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수렵도, 1980, 캔버스에 유채, 23×35cm. 이미지 엄미술관 제공
김영주, 수렵도, 1980, 캔버스에 유채, 23×35cm. 이미지 엄미술관 제공

20세기 초 시대의 압력과 근대적 자각의 교차로 혼돈의 시기를 경험하였던 근현대 작가들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는 K-문화의 시대적 유산이자 원형이다. 엄미술관은 근대 문화유산의 가치 발굴과 보존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한국미술 1세대 모더니스트 7인의 전시를 기획, 한국의 근현대 미술이 가진 저력을 일깨우고자 한다.

엄미술관 10주년 기념 근대미술 7인전 《침묵하는 美的 영혼들》을 9월 9일부터 12월30일까지 개최한다.

곽인식,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물감, 11.5×13cm. 이미지 엄미술관
곽인식, 무제, 연도 미상, 종이에 물감, 11.5×13cm. 이미지 엄미술관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7인의 작가는 남관(南寬, 1911–1990), 김종영(金鐘瑛, 1915-1982), 유영국(劉永國, 1916–2002), 곽인식(郭仁植, 1919-1988), 김영주(金永周, 1920–1995), 류경채(柳景埰, 1920–1995), 배동신(裵東信, 1920–2008)이다. 이들은 모두 1910-20년 사이에 출생한 동 시기의 예술가로서 한국적 아카데믹한 화풍을 수립함과 동시에 서구의 표현주의, 추상미술, 전위미술 등을 토대로 한국미술이 구상에서부터 새로운 경향인 엥포르멜(informel)로 이행하는 데에 독창적인 기여를 하며 한국 현대미술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하였다.

류경채, 묵호(墨瑚)부두, 연도 미상, 종이에 연필, 39.5×50.4cm. 이미지 엄미술관 제공
류경채, 묵호(墨瑚)부두, 연도 미상, 종이에 연필, 39.5×50.4cm. 이미지 엄미술관 제공

엄미술관은 이번 전시에는 7인의 작가와 작품을 통해 매 순간 역경과 고난이었던 한국 현대미술의 도입과 정착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라고 소개한다. 전쟁의 부조리와 고통을 극복해 나가는 여정을 독자적 문자 추상 양식과 데꼴라주 기법을 통해 드러낸 남관의 문자 추상 시리즈, 현대인의 실존적 문제를 테마로하여 형상과 기호의 상징적 화면을 구사한 김영주의 <신화시대>(1990),<얼굴>(1981)과 같은 말년작들, 넓은 면과 단순한 윤곽선으로 표현된 산의 형태로 구상성과 원근감을 부각하는 유영국의 서정적 산수 시리즈 <산>(1990)과 <작품 1>(1993), 그리고 추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형태를 완전히 소멸시키고 선과 면으로 절대적 추상의 세계를 대변하며 인간의 내면을 그린 류경채의 <염원>(1993)과 드로잉 시리즈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유영국, 산, 1990, 캔버스에 유채, 53.2×65cm. 이미지 엄미술관 제공
유영국, 산, 1990, 캔버스에 유채, 53.2×65cm. 이미지 엄미술관 제공

한편, 추상화의 주류에서 벗어나 한평생 수채화라는 독립 장르를 통해 색과 빛을 통해 동양의 사의성을 드러낸 배동신의 <무등산>(1960~75) 및 <항구>(1975~85) 연작들과 이번 전시의 유일한 조각 작품인 김종영의 <나무>(1981)도 감상할 수 있다. <나무>는 김종영의 전성기로 일컬어지는 불각시대(1973~1982)의 작품으로서 서구의 미니멀리즘의 원리에 동양의 불각사상을 결합한 독자적인 조형미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밖에도 이차원의 평면에서의 물성탐구를 통해 평면 추상에 깊이감의 층위를 드러낸 곽인식의 작품이 대거 소개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점들이 화면 전체를 뒤덮는 올 오버(All-over)적 구성과 서로 스미듯이 겹쳐진 점들을 통해 종이의 표면 너머에 있는 공간감을 드러내는 다수의 판화 연작이 포함된다.

근대미술 7인전
근대미술 7인전 "침묵하는 美的 영혼들" 1층 전시 모습. 사진 엄미술관 제공

엄미술관 진희숙 관장은 “엄미술관은 2016년 개관 이래 오늘날 한국미술의 토대와 근간이 되는 근현대 시기의 작가들의 미술사적 가치를 주목해왔다. 이번 엄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이 한국 1세대 모더니스트 작가들의 잊혀가는 업적과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하고 한국미술에 내재된 미적 가치와 정신성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