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텔라갤러리가 추석 명절을 맞아 9월 20일 개막한 《달을 품다 – 정연경 작가와 달항아리전》은 달을 단순한 천체가 아닌 삶의 순환과 감정의 기록으로 바라본 정연경 작가의 회화와, 다양한 동시대 작가들이 재해석한 달항아리를 한자리에 모은 기획전이다.
정연경 작가는 <달맞이> 시리즈와 <달의 심장>를 통해 여백과 균형 속에서 달과 열매, 꽃의 고요한 울림을 그려왔다. 작가에게 달은 반복되는 형상이지만 결코 같은 순간이 아니며, 매번 다른 감정과 시간을 품는 매개이다.
이 전시에는 한국 전통 달항아리를 비롯해 윤주동 작가의 ‘전통 도자 기법과 현대 조형을 아우르는 달항아리’, 류지안 작가의 ‘자개로 빛의 결을 입힌 자개 달항아리’, 빛찬윤 × 체코 크베트나(Kvetna)의 ‘유리공예로 구현한 투명한 달항아리’도 함께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달항아리가 지닌 ‘비움의 충만’이라는 전통적 의미가 흙, 자개, 유리라는 서로 다른 재료 속에서 새롭게 확장된다.

《달을 품다》전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나와 누군가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전시장 내 비치된 미니 카드에 관람객이 직접 적어 보는 참여형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이는 추석 명절이 지닌 ‘달을 바라보며 소망을 나누는 시간’이라는 의미이다.
정연경 작가는 회화를 통해 달을 사유하는 작업을 지속해온 작가. <달맞이> 시리즈, <달의 심장> 시리즈를 통해 달과 자연, 내면의 감정을 수행적 회화로 기록한다.

윤주동 작가는 전통 도자 기법과 현대 조형을 아우르며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30여 년간 작업을 이어온 한국 현대도예가이다. 류지안 작가는 자개를 통해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교차시키는 회화 및 오브제 작업을 이어간다. 빛찬윤 작가는 체코 전통 유리공예 장인 그룹 크베트나와 협업하여 유리 달항아리를 제작, 달항아리의 투명성과 빛의 환영을 구현한다.
스텔라갤러리 최양원 큐레이터는 ‘전시 서문’에서 정연경 작가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한다.
달항아리의 원형은 사실 불완전함 속에서 완성된다.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자신의 저서 《영혼의 미술관》에서 말했듯, 조선 시대 백자 달항아리는 “표면에 작은 흠들을 남겨둔 채로 불완전한 유약을 머금어 변형된 색을 가득 품고, 이상적인 타원형에서 벗어난 윤곽을 지님으로써 겸손의 미덕을 강조한다.” 작은 흠, 불균질한 유약, 예측 불가능한 변형—이 모든 ‘결함’들이 오히려 달항아리를 특별하게 만든다. 이러한 겸허의 미학은 정연경의 회화와도 깊이 공명한다. 작가 역시 완벽한 형태를 쫓기보다는, 색이 스스로 스며드는 과정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태어나는 우발적 아름다움에 귀 기울인다.

《달을 품다》는 달을 바라보며 품어온 우리의 사랑과 소망을 되묻는 자리다. 그것은 추석의 보름달처럼 충만하면서도, 날마다 다른 얼굴로 떠오르는 달처럼 변화무쌍하다. 전시장에 흩어진 달의 형상들—캔버스 위의 달, 흙으로 빚어진 달항아리, 자개로 빛나는 달, 유리 속 달—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담아낸다. 관람자는 이 달빛의 정원을 거닐며 자신만의 달을 발견할 것이다. 달은 우리의 가장 오래된 동반자이자, 가장 신비로운 타자다. 이 전시는 그 달빛 속에서 우리 자신의 시간을 다시 발견하고, 예술이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 귀 기울이게 한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왜 끝없이 달을 올려다보는가. (전시 서문)

《달을 품다 – 정연경 작가와 달항아리전》는 스텔라갤러리(서울 강남구 봉은사로49길 17)에서 10월 4일까지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