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벨비는 9월 13일 이은황, 진영 작가 2인전《 Echoes within 》을 개막했다.

이 전시에 대해 갤러리벨비 윤성지 이사는 이렇게 소개한다.

“이은황 작가가 그려내는 소년은 작가 자신을 투사한 페르소나이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의 그림자다.  <수고했어 오늘도> 시리즈가 마치 각자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려견과 하루를 나누고, 벽을 가득 채운 낙서 속에서 복잡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은 우리의 삶을 비추는 자화상이다.
진영 작가의 ‘앵무새 사람’ 또한 군중 속에서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떠올리게 한다. 환상의 숲 어딘가에서 피아노를 치고, 책을 읽고, 커피와 도넛을 한 입씩 즐기는 그들의 앵무새 가면 안쪽에는 주변의 친숙한 얼굴이 숨어 있다. 모방성과 개별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모습 속에서 동시대인의 삶이 겹겹이 투영된다.”

이은황, 진영 2인전 ' Echoes within'  포스터. 제공 갤러리벨비
이은황, 진영 2인전 ' Echoes within' 포스터. 제공 갤러리벨비

전시에 참가한 이은황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한다. 

“벽 너머로 흘러내리는 시간 위에 아이는 자신의 작은 우주를 펼친다. 사회의 규칙을 상징하는 바닥의 격자 위, 아이는 자유로운 낙서로 존재를 증명한다. 손에 쥔 분필로 무의식적인 수식과 꿈, 평화의 메시지를 새기고, 벽은 무수한 상상과 기억, 내면의 풍경으로 채워진다. 왕관을 쓴 강아지는 동심의 상징이자, 본능적 자아와의 교감이다. 바스키아가 흑인 문화와 역사적 인물에게 왕관을 씌웠듯이, 나는 나의 일상 속 존재들―아이, 반려견, 그리고 추억―에게 왕관을 건넨다. 작품 속에서 왕관은 영웅의 상징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만들어내는 소소한 놀이와 기쁨 위에 놓인다. 세상과 소통하는 아이의 방식은 기존 질서와는 다르지만, 그 경계에서 새로운 상상이 피어난다. 어쩌면 아이와 강아지가 교차하는 시선의 지점, 그곳이 현실과 상상, 혼돈과 질서, 어른과 아이가 만나는 곳이다. 벽에 적힌 ‘KING PLEASURE’ 또한 쾌락과 영웅성의 상징이 아니라, 유년의 낙서 같은 자유와 놀이의 선언이다. 여기서의 왕국은 권력이나 위계가 아닌, 작고 사소한 행복과 희망으로 세워진 즐거움의 왕국이다.”(이은황 '작가노트')

이은황,수고했어 오늘도 - Story wall story, 2025, Mixed media on canvas,  130 x 97cm. 이미지 갤러리벨비 제공
이은황,수고했어 오늘도 - Story wall story, 2025, Mixed media on canvas, 130 x 97cm. 이미지 갤러리벨비 제공

진영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한다.

“하얀 쪽배 달처럼 그리워지는 하루를 반복한다. 차곡히 쌓이는 시간 속, 바람처럼 흩어지는 생각들. 갇힌 채 나는 벗어나고 있다. 푸른 밤, 지금 우리는 여기에 있다. 겹겹이 둘러싸인 나무들, 연못, 거룻배, 그리고 반딧불이가 하나 둘 속삭이며 흐린 빛을 실어 나르고, 누군가 서둘러 달빛 속으로 들어간다. 흐릿한 경계 너머 어딘가 먼 곳. 앵무새 사람들, 무리 지어 가까이 먼 곳으로 흩어진다. 창과 창사이에 행과 불행이 나붓거리고, 무한과 유한 사이에서 사람들은 사이를 건너간다. 우리는 사이 사이에서 잃어버린 추억과 향수를 떠올리고, 지나친다.

무수히 많은 정보들과 무수히 많은 길들을 바라보며, 새로운 길을 가슴에 얹고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에 이름표를 달고 편지를 쓴다. 상상의 저편으로, 무의식의 경계는 가장 깊은 곳에 서 가장 낯설게 마주친다. 꿈속에서, 행복은 꿈인지 모른 채 피어오르고, 가로막힌 장막이 걷히고, 문 턱은 가볍게 스쳐간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그것뿐, 서로를 바라보며 시간 속으로 닮아간다.

진영, 반짝이는 밤 02, 2025, acrylic on canvas, 91X91cm. 이미지 갤러리벨비 제공
진영, 반짝이는 밤 02, 2025, acrylic on canvas, 91X91cm. 이미지 갤러리벨비 제공

시간의 풍선이 어디로 오르는지, 오직 망각만이 알고 있다. 앵무새 사람들과 산비둘기가 의심의 여지없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도넛이 반짝거리고 피아노의 행진곡은 바람을 만들어 보낸다. 빙빙 돌며 바람 너머로 나를 붙잡는다. 자기밖에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반항은 계속된다. 또다시 낯선, 무엇을 원하는 지도 모른 채, 앵무새 가면을 쓴 이들이 불안의 기다림으로 무거워지고, 삶의 오묘한 작업은 온 사방으로 드리운다. 지치지 않는 권태는 언제나 익숙한 길을 바라본다. 먼 곳 어딘가 골짜기에서 나는, 깨어나고 싶다.
유토피아의 가난한 꿈, 내딛는 존재의 발자국, 좁은 다리 위, 생각의 물질이 넘실대고, 우주로 흐른다. 천진난만하게, 아이들의 눈 속으로 헤엄쳐 스미는 순수함 위로 춤추며 노래하고, 생각 너머 어딘가 먼 곳으로 우리는 연결되어 피어난다. 푸른 숲속에서, 네 눈 속으로 나는 풍선을 띄운다. 순간 나는, 멈춰 서서 어딘가에 시선을 옮긴다. 수수께끼의 해답은 비밀에 부치고, 꿈속의 시간으로부터 자유와 강박을 모두 풀어 흩날린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아침 바람의 공원을 어루만지며, 아이들과 웃음꽃으로 창공을 향해 손을 흔든다. ”(진영 '작가노트')

이은황, 진영 2인전 전시 모습. 이미지 갤러리벨비 제공
이은황, 진영 2인전 전시 모습. 이미지 갤러리벨비 제공

이은황, 진영 작가 2인전《 Echoes within 》은 갤러리벨비(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46길 9 행담빌딩1층)에서 10월 4일까지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