작 교류의 새로운 발판을 모색하고 있다. 〈여행의 지도〉는 향후 정식 공연 및 일본 내 쇼케이스 추진을 위한 첫 단계로 기획되었다.
낭독극 〈여행의 지도〉는 11월 28일과 29일, 이틀간 서울 종로구 서촌의 공간서로 무대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