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사막의 밤 오아시스. 사진 AI생성이미지.
중앙아시아 사막의 밤 오아시스. 사진 AI생성이미지.

텅 빈.

대상들 
제 갈 길 다들 떠나
사연들만 덕지덕지 붙은
saray(사라이) 흙 벽돌에
사막 땅거미 
스밀 때.

노을 진 모래바람들
사막풀 가시에 찢겨
날 세우고 
쌍봉낙타떼처럼 몰아쳐
피먼지들 쏟아 낸다.

사내.
나무 밥상에 
팔뚝 괴고
사막 너머로
먼 먼 고향길 찾아가다
허기에 고개 떨군다.

나이 든 아내가 손질해 말려
보따리에 들려 준
양고기 조각들
해 넘긴 지 오래다.

갈 지 모를 고향
볼 지 모를  아내
떠올리며.
아껴둔 고기 한 조각 잘라
씹고 씹고
신물 나도록 씹는다.
초생달
머리 꼭대기 지나
서녘 모래산에 걸릴 때 까지
씹고 또 씹는다.
아내 손 맛 
아껴 아껴 다시느라.

그마져 없다면.

막막 空에서
그 業마져 풀려 내면
어찌나 견딜까?

볼 지 모르지만,
볼 때 까지 

악물고 버텨내야 하니까.

               - 윤 명 철 
 2025. 05.09  사마르칸드의 한 밤 키질 사막의 saray  떠올리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 키질 사막에 선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 사진 본인 제공.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 키질 사막에 선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 사진 본인 제공.

한국고대사 역사학자로 동아지중해이론의 대가인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가 먼 옛날 사막을 건너 오가며 너무나 먼 동서의 문화를 잇던 대상들의 심정을 이입해 사막의 밤하늘을 보며 소회를 보내왔다. 그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국립대학교에서 인류학 석사과정 강연을 하기 위해 머물고 있다. 칠순에도 고대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었던 중앙아시아 현지 대학에서 역사와 문화교류를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