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이 자연 '에어컨'이 되어 주고 힘찬 생명력을 체험할 수 있는 전남 장성 편백숲. 사진 국립장성숲체원.
푸른 숲이 자연 '에어컨'이 되어 주고 힘찬 생명력을 체험할 수 있는 전남 장성 축령산 치유의 숲. 사진 국립장성숲체원.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본격화되기 전 도시의 소음과 스트레스로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6월 가장 아름다운 초록빛으로 물든 숲길을 따라 걸으면 울창한 나무들이 자연의 에어컨이 되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힘찬 생명력으로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면역력과 심신안정을 선물한다. 연구에 따르면 숲에서 보내는 15분 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수치가 감소한다고 발표되었다.

시원한 그늘과 완만한 경사, 청량한 계곡 환경과 편의시설, 안정성을 고려해 권역별로 선정한 대한민국 명품 숲길 6곳에서 가족, 연인, 친구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자.

도심 속 비밀정원, 북한산 둘레길(서울)

북한산 7구간 옛성길. 사진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 갈무리.
북한산 7구간 옛성길. 사진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 갈무리.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도심 속 숲길의 매력은 북한산 둘레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1개 구간으로 구성된 이 길 중에서도 초여름에 특히 빛나는 곳은 4구간 ‘솔샘길’ (북한산생태숲 앞~정릉주차장)과 7구간 ‘옛성길’이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만들어내는 울창한 숲은 도시의 소음을 차단하고 자연의 소리만을 들려준다.

4구간은 소나무가 무성하고 맑은 샘이 있어 ‘솔샘’이라 불리며 총 2.1km, 약 1시간 코스이다. 7구간은 유일하게 성문을 통과하는 구간으로, 조선시대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여 축성된 탕춘대성을 지나며 유서 깊은 도읍의 향기를 풍긴다. 전망대에서는 보현봉을 시작으로 문수봉, 비봉, 향로봉, 족두리봉 등 여러 봉우리와 북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리는 총 2.7㎞이며,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북한산 둘레길의 가장 큰 매력은 접근성이다. 지하철과 버스로 쉽게 도착할 수 있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북악스카이웨이와 연결된 구간에서는 숲의 평온함과 서울 도심의 파노라마 전망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동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 (경북 영양)

동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 사진 산림청 영덕국유림관리소
동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 사진 산림청 영덕국유림관리소

하얀 자작나무 줄기와 초록빛 잎사귀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은 마치 동화 속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2020년 국유림 명품 숲으로 지정된 이곳은 약 30ha 규모로, 30년 이상 인간의 간섭 없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왔다.

이 숲의 특별함은 기온에 있다. 울창한 숲과 높은 지대 덕분에 외부보다 평균 3도 낮은 온도를 유지해 '자연의 에어컨'이라 불릴 만큼 쾌적하다. 지난해 연말 조성된 친환경 데크와 자작나무 숲길 주차장에서 무료로 운행되는 친환경 전기차 서비스는 노약자나 어린이도 편안하게 숲을 만끽할 수 있게 한다.

영덕국유림관리소 김호근 소장은 “숲길을 방문하는 이용객들이 천연 냉방 속에서 즐기는 산림욕을 통해 일상의 무게를 모두 내려놓고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리산 법주사 세조길 (충북 보은)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리산 법주사 세조길. 사진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 갈무리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리산 법주사 세조길. 사진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 갈무리

속리산 법주사 세조길은 수백 년을 버텨온 거대한 참나무와 소나무들이 만들어낸 녹음 터널이 압권이다. 세조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속리산을 찾아와 걸었다는 곳으로 세심정 방면으로 향하면 세조가 피부병을 치료하였다는 목욕소가 나온다.

이 길의 가장 큰 매력은 평탄한 지형과 천년고찰 법주사와의 조화이다. 문화재와 자연이 어우러진 이 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안을 찾게 해준다. 법주사 일주문부터 세심정까지 2.4km 숲길이며, 오르막길이 없어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면 갔다올 수 있다.

