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은 단순히 미용상의 문제가 아니다. 비만 자체가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여러 건강 문제의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비만 환자들은 건강을 위해 반드시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 하지만 식이조절과 운동을 시도해도 쉽게 체중이 줄지 않고, 요요현상으로 좌절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때에는 좀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비만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최근 ‘위고비(Wegovy)’는 비만을 치료하는 약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고비는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성분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원래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었지만, 식욕 억제 및 포만감 유도 작용을 통해 체중 감량 효과가 탁월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비만 치료제로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미국 FDA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이후 여러 국가에서 처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위고비는 뇌의 식욕 조절 중추에 영향을 미쳐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고, 소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도록 한다. 단순히 먹는 양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식습관 자체를 조정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기존에 식사량은 많은데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폭식 습관이 있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위고비는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약은 아니다. 전문의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사용 대상은 주로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 혹은 27 이상이면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등 비만 관련 합병증이 있는 사람 등이다. 최근 12세 이상의 청소년까지 사용 대상이 확대되었긴 하지만 실질적인 적용 여부는 의사의 판단을 통해 결정된다.
약물 치료인 만큼 부작용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메스꺼움, 복부 팽만, 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 증상이다. 주로 용량을 서서히 늘려가는 초기 단계에서 많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 점차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드물게 췌장염, 담낭 질환, 갑상선 문제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치료 중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위고비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생활 습관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단백질 위주의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식사 시간을 충분히 가져 천천히 먹고, 저혈당지수 음식을 선택하는 식이 습관은 위고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야 위고비가 체중 감량뿐 아니라 전반적인 대사 건강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위고비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는 만능약은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의 건강 상태나 병력, 현재 복용 중인 약물에 따라 적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며, 약물 간 상호작용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위고비 사용 전에는 전문의와의 면밀한 상담이 선행돼야 하며, 치료 목표 설정부터 추적 모니터링까지 전 과정에서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글: 수원 유레카내과 인석환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