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주 작가는 제주 자연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강한 에너지를 담아 격정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바람이 만든 제주 풍경들이 그의 주요 소재이다. 바람이 만들어낸 바다, 숲과 나무 등을 형태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운 붓질로 표현하여 작가만의 또 다른 자연을 선보인다.
갤러리애플이 초대전으로 10월 8일(화) 개막하는 김용주 작가 열여섯 번째 개인전에서는 작가가 담아낸 제주 자연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고성리의 아침Ⅳ>(2024), <고성리의 아침Ⅲ>(2024)을 비롯해 2024년도에 작업한 제주 바다 27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의 출품작 중 상당수는 제주시 종달리, 고성리, 신산리로 이어지는 아침 바다를 모티브로 한다. 형태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작가는 붓 대신 손과 손가락, 그리고 페인트붓을 도구로 사용하였다. <고성리의 아침Ⅳ>(2024)에서 그는 검은 바위와 물결을 점, 선, 면으로 수묵화처럼 농담을 살려 표현했다. 그는 마치 초서(草書)를 쓰는 듯 순간의 호흡으로 획을 긋는다. 화면에 서로 뒤엉킨 거친 붓질들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와 대자연을 오롯이 자신의 품 안으로 받아들인 그의 몸짓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퇴직한 후 고향으로 돌아온 작가는 잠을 설쳐 가며 고향의 자연을 관찰하고 화폭에 담아내기를 반복했다.

김용주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한다.
“새해 첫날 고성리 바다에서 일출을 보려 했으나 해돋이는 보지 못하고 지나간 해의 자리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나에겐 바다가 있었다.
망망한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하염없이 서 있었다.
파도는 밀려와 앞선 파도와 바위를 덮치더니 물길 속으로 파고들고 주욱 물러서서 잠시 멈추고 대열을 정리하는가 싶더니 다시 달려들어 덮치기 시작한다.
‘덮치고 파고들고 물러서서’
이렇게 쓰고 반복해서 읽었다.
파도의 행위가 내가 그림 그리는 행위와 닮아 있었다.
텅 빈 캔버스를 물감으로 덮치고 물러서서 보다가 다시 덮치다가 물러서서 본다.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와 덮치듯 작가는 끊임없이 캔버스를 채우고 덮쳐야 하는 운명을 가진 사람이다.
마치 파도처럼.”(작가 노트 ‘덮치고 파고들고 물러서서’)

김유정 미술평론가는 “김용주의 미학을 결을 그리는 것으로 시간의 해프닝을 표현하고 있다”고 김용주 전시를 평했다.
“김용주의 미학을 정리하면 결을 그리는 것으로 시간의 해프닝을 표현하고 있다. 그것이 바람이든 바당의 물결이든 한 번도 같은 적 없는 흐름을 그는 결로써 다가서고 그 결의 표현 방식이 그가 추구하는 터치식 붓놀림이다. 결의 미와 터치의 맛은 하나였다. 결을 그리기 위해 터치를 찾았고 터치를 하다 보니 고향의 바당이 되었다.”
이경모 미술평론가는 김용주 작가의 전시를 이렇게 본다.
“그의 매력적인 바다 그림은 점, 선 획으로 이루어진 노동의 산물임에 틀림없지만 이의 기저에는 형태의 구속에서 붓을 자유롭게 방임함으로써 예기치 않게 얻어진 것들이 많다. 그리고 살아있는 제주 바다는 이러한 그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김경서 미술평론가는 김용주 작가의 전시를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야 보이는 듯하다. 세월 때문일까, 본다는 것은 어쩌면 나의 일방적인 시선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연은 언제나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스스로가 눈을 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평했다.
김용주 작가는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제주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 후 제주를 떠나 1990년부터는 서울에서 중등미술교사로 재직하였다. 2017년 퇴직하여 고향으로 돌아와 작품 활동에 전념하여 매년 1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김용주 작가의 열여섯 번째 개인전은 10월 17일(목)까지 갤러리애플(제주시 중앙로 246 2층)에서 열린다.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