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더나은내과 박종훈 대표원장
성남 더나은내과 박종훈 대표원장

고혈압은 흔히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20~40대 젊은 층에서도 고혈압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본인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단순한 피로나 컨디션 저하로 여기기 쉽고, 젊다는 이유로 병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방심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더라도 혈관 내부를 서서히 손상하기 때문에 ‘조용한 살인자’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높은 혈압이 지속되면 혈관벽이 약해지고, 심장이나 뇌, 신장 등 주요 장기에 부담을 주면서 결국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만성 콩팥병, 실명 등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혈압은 완치되는 병이라기보다 평생 동안 조절하며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혈압 수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수치가 장기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한 번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즉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시간이 지나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병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도 고혈압 예방과 조절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짜게 먹는 습관을 줄이고, 인스턴트 식품이나 배달 음식, 자극적인 음식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바나나, 토마토, 감자, 우유, 시금치 등 칼륨이 풍부한 식품은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 운동 역시 중요하다. 주 3~5회 정도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면 혈압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심폐 기능도 함께 향상된다. 근력 운동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주 2~3회 정도 실시하는 것이 적절하다.

혈압은 하루 중에도 수시로 변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최소 5분 이상 안정을 취한 후, 1~2분 간격으로 2~3회 반복해 재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로하거나 긴장된 상태, 식사 직후 등은 측정 결과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병원에서 한 번 측정한 결과만 믿고 안심하기보다는, 정기적으로 스스로의 혈압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고혈압의 진단 기준도 더 엄격해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보았지만, 현재는 130/80mmHg만 넘어도 위험 신호로 간주한다. 특히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신장질환 등을 함께 앓는 사람들은 더 낮은 목표 혈압을 유지해야  한다. 일반인 역시 고혈압 전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초기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거나,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일부에서는 고혈압약을 장기 복용하면 건강에 해롭다고 오해하여 스스로 복용을 중단하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고혈압 약물치료는 단순히 수치를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심장과 뇌, 신장 등 주요 장기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치료다. 민간요법이나 자연치유에만 의존하다가 병이 악화하는 경우도 많다. 약물 복용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약 없이 버틸 수 있는 병도 아니다. 결국 약물치료, 생활습관 개선, 정기적인 모니터링 이 세 가지가 균형 있게 병행되어야 고혈압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고혈압은 방치하면 매우 위험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충분히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혈압에 이상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자신의 혈압 상태를 확인해보아야 한다. 고혈압은 처음부터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다. 심근경색 같은 합병증이 생긴 후 치료를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 당장 자신의 혈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 성남 더나은내과 박종훈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