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적이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경기도 구리아트홀 유채꽃소극장에서 선보이는 신작 〈침상 위에서〉(작 박지선, 연출 곤)는 죽음을 다루는 부검실에서 펼쳐지는 스승과 제자, 두 여성 법의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가 남긴 상처와 그 상처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다루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에 갇힌 ‘미수’와 아버지의 죄에 붙들린 ‘신정’, 그리고 의문의 죽음을 맞은 시신들의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전쟁의 학살을 겪은 스승 ‘신정’과 가족의 참극에서 살아남은 제자 ‘미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인 이미수는 주로 의문사한 주검들을 부검하여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일을 한다. 미수는 다른 법의관들과 달리 모든 주검에 타살의 가능성을 상정하여 집요하게 부검을 시행하는데 이미수가 이렇게 죽음의 이유나 타살의 증거를 찾는 데 집착하는 이유는 어린시절 목격한 엄마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법의학의 대모로 불리는 1세대 법의학자이자 신정은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법의학자의 사명이라고 믿으며 미수와 충돌한다. 결국 미수의 타살에 대한 집요한 추궁은 재판에서 문제가 되고, 신정은 반대쪽 증인으로 합류하면서 둘의 갈등은 깊어진다. 한편 신정은 오랫동안 품어 온 비밀을 위해 마지막으로 유해 현장을 찾게 된다.

스승인 ‘신정’ 역은 오랫동안 연기 내공을 쌓은 배우 박명신이 맡는다. 박명신은 영화 <오아시스>, <신의 퀴즈 2>, <모가디슈> 연극 <20세기 블루스>, <원 파인 데이>, <괴물> 등 연극과 스크린, TV 무대를 오가며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왔다. 또한 그의 제자 ‘미수’ 역의 배우 김광덕은 <목련풍선>, <엘리스 인 베드>, <준대로 받은대로> 등에서 섬세한 연기로 호평받아 왔다. 한예종 연극원 연기과 1기 동기인 박명신과 김광덕은 서로 견해가 다른 여성 법의학자 역할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집집:하우스소나타>, <이게 마지막이야>, <산재일기>등에 출연했던 정혜지, <믿을지 모르겠지만>, <우쿠리, 낫녀노소>의 박소아, <마른여자들>, <웰킨>, <햄릿>, <영지> 등에 출연한 김별이 세 배우가 부검대에 놓인 다양한 죽음을 연기하며 선보이는 앙상블 또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이 공연은 연극 <은의 혀>, <견고딕걸>, <누에> 등을 통해 특유의 연극적 상상력으로 주목받아 온 박지선 작가와 극단 적의 상임 연출로 현대사회의 민감한 이슈를 연극적 언어로 풀어온 바 있는 이곤 연출이 만났기에 그 기대가 남다르다.
박지선 작가는 2024 국립극단 창작공감 작가 선정,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2021년 대전창작희곡상 대상, 2021년 통영연극예술축제 희곡상을 받았다. 이곤 연출은 연극 <4분 12초>로 2023 서울연극제 연출상을 비롯 5관왕을, <몰타의 유대인>으로 서울예술상 대상 및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된 바 있다. 이 공연은 경기문화재단 초연 지원 선정작으로 무대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