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less Impact  D07, 2025,  Acrylic on canvas, 162.3x130.5cm . 사진 강민석
Endless Impact D07, 2025, Acrylic on canvas, 162.3x130.5cm . 사진 강민석

강민석 작가는 시간이 질주하는 현장을 캔버스 위로 옮긴다. 작가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물리적 도구가 아니라, 존재의 궤적을 그리는 정신적 기호다. 강민석 작가는 부산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을 통해 꾸준히 달리는 자동차를 중심 소재로 내면의 변화와 시간의 감각을 탐구해 왔다. 작가는 지역의 예술적 기반 위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속도와 시간’을 시각화한다.

강민석 작가에게 회화는 멈춤이 아니라 운동이다. 작가는 물감을 긁고 밀며, 시간의 층위를 압축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 표면 위에서 자동차의 형상은 분리되고, 왜곡되며, 소실점을 중심으로 반대 방향으로 벗어나 시간의 틈 속으로 이탈한다. 이 ‘이탈’은 파괴가 아닌 확장이다. 내면의 분열이 외부로 퍼져나가는 순간, 자아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해체하며 새로운 감각으로 재구성된다. 달리는 자동차는 단순한 속도의 상징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내면이 변화하고 성장해온 흔적이다. 그의 화면 속 자동차는 현실과 의식의 경계 위에서 흔들리고, 그 흔들림은 현대인의 불안과 재생, 그리고 존재의 진동으로 나타난다.

Endless Impact  D03, 2025, Acrylic on canvas, 194x130.4cm. 이미지 강민석
Endless Impact D03, 2025, Acrylic on canvas, 194x130.4cm. 이미지 강민석

이러한 작업을 볼 전시 강민석 제15회 개인전 《Red Line :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가 갤러리 유피에서 11월 11일 개막한다. 이번 전시에 총 30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대형 작품 중에는 〈Endless Impact〉와 〈Endless Force〉 시리즈가 중심을 이룬다. 〈Endless Impact〉는 소실점을 중심으로 자동차가 양쪽으로 이탈하며 시간과 감정의 흐름이 두 갈래의 궤적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Endless Force〉는 내면의 에너지가 표면을 밀어내는 원초적 충동을 표현하며, 존재의 지속적인 ‘힘’과 ‘순환’을 상징한다. 〈Reverse Horizon〉 시리즈는 시간과 정신의 지평선이 맞물리며 왜곡되는 순간을 탐구한다. 작가는 흐르는 시간의 선이 내면의 감정과 충돌하는 장면을 화면에 포착하며, 시각적 균형과 불안정함이 교차하는 경계를 드러낸다. 〈Time Leap〉과 〈Time Horizon〉 시리즈는 기억의 단절, 시간의 왜곡, 그리고 의식의 틈새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흔들림을 담고 있다. 이 작품들은 작가가 시간이라는 개념을 물질로 전환해 표현한 결과로, ‘Red Line’이 상징하는 내면의 경계를 회화적 언어로 확장한다. 작가는 예술을 멈추지 않는 대화로 인식하며, ‘Red Line’을 그 대화의 가장 깊은 곳, 정신이 스스로의 경계를 넘어서는 찰나의 순간으로 정의한다.

Endless Impact  D06, 2025, Acrylic on canvas, 155x89.5cm. 이미지 강민석
Endless Impact D06, 2025, Acrylic on canvas, 155x89.5cm. 이미지 강민석

강민석 작가는 작가노트 “Red Line :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에서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한다.

“내면의 긴장은 언제나 나를 한계 지점으로 이끈다. 시간과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현실과 생각이 충돌하며 만들어지는 무대이다. 이 흔들림 속에서 나는 멈출 수 없는 질주로 스스로를 밀어붙이며, 경계에 선 나 자신을 마주한다.

물감을 긁고 밀어내는 행위는 순간을 기록하고 붙잡는 과정이다. 그렇게 남겨진 흔적들은 화면 위에서 흩어진 파편처럼 모여, 흔들리는 나를 비춘다. 이 파편들은 마치 빅뱅처럼 폭발하며 왜곡된 자동차의 형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정체성과 욕망의 충돌이 남긴 흔적이자 긴장 그 자체의 형상이다.

나는 늘 넘어서야 할 경계를 인식한다. 그 경계를 쉽사리 넘지 못하는 나 자신과 마주하는 고통스러운 순간, 나의 내면은 작품으로 전이된다. 작품은 나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자, 끊임없는 자기 탐구의 기록이 된다. 작품 속에 새겨진 균열과 충돌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불러오는 힘이 된다.

내가 그리는 세계는 결국 현실을 넘어선 감각의 차원이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충동, 보이지 않는 힘, 흐릿해진 기억의 파편들이 맞부딪히는 순간, 나는 다시 나를 재구성한다. 이 멈출 수 없는 질주는 존재의 본질을 향한 여정이며, 그 흔적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나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Endless Impact D02, 2025, Acrylic on Canvas, 194x130.4cm. 이미지 강민석
Endless Impact D02, 2025, Acrylic on Canvas, 194x130.4cm. 이미지 강민석

이번 전시에는 그림을 그리고 남은 물감으로 제작된 아이스크림 형태의 조형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이 오브제는 시간의 잔해와 감정의 잔향을 상징하며, 회화의 강렬한 긴장감 뒤에 남는 정적의 감정과 유머의 흔적을 보여준다.

LOVE ME Ice cream, 2024, Acrylic paint, resin, stainless steel , 13x13x19cm. 이미지 강민석
LOVE ME Ice cream, 2024, Acrylic paint, resin, stainless steel , 13x13x19cm. 이미지 강민석

강민석 작가는 이 ‘아이스크림 조형물’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남은 물감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유희적 오브제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스쳐간 기억과 감정의 응축이다. 아이스크림은 달콤하지만 곧 녹아내리고, 즐겁지만 동시에 사라져가는 순간을 품고 있다.

각각의 아이스크림에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특정한 추억을 불러오고, 사소하지만 잊히지 않는 장면들을 다시 현재로 소환한다. 어린 시절의 여름날, 친구와 나눈 웃음, 혹은 혼자만의 고요한 순간처럼, 아이스크림은 사라진 것들을 다시 눈앞에 붙잡아두는 장치가 된다.

이 조형물은 나의 내면에서 태어난 또 다른 풍경이다. 회화가 고통과 긴장의 흔적을 담아내는 과정이라면, 아이스크림은 그 이후 남은 조각들 속에서 피어난 가벼운 숨결이다. 그러나 그 가벼움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덧없음 속에서도 계속 살아남는 기억의 무게를 은유한다.”

Reverse Horizon E01, 2025, Acrylic on canvas, 130.3x80.3cm. 이미지 강민석
Reverse Horizon E01, 2025, Acrylic on canvas, 130.3x80.3cm. 이미지 강민석

한편 작가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Epilogue에서 갤러리 유피 기획으로 11월 7일부터 17일까지 〈Paint Desert〉 시리즈 10점을 선보이는 팝업전 《Epilogos》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어 2026년 4월에는 BAMA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usan Annual Market of Art)에 참여한다.

강민석 작가는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갤러리 및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왕성하게 교류한다.

강민석 개인전 전시 모습(일부). 사진 강민석
강민석 개인전 전시 모습(일부). 사진 강민석

강민석 작가 제15회 개인전 《Red Line :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12월 7일까지 갤러리유피(Gallery UP, 부산 북구 기찰로 3, 유니다로얄 빌딩 지하 1층)에서 열린다. 11월 15일에는 작가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