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개국 청년들이 지난 9월 17일 담양 소쇄원을 방문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동남아 각국에서 아트페어 투어에 참가한 이들은 각국 박물관과 예술기관의 큐레이터들로, 지난 8월 30일 개막한 ‘2025 광주비엔날레’에 참석차 방한했다.
초가을 비 개인 소쇄원에서 고즈넉한 정취를 체험한 청년들은 이 독특한 한국 별서정원이 만들어진 내력과 각 공간의 의미, 왜 유명한지 궁금해했다.

특히, 2002년 서울과 파리 자매결연 10주년을 맞아 파리 아클라마타시옹 정원 내에 조성된 〈서울공원〉에서 ‘긴 담장’으로 소개된 담장이 소쇄원의 ‘애양단愛陽壇’을 재현한 것이란 설명에 관심을 나타냈다.
애양단에 담은 철학적 배경 설명에 이어 조선 선비 복장으로 안내한 소쇄원지기 오소후 시인은 “자연 한가운데 세운 소쇄원에서 안팎의 경계가 된 담장은 갖춤의 상징”이라며 “담장이 없다면 속옷을 안 입은 것과 같지 않겠느냐?”고 농담을 던지자 참석자들에게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조선 중종 시기 기묘사화로 제거된 조광조의 어린 제자 소쇄옹 양산보가 은둔자가 되어 두메산골 골짜기에 조선 선비의 이상향을 구현한 내력,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자 한 물아일체物我一體 사상과 철학을 접했다.
오소후 소쇄원지기는 소쇄원 원림에 가미된 사람의 손길,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노래한 마흔여덟 수의 한시, 하서 김인후의 ‘소쇄원 48영’ 중 몇 수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소쇄원 내 두 전각, 제월당과 광풍각이 각각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빛(霽月, 제월), 비 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光風, 광풍)을 뜻한다. 가을비가 지나고 해가 든 딱 맞춤 맞은 날에 왔다”라고 청년들의 방문에 반가운 의미를 더했다.
끝으로 그가 “소쇄원은 비와 바람, 물, 해와 달 등 자연과 우주적 개념이다. 하지만 내가 없으면 우주도 없다. 내가 소중한 만큼 넘치게 세상을 사랑하자”라고 전하자 참가자들은 큰 박수로 호응했다.
이날 동석한 소쇄원 대표 양재혁 이사장은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한국 별서정원의 아름다움과 철학에서 좋은 영감을 받았으면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