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절.
그 승僧.
그 날.
그 밤.
전각 뒤 몸 숨긴 소쩌귀
法 치는 목탁
비비는 손바닥서 떨어지는 업장들
선방 창호지 뚫는 죽비
그믐 날 寅시 하늘 태우는 별똥들
남 몰래 묻고 온 사연들.
그 소리들.
두루 두루 모여드는
칠흑
전각 대청마루 바닥.
선 졸음기 접지한
결과부좌한 등짝들
까맣게 내리치는
선승
오죽烏竹 소리.
도량석 도는 행자승
'지심귀명례' 에 섞여
산 절
묵은 때
파르라니 깍아 내던.
그 절.
그 날 들.
이제
그 숱한 인연들 다 끌어안고
소신하네.
인간들이 불 붙여
타오른 산불에
산과 한 몸 돼
묵묵히
법신공양하네.
300 년 묵은 기와장들
녹청 이끼로 살린
무수한 인연들.
재티로 승천하네.
망忘
번뇌.
집執도 착着도
업業마저도
뉜지 모르는 불 질에
무無 되버리네.
피彼도 차此도 아닌
집執도 탈脫도 아닌
그렇다고
간間이 아닌걸
알아가는
즈음.
그 절.
그 날.
그 마음들까지.
잿티로 날려
사그라지며
절명 내지르네.
묘妙.
*아. 고은사가 소천합니다.
- 윤 명 철

경북 의성과 울산 울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거센 바람을 타고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4시 50분 경 경북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의 천년고찰 고운사가 화마로 인해 전소되었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1년(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윤명철 역사학자, 동국대 명예교수, 우즈베키스탄 국립사마르칸트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