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리에서Ⅴ,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53x72.7cm. 이미지 김용주
종달리에서Ⅴ,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53x72.7cm. 이미지 김용주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의 풍광을 시각화하는 서양화가 김용주 작가는 최근에는 ‘제주 바다’의 생명력을 작가의 의도대로 해석하고 격정적으로 재현해 내는 회화적 실험을 보여 주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다와 바람의 안식처인 ‘새’이다.

해풍이 부는 제주 동쪽 바다에 가면 물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새는 춥지도 않은지 바람 부는 방향대로 앉거나 서 있었다. 사실 제주의 바람은 하도 거세게 불어서‘살을 할퀴고 지나간다’고 한다. 바람이 지독하게 불어대도 새들은 끄떡없이 자신의 몸을 지탱하면서 버틴다. 살아 있음으로 인해 견뎌내는 것이다. 바람은 새의 안식처이다.

고성리에서Ⅰ, 20254, 캔버스에 아크릴, 먹, 33.4×90.9cm. 이미지 김용주
고성리에서Ⅰ, 20254, 캔버스에 아크릴, 먹, 33.4×90.9cm. 이미지 김용주

작가는 “나도 새처럼 바람에 맞서며 살아가련다. 바람에 마주하는 새를 그리는 것. 마치 내 모습을 그리는 것 같다”라고 한다.

아라갤러리(관장 이숙희)에서 4월 21일(월) 개막하는 서양화가 김용주의 제17회 개인전 《바람 부는 바다》에서는 2025년도에 제작한 제주 바다 16점을 볼 수 있다. 이 전시의 출품작은 행원리, 하도리, 종달리, 고성리, 시흥리로 이어지는 바다와 새를 모티브로 한다. 새의 모습을 자신의 삶과 비유하여 나타내었다. 또한 검은 바위와 물결, 그리고 물새를 아크릴물감과 먹을 사용하여 수묵화의 느낌을 살려 표현했다.

하도리에서Ⅰ,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40.9×53cm. 이미지 김용주
하도리에서Ⅰ,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40.9×53cm. 이미지 김용주

김용주 작가는 이번 작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하도리 바닷가에서 물새들을 본다.
어떤 날은 줄지어 쪼로로 행진하듯 헤엄쳐 달리고, 어떤 날은 모의하는지 모여서 소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 사회처럼 물새들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나 보다.
며칠 전 칼바람 불던 날, 새들이 어떻게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갔는데 날개를 꼭 닫고 오똑 서서 바람 속에 그냥 있는 게 아닌가! 추울 때도 옷깃 여미고 나가서 견뎌야 하는 우리들처럼 보여서 동지를 만난 듯 한동안 있었다. 새 한 마리가 갸우뚱 서 있는 그림을 보고 아내가  “저거 당신 같아. 떡 허니 서 있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보이잖아.” 처음에는 내가 그냥 그렇다고 하는 말에 수긍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참, 나를 보는 듯하다. ‘사실 내가 그렇지. 어깨 떡 세워도 그냥 그렇지 뭐.’
그냥 그렇지만 바람 불어도 웅크리면서 견디는 저 새처럼 그렇게 살지 뭐.
새들이 더 반갑네. (2025. 4. 하도리 바닷가에서)

종달리의 아침Ⅰ,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50x100cm. 이미지 김용주
종달리의 아침Ⅰ,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50x100cm. 이미지 김용주

제주에서 태어난 김용주 작가는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후 제주에서 교편을 잡다가 1990년부터 서울에서 중등미술교사로 재직하였다. 2017년 퇴직하여 고향으로 돌아와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하도리에서Ⅱ,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24.2×33.4cm. 이미지 김용주
하도리에서Ⅱ,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24.2×33.4cm. 이미지 김용주

총 17회의 개인전과 제4회 제주비엔날레 <아파기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를 비롯한 다수의 단체전을 통해 제주의 자연을 선보여 왔다. 현재 한국미술협회제주특별자치도지회, 한라미술인협회, 창작공동체우리, 초록동색 회원.

종달리에서Ⅳ,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45.5x45.5㎝. 이미지 김용주
종달리에서Ⅳ,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45.5x45.5㎝. 이미지 김용주

김용주 작가 제17회 개인전 《바람 부는 바다》는 아라 갤러리(제주시 간월동로 39)에서 4월 30일까지 열린다.

종달리에서Ⅶ,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33.4×90.9cm. 이미지 김용주
종달리에서Ⅶ, 2025, 캔버스에 아크릴, 먹, 33.4×90.9cm. 이미지 김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