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출판학회가 제47회 정기학술대회를 열어 디지털과 AI로 인한 출판 현장의 변화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독립출판·자가출판·구독형 서비스·독자 참여형 출판 등 최근 새롭게 떠오른 출판 흐름을 조망한다.
5월 23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학지사 마인드월드빌딩에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출판 형태의 변화와 다양성’을 대주제로 한다.
한국출판학회 고문인 노병성 협성대학교 교수가 기조강연을 통해 “AI 기술이 출판산업의 전 영역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출판의 본질은 사상과 지식,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것”임을 역설할 계획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AI가 맞춤형 콘텐츠 제작, 빠른 시각 효과 구현 등에 기여해 시장을 과학화하는 동시에 인간과 AI가 협업해 출판의 지속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며 업계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할 전망이다.
이어 발제 세션에서는 변화하는 출판 현황과 미래 전망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먼저 ‘독립출판의 가능성과 미래’를 주제로, 이승환 한림대학교 교수(한국출판학회 연구이사)가 최근 1인 출판이나 소규모 공동체가 직접 책을 만드는 독립출판 사례를 살펴보며 변화하는 출판 생태계를 분석한다. 이 교수는 “독립출판이 초기에는 특정 장르나 소수 취향에 머무르는 듯했지만, 이제는 문학·에세이·전문서적까지 영역을 확장해 전통 출판사의 빈틈을 채우고 있다”라면서,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담아 소량 인쇄가 가능한 기술 발전이 이를 가속화한다고 짚을 예정이다.
‘문학분야 자가출판 현상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조정미 상명대학교 학술연구교수(한국출판학회 이사)는 “특히 문학 분야에서 자가출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밝히며, 종이책·전자책 가릴 것 없이 국내외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자가출판이 새로운 기획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설명한다. 글을 쓸 재능은 있으나 기성 출판사와 쉽게 연결되지 못하는 무명 작가들에게 자가출판이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제작 자금과 독자 네트워크를 동원해 출판 기획 단계에서부터 독자와 만나는 ‘보텀업’ 방식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문화·산업적 의미를 재조명할 계획이다.
세 번째 발제인 ‘구독형 출판 서비스의 확장과 가능성’에서는 문지혜 인천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한국출판학회 이사)이 “책도 이제 더는 소유의 개념이 아닌 구독을 통해 ‘접근’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자책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 리디셀렉트, 크레마클럽, Sam 등이 확산되면서 독자들이 무제한으로 여러 콘텐츠를 접하는 구조가 갖춰졌다는 것이다. 그는 “독자가 매달 일정 요금을 내면 다양한 분야의 전자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라는 특징을 짚으며, “이러한 구독형 모델이 출판산업 전반의 유통 구조와 독서 문화를 바꿀 핵심 흐름”이라고 내다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뉴스페이퍼 이민우 대표(한국출판학회 홍보이사)가 ‘독자 참여형 출판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다양한 사례를 공유한다. 독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책 제작을 후원하거나, 콘텐츠에 아이디어를 보태 공동 집필을 진행하는 등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출판 형태가 속속 등장하는 흐름을 짚어볼 계획이다. 그는 “웹툰·웹소설에서 독자 투표를 통해 결말이 결정되는 식의 상호작용이 전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라며 “독자가 단순 소비자가 아닌 ‘공동 창작자’로 거듭나는 출판 생태계가 머지 않았다”라고 평가한다.
이번 정기학술대회와 관련하여 김희주 총무이사(한국출판학회)는 “AI시대, 새로운 형식의 출판이 속속 등장하면서 독자의 역할 역시 달라지는 만큼, 학계와 업계, 그리고 독자 커뮤니티가 함께 고민하고 협업할 지점이 많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한국출판학회 김진두 회장은 “출판이 책이라는 물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플랫폼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을 학계·업계가 함께 점검하고 진단해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종이책과 디지털, 그리고 다양해진 출판 형태가 서로 대립하기보다 공존하며, 독자 개인의 욕구와 관심사에 발맞춘 출판 서비스가 업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도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출판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한가. 동시에 협업과 기술이 가져다줄 새로운 가능성과 고민거리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이런 화두를 놓고 열릴 한국출판학회 제47회 정기학술대회는 “책의 진화가 곧 출판 산업의 진화”라는 메시지를 선보이며 출판계 내부와 독자 공동체를 아우르는 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