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지안 작가는 ‘자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개를 활용해 빛과 시간의 흐름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바다에서 얻은 자개를 활용해 수천 개 빛의 조각들을 하나로 엮어낸다.
이러한 류지안 작가의 작업을 볼 수 있는 전시가 4월 10일 스텔라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자개 예술가 류지안 개인전《Infinite Wave Part 2》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 전시에 이어 ‘파동’을 주제로 확장하며, 자개의 오묘한 빛이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움직임과 그 안에 담긴 시간의 흔적을 조명한다.
자개는 공예품이나 장신구로 만들기 위해 가공한 조개껍데기를 말한다. 자개는 빛의 각도와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며, 마치 파도가 끝없이 밀려오고 사라지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스텔라갤러리 최양원 큐레이터는 류지안 작가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한다.
“자개는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언어다. 전복, 소라, 조개의 내부에서 발견되는 자개의 빛은 각도와 조명에 따라 끊임없이 변주되며, 마치 시간을 따라 유영하는 듯하다. 이 빛은 단순한 물질적 속성을 넘어, 시간을 품은 기억의 흔적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다. 자개가 품고 있는 오색의 빛은 보는 이의 시선과 움직임에 따라 끝없이 달라지며, 존재의 유동성을 상기한다.
‘Infinite Wave’라는 전시 제목은 이러한 자개의 속성을 완벽하게 함축한다. 빛의 파동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물리적 경계를 초월해 공간을 확장한다. 작가는 자개의 조각을 이어 붙이며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시각화한다. 크기와 형태가 제각기 다른 조각들은 개별적이면서도 하나의 유기적인 질서를 이루며, 공존과 연결의 의미를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 인간과 자연, 기억과 감각의 관계를 탐구하는 행위다.
한국 전통문화에서 자개는 단순한 장식적 소재가 아니라 재생과 치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자개가 지닌 고유의 빛은 정신을 맑게 하고 화를 누그러뜨리는 성질을 지닌다고 믿어졌으며, 풍요와 다산,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통적 가치관은 작가의 손길을 통해 현대적 언어로 재탄생한다. 그의 작품 속 자개는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매개체로서 기능한다.
특히 작가의 작품 세계는 한국적 미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조선의 달항아리가 그러하듯, 그의 작품에서도 완벽함은 필수가 아니다. 오히려 불규칙한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유기적인 균형을 이루는 모습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은유한다. 달항아리의 곡선이 그러하듯, 작품 속 자개는 균형과 불균형 사이에서 미묘한 긴장을 유지하며 불완전함 속의 완전함을 추구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MOONLIGHT> 시리즈와 함께 새로운 신작들을 선보인다. 자개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작품들은 공간 속에 빛의 흐름을 시각화하며, 관람객에게 빛과 시간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스텔라갤러리 샐리 박 대표는 “류지안 작가의 작품은 자개라는 한국 고유의 재료가 지닌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예술 언어로 표현해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라며, “아름다운 빛을 따라가며 각자의 감각과 생각을 새롭게 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자개 예술가 류지안 개인전《Infinite Wave Part 2》는 스텔라갤러리(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49길 17)에서 4월 30일까지 열린다.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