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도 베니스비엔날레 스와치관에 초대되었던 대한민국 현대미술가 도로시 윤이 5년여간 실험해 온 ‘디지털 기술과 샤머니즘’을 융합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 프로젝트는 《Dancing with the Future》로 9월 25일부터 구하우스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시아문화전당(2020)에서 선보였던 <색동정원과 33개의 요술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사업으로 ADM갤러리(2021)와 화인페이퍼갤러리(2022)에서 진행하였던 <44개의 색동요술봉과 색동아우라 Ⅰ·Ⅱ>, Space XX(2023)에서 전시한 <초평오행도> 등을 거치며 기술적·예술적 측면에서 더욱 정교해진 작품 <Dancing with the Future>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여 각기 다른 서사와 결론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Dancing with the Future》에서 우리가 포착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 AI 딥러닝, 3D 모델링, 인터랙티브 모션 캡쳐 등의 기술로 구축된 메커니즘을 통해 게임 유저가 된 관객이 여전히 모호한 시공간으로 남아 있는 미래를 방문할 수 있다. 둘, 가상-증강-혼합현실에서 관객이 각기 다른 ‘올바타’라는 생명체로 변신할 수 있다. ‘올바타’는 도로시 윤이 창작한 캐릭터로 ‘오다’라는 우리말과 메타버스의 ‘아바타’를 결합한 것으로, 즉 미래에서 온 새로운 분신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동시대인들은 모바일폰이나 태블릿으로 일상을 공유한다. 그 디바이스는 사람들이 일정계획을 관리하고 건강 상태를 체크하며, 자신을 알리거나 타인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고, 끊임없이 정보와 오락거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디지털 매체와 기호를 제외하고 동시대성을 논할 수 없다. 특히 근래엔 많은 이가 게임을 하면서 다른 인격이 되기도 하고, 숏폼을 시청하거나 OTT의 재생 속도를 높이면서 빠른 움직임에 익숙해지고 있다. 많은 동시대인이 이미 현실이 아닌 세계와 현재가 아닌 속도 속에 거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로시 윤의 《Dancing with the Future》는 이러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과거의 방법론으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익숙한 방식으로 게임 형태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시간 이동(Time-shift), 인격의 분화 등을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디지털 세계와 샤머니즘의 유사한 지점과, 염원과 자발적 실천(Movement)의 관계에 대해 능동적 인식체계를 가동하게 한다.

도로시 윤이 지난 5년 동안 진행한 일련의 작업에서 중요한 모티브는 색동. 자연에서 유래한 다섯 개의 색을 조화롭게 배치한 우리 전통 문양 색동은, 고대로부터 하늘의 축복과 지상의 안녕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이러한 색동의 역할을 오늘날 디지털 매체가 하는 것 아닐까. 디지털 매체 역시 0과 1로 이루어져 있고 복잡한 코드들이 조합된 것이기에 우리가 바라보고 체험하는 것은 ‘실재(實在)’가 아니라 ‘허구’이다. 색동이 그저 장식을 위한 도구가 아닌 허구의 축복과 염원을 다루는 매개체인 것처럼, 디지털 매체 역시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으나 단 한 번도 현실에 존재한 적 없는 가상의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디지털 세계에서 마음껏 꿈꾸고 소원을 이루며 원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난해한 이론과 서사가 설득력을 잃은 시대에 도로시 윤의 《Dancing with the Future》는 쉽고 유쾌한 논조로 관객을 초대하여 스스로 서사를 구축하게 한다. 이 프로젝트는 작가, 작품, 관객 개인이 긴밀히 연결되면서 전개·완성되는 모종의 프로세스 아트워크이다. 관객(유저)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미래에 이루어질 소원을 간직한 새로운 차원의 감각과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도로시 윤이 제시하는 디지털 기술과 원시적 샤머니즘의 결합은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의 만남으로도, 현실과 초현실의 만남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도로시 윤은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와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 순수예술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사진·영상·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상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현실성과 비현실성을 넘나드는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AR, 아바타, 홀로그램, 메타버스 등의 첨단 미디어 매체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시립 난지창작스튜디오와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에 입주하였으며, 2019년 스와치 후원으로 2019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전시에 참여하였다. 2020-21에 아르코 기술융합예술작품 지원에 선정되었다. 2022년 파라다이스 아트랩, 2023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메타버스 예술활동 <초평오행도>와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 사업 <당신의 요술봉을 찾아드립니다>에 선정된 바 있다.
도로시 윤의 개인전 《Dancing with the Future》는 구하우스 미술관(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49-12) 10월 13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