법주사 앞을 적시며 흐르는 달천에서 상류 계곡까지 자연이 만든 계곡을 따라 걸으면 온통 푸른 숲이 햇빛을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과 계곡물이 청량한 시원함을 전한다. 또한, 법주사는 국보가 가장 많은 곳으로 두 마리 사자가 석들을 받치고 있는 쌍사자 석등, 돌로 만든 연못 석련지 등 문화유산을 접할 수도 있다.

특히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이 길은 울창한 숲이 만들어내는 자연 터널 아래로 걸으며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치유의 향기로 가득한 푸른 성소, 장성 축령산 편백숲 (전남 장성)

푸른 숲이 자연 '에어컨'이 되어 주고 힘찬 생명력을 체험할 수 있는 전남 장성 편백숲. 사진 국립장성숲체원.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숲. 사진 국립장성숲체원.

전국 최대 조림성공지에 조성된 편백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는 장성 축령산은 '치유의 숲'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피톤치드가 가득한 곳이다. 산림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故 춘원 임종국 선생이 평생을 바쳐 조성한 이 숲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자연이 선사하는 치유의 공간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해소와 면역력 증진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숲길을 따라 흐르는 계곡물 소리와 새소리는 자연의 BGM이 되어 방문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아침 일찍 방문하면 안개에 싸인 신비로운 편백숲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천년의 지혜가 흐르는 길,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 (경남 합천)

천년의 지혜가 흐르는 길,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 사진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 갈무리.
천년의 지혜가 흐르는 길,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 사진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 갈무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해인사부터 최치원의 정자 농산정과 칠성대, 낙화담까지 만나는 ‘가야산 소리길’은 천년고찰의 정취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특히 6월 초에는 산철쭉이 만개하여 숲길에 화려한 색채를 더한다.

탐방로는 소리길 입구부터 농산정, 농산정부터 길상암, 길상암부터 영산교 3구간으로 구분되며 총 6km 전 구간을 완주하는데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이 길은 마음의 번잡함을 씻어내는 듯한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팔만대장경을 품은 해인사의 역사적 무게감과 자연의 생동감이 조화를 이루어 걷는 이에게 깊은 사색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화산섬의 원시적 생명력, 사려니숲길 (제주)

화산섬의 원시적 생명력, 사려니숲길. 사진 한국관광공사
화산섬의 원시적 생명력, 사려니숲길. 사진 한국관광공사

사려니숲길은 제주의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이며, 비자림로를 시작으로 물찻오름과 사려니 오름을 거쳐가는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다. 이 길의 가장 큰 특징은 붉은 화산송이로 이루어져 맨발로 걸으며 제주의 원시적인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려니’는 신성한 숲 또는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라는 뜻으로, 숲길을 거닐면 상쾌한 삼나무 향에 포개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삼나무 외에도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서식하기 때문에 오소리와 제주족제비, 팔색조와 참매 등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덕분에 한낮에도 시원한 그늘이 형성되어 여름 산책에 이상적이다.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어린이나 노약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으며, 곳곳에 설치된 휴식 공간에서 여유롭게 쉬어갈 수 있다.

제주의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인 사려니 숲길.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주의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인 사려니 숲길. 사진 한국관광공사.

초여름 숲길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통풍이 잘 되는 기능성 소재의 옷과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가벼운 트레킹화를 준비하고, 물과 모자, 선크림, 벌레 기피제는 필수이다.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도 중요하다. 지정된 탐방로만 이용하고, 야생 동식물을 함부로 만지거나 채취하지 않도록 한다. 다른 탐방객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소음을 자제하고, 모든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 오는 지구시민의 마음이 필요하다.

방문 전에는 날씨 예보와 함께 입장객 수 제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일부 국립공원이나 수목원은 사전 예약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미리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족, 연인, 혹은 홀로 떠나는 여행이든, 이번 주말에는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 자연의 숲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