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축복' 공연 포스터. 제공 공연창작소 숨
연극 '축복' 공연 포스터. 제공 공연창작소 숨

공연창작소 숨의 연극 <축복>(원작 루 쉰, 연출 정욱현, 각색 이주영)은 루신의 소설 <아Q정전>을 하이브리드 인형을 결합한 연극으로 각색하였다. 인형과 배우가 아우르며 선사하는 묘미와 감흥은 물론이고, 과거와 현대를 관통하는 특별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무대는 20세기 초 중국. 청나라의 멸망과 함께 새로운 중화민국의 부패와 내전으로 점철된 당시,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중국의 유교 사상 잔재가 그 후예들에게 어떤 사상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그려낼 예정이다.

샹린댁은 봉건 예교의 억압과 착취에 시달리는 가난한 농가집 여인이다. 남편이 죽은 후 시어머니는 그녀를 몇 푼 받고 다른 곳에 팔아넘기려고 했다. 두려웠던 샹린택은 시댁을 나가 루씨 집안의 하녀가 되었다. 하녀가 된 그녀는 온갖 멸시와 학대에 시달렸다. 얼마 되지 않아 시어머니는 그녀를 찾아왔다. 시어머니는 그녀가 일하면서 번 모든 돈을 뺏어갔고 그녀를 허씨 집에 팔아 결혼시켰다. 허씨 집안의 남자와 결혼했는데 그 남자는 순박하고 성실한 농민이었다. 샹린댁은 곧 아들 아마오를 낳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남편이 장티푸스의 재발로 사망했고, 얼마 가지 않아 아들 아마오가 이리에게 잡아먹혔다. 이 충격으로 샹린댁은 마치 걸어 다니는 시체와 같이 변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개가했던 것이 죄라고 하고, 그녀가 사찰에 문턱을 하나 지어 시주함으로써 사죄하지 않으면 죽어서 음지에 버려져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샹린댁은 힘들게 돈을 얻어 사찰에 문턱을 지었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멸시하고 차별했다. 결국 그녀는 거리를 거닐며 구걸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고, 일년에 한 번 있는 축복의 폭죽소리가 울려퍼질 때 길가에서 굶어 죽는다.

이 연극 연출을 맡은 정욱현 연출은 기획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왜 보고만 계셨나요?”
일면식 없는 누군가 어려움에 빠져 당신에게 이런말을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내가 왜?”
“내 책임도 아니잖아”
“도와줄 걸 그랬나?”
“찝찝하네...”

우리는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원하지만, 어려운 순간이 다가올 때는 행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공연이 강요가 아닌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순간이길, 그리고 샹린댁이 축복받는 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연극 '축복' 출연진. 이미지 공연창작소 숨
연극 '축복' 출연진. 이미지 공연창작소 숨

연극 <축복>은 202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공연은 오는 7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