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매개로 한 감각의 민주화
관객과 함께 만드는 예술의 식탁

서울 성북구 독립 전시공간 유영공간이 8월 27일 개막한 2025 유영공간 공모 선정 기획전 《Mmm!》는 6인의 작가가 참여하여 일상에서 가장 친숙한 음식 중 하나인 ‘빵’을 예술적 매개로 삼아 관객과의 감각적 소통 방식을 다채롭게 확장한다. 참여작가는 나빈, 서연진, 석지아, 이명진, 이채원, 장경린 6명.

전시 장면. 사진 유영공간
전시 장면. 사진 유영공간

‘Mmm!’라는 전시명은 무언가 맛있을 때 무심코 흘러나오는 소리이자 즐거움과 몰입의 순간에 터져 나오는 감각적 숨결을 닮았다. 기획자 오상은은 “빵 굽는 과정과 작품 제작의 시간을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며 미술 경험을 좀더 평등하고 개방된 방식으로 제시하고자 했다”라고 밝힌다. 전시는 ‘집’이라는 공간적 메타포를 바탕으로 관객을 ‘관람객’이 아닌 ‘손님’으로 맞이함으로써 유영공간이 원래 지녔던 생활의 흔적과 빛, 촉감을 살려 환대의 장을 연출한다.

이번 전시에서 ‘빵’은 단순한 주제가 아니라 예술로의 문턱을 낮추는 장치다. 발효, 기다림, 변화가 켜켜이 쌓이는 빵 만들기의 과정은 작품 제작과 닮아 있다. 전시 참여 작가들은 이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전시 장면. 사진 유영공간
전시 장면. 사진 유영공간

나빈 작가는 일상의 사물과 음식이 놓인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해 기억 속 공기와 촉감을 소환한다. 서연진 작가는 AI와 3D 프린팅을 통해 시각·촉각을 자극하는 입체 설치를 선보인다.

석지아 작가는 물감을 쌓고 떼어내는 물리적 행위로 관계의 균형과 불균형을 은유하며, 이명진 작가는 조합토로 만든 모듈형 기둥을 통해 건축과 빵 쌓기의 구조적 리듬을 연결한다. 이채원 작가는 발효와 곰팡이 변화를 거치는 빵도자기를 통해 생명의 순환과 무해한 변화를 전시장 안에서 체험하게 한다. 또한, 전시 진행자로 참여하는 장경린 작가는 참여자의 오감을 일깨우고 이를 창작의 기쁨과 연결하는 워크숍 <미각미감>을 연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며 기획의 완성도를 높인다.

전시 모습. 사진 유영공간
전시 모습. 사진 유영공간

관객 참여형 워크숍으로 오는 9월 6일(토)에는 장경린의 〈미각미감2 : 아상블라주〉가 열려, 관객이 직접 빵과 스프레드를 조합해 맛의 경험을 시각적 결과물로 재구성한다. 색과 형태로 번역한 뒤 함께 시식하며 상상과 현실의 간극을 나누는 과정이 진행된다.

8월 30일(토)과 9월 31일(일)에는 이채원의 〈빵도자기 : 소멸레시피〉가 진행되어, 개인이 가져온 재료를 더한 밀가루 반죽을 오븐에서 굽고, 발효와 변화를 관찰하며 ‘레시피’로 기록한다.  두 워크숍 모두 유료. 만 18세 이상 참여자에 한해 예약으로 신청 가능하다.

전시 장면. 사진 유영공간
전시 장면. 사진 유영공간

《Mmm!》는 관객을 작품 속으로 초대하며, 빵과 예술이 만나는 식탁 위에서 감각의 민주화를 실험한다. 누구나 들어와 함께 머물고, 나누고, 맛보는 순간 속에서 전시는 완성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뒤, 입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남기를 바란다. “Mmm!”

2025 유영공간 공모 선정 기획전 《Mmm!》는  9월 7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