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혁 지음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표지(입체). 이미지 현암사
장래혁 지음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표지(입체). 이미지 현암사

2024년 학술 플랫폼 DBpia에서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교수가 쓴 '도파민이 터지는 세상에서 나는 왜 우울한가'라는 글이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높은 조회수는 곧 우리 시대에 뇌과학에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장래혁 교수가  첫 책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현암사, 2025)를 출간했다. 저자는 제목에서처럼 우리는 현재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이 없이는 하루도 살아가기 어렵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종일 SNS와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며, 자기 전까지 디지털 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의 뇌는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채, 단순한 정보 소비 기계로 전락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어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클릭 한 번이면 무수히 많은 선택지가 제공된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선택은 점점 더 피상적으로 변하고, 주체적인 사고보다는 다수가 선택한 길을 따르는 것이 익숙해지고 있다. 디지털 중독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집중력을 잃고 있으며, 짧고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깊이 있는 사고를 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정보 과잉 속에서 우리는 ‘나’라는 존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는 존재를 잃어가는 ‘나’를 되찾도록 안내한다. 지금, 여기서 우리는 멈추고 질문해야 한다. 당신은 계속 정보의 종속자로 살 것인가, 아니면 이를 활용하는 주인이 될 것인가? 우리는 정보의 노예인가, 주인인가? 그리고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뇌가 정보에 종속되지 않고, 반대로 정보를 활용하여 더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표지(평면). 이미지 현암사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표지(평면). 이미지 현암사

‘당신이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지’ 질문하게 하는 이 책에서 장래혁 교수는 우리가 쉽게 접하는 뇌과학 개념들을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한다.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우리 감정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 뇌과학적 관점에서 본 현대인의 수면 패턴, 그리고 MBTI가 왜 이토록 열풍을 일으키는지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아울러 저자는 단순히 현대 뇌과학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선조들의 생활방식과 식습관이 두뇌 건강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탐구하며,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다시 적용해 볼 수 있는 지혜를 제시한다. 전통적인 생활방식과 최신 뇌과학의 접점을 찾아 어떻게 하면 좀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취지다. 뇌과학 지식을 얻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뇌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뇌를 잘 활용할 것인지에 더 비중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는 도파민 과잉 시대, 진정한 '뇌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필독서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게다.

장래혁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인의 전통적인 생활방식과 독창적인 식문화가 인간의 두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새롭게 조명한 점도 흥미롭다. 뇌과학으로 풀어본 한국인의 전통 생활방식과 식문화라고 할 만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비빔밥과 젓가락 사용. 세계적으로 맛과 건강 측면에서 주목받는 비빔밥은 다양한 재료와 화려한 색감을 통해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제공한다. 인간의 뇌는 외부 정보를 수용할 때 80~90%를 시각에 의존하는데, 본래 ‘골동반(骨同飯)’ 혹은 ‘화반(花飯)’으로 불렸던 비빔밥은 오색찬란한 색채와 균형 잡힌 배열을 통해 뇌를 활성화한다. 즉 비빔밥을 접하는 순간부터 우리의 뇌는 창의적 자극을 받는다.

게다가 비빔밥은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를 유발하는 독특한 음식이기도 하다. 비빔밥을 먹기 전 직접 비비는 과정에서 기대감이 형성되며, 이는 미각과 뇌의 긍정적인 반응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감각과 정서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비빔밥과 함께 한국의 독창적인 식문화로 손꼽히는 젓가락 사용 역시 두뇌 계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젓가락 사용이 두뇌 발달을 촉진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인간의 뇌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데, 특히 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신경외과 의사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가 제안한 ‘호문쿨루스(Homunculus)’ 개념에 따르면, 뇌에서 손을 담당하는 영역이 가장 크다. 즉, 손을 정교하게 사용할수록 뇌의 활성화가 촉진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젓가락은 중국이나 일본의 젓가락과 달리 금속 재질로 제작되어 상대적으로 무겁고 미세한 조작이 요구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젓가락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섬세한 손놀림이 필수적이며, 반찬을 하나씩 집어 먹는 과정에서 손가락의 30여 개 관절과 60여 개 근육을 활성화된다. 이는 성장기 아동에게 손의 정교한 움직임과 두뇌의 협응력을 훈련하는 효인 기회가 된다.

이처럼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비빔밥과 동아시아 문화를 상징하는 젓가락은 단순한 음식이나 식사 도구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한국 문화의 독창성과 두뇌 발달을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동시에 선조들의 지혜와 생활 방식이 오늘날 우리가 강조하는 덕목과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결국 우리가 특별한 교육을 도입하거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고유의 문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할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다. 선조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들이 실천했던 전통과 생활방식에서 현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는 좀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뇌’ ‘뇌과학’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여 읽기 시작하면 금방 몰입되어 끝까지 읽게 하는 점도 이 책이 장점이다.

저자 장래혁 교수는 로봇공학자의 꿈을 안고 한양대 공대에 진학해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학연산협동과정으로 상태진단 분야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생명공학벤처를 거쳐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했다. 국내 유일 뇌잡지인 《브레인》 매거진 편집장이자 유엔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이사로 활동하는 뇌교육 분야 대표 전문가.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으로 인간 뇌 계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주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