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여행지 렌트카 업체에서는 이용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렌트한 기간 어느 나라 사람보다 훨씬 수많은 명소, 체험지를 다녀 이용 거리를 엄청나기 떄문이라고.
휴식에도 열정적인 한국인. 이번 추석 명절에도 틈 없이 다녀야 할까? 5일간의 연휴기간 자신만의 리듬으로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
요즘 흔히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활용하는 MBTI나 애니어그램 등을 살펴보아도 활기찬 대화나 야외 체험에서 에너지를 얻는 이들이 있지만, 나 홀로 좋아하는 영상을 여유있게 보는 순간에 충전되는 이들도 있다.
언제든 최신 또는 옛날 인기 콘텐츠를 마음껏 취향에 따라 골라 볼 수 있는 OTT(온라인 동양상 콘텐츠 서비스)가 일상이 된 지금, 추석 긴 연휴 기간 도파민을 끌어내는 자극적인 콘텐츠에서 벗어나 숨을 돌릴 수 있는 힐링 예능 정주행은 어떨까?

촌에서 사람의 가장 기초적인 본능인 ‘먹고 사는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으로 도심 속 바쁜 현대인의 로망을 저격한 예능으로는 나영석 PD와 에그이즈커밍 군단의 ‘삼시 세끼’, ‘언니네 산지직송’ 시리즈가 있다. 공통점은 고된 노동 속에 출연진끼리 똘똘 뭉쳐 마음을 나누고 먹는 일에 진심이라는 것.
현재 방영 중인 tvN ‘언니네 산지 직송’은 멸치가 펄떡대는 푸른 바다 경남 남해, 태백산맥을 두른 동해의 보석 경북 영덕, 옥수수 수확과 갯장어잡이를 한 경남 고성을 지나 산해진미 넘치는 풍요의 땅 전북 고창까지 2박 3일 여정으로 네 번째 여행 중이다.

현업에서 카리스마를 뿜지만 음식할 때마다 엄마마음인 큰 손 염정아와 포근하면서도 소녀 같은 매력의 박준면, 통통 튀는 MZ 안은진, UDT출신이라지만 누나들 앞에서 치대고 의지하는 막내 덱스까지 출연진 네 사람이 보여주는 케미가 매우 좋다.
현지의 제철 특산물을 수학하고 밥해 먹는 기본 구성에 몰래 찾아오는 손님 황정민, 박해진, 차태현 등으로 변주를 주는 단순한 구성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생업에 쏟는 현지인의 구슬땀과 정성, 이를 대하는 존중이 어우러져 있다.
한편, 다가올 20일에는 나영석 표 대표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6 라이트’가 4년 만에 예정되어 있다. 차줌마 차승원과 참바다 유해진, 새롭게 투입된 임영웅과 김고은이 펼칠 예능에 대한 기대가 높다. 전국 산촌과 어촌을 누비며 얻은 온갖 재료로 삼시세끼를 만들어 먹는 이야기다.

이에 앞서 매일 가족의 밥과 반찬을 고민하며 없는 살림에 온갖 방법을 찾아내던 어머니, 가족의 생계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웠던 아버지를 떠오르게 하는 차승원, 유해진의 전작 ‘삼시세끼 어촌편’ 시리즈를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투닥거리는 가운데 슬쩍 내비치는 본업 배우 차승원‧유해진의 진심들이 소소하게 감동을 준다. 아울러 모든 게 서툴고 부족했던 이서진의 ‘삼시 세끼’ 시리즈도 나름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관찰 예능과 결합되어 조금 다른 힐링 예능으로는 무인도에서 별 0.5개 호텔을 만들어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MBC ‘푹 쉬면 다행이야’가 있다.

낯선 땅을 여행하며 자연의 웅장함 속에 말을 잊게 하는 여행 예능으로는 tvN ‘꽃보다 청춘’ 시리즈 중 아이슬란드를 추천한다. 최근 여행 예능이 대세인 가운데 연예인들의 친목 여행에 그치거나 게임을 통해 치열한 대결과 벌칙으로 점철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는 당시 예능에서 보기 드물었던 배우 정우와 조정석, 그리고 여타 예능에서와 다른 진지한 모습의 큰형 정상훈, 시상식에서 갑자기 납치당해 얼음의 땅에 턱시도 차림에 쇼핑백 하나로 등장한 막내 강하늘까지 남다른 케미를 보였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아이슬란드의 엄청난 물가에 자린고비처럼 아끼고 아끼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매 순간을 즐기는 네 사람의 자기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 장엄한 대자연 앞에선 벅찬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또 다른 결로는 김태호 PD의 레전드 예능 ‘무한도전’이 있다. 유재석을 중심으로 다양한 게임과 도전이 많았지만 초창기 ‘무모한 도전’ 시절이 레트로 예능으로 편안하게 마냥 웃게 만든다.

‘무한도전’ 시리즈 중에는 예능이지만 때로 큰 깨우침을 주고 가슴을 쿵 울리는 편도 있다. 2010년 12월 228회로 방송된 ‘나비효과’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 위기의 현실을 몰디브 리조트와 북극 얼음호텔을 한 곳의 세트에 설치해 실감나게 느끼게 한 명작이다.
한편,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송인 기안 84(김희민)와 떠나는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시리즈가 있다. 웹툰작가에서 연예대상을 받는 방송인까지 되었지만 방송에 길들여지지 않고 뻔하지도 않은 매력으로 각 곳의 문화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모습, 현지에서 그냥 끌리는 대로 여행하는 무계획 여행의 묘미가 상당하다.

최근에는 배우 유태오가 합류한 가운데 빠니보틀과 함께 어릴 적 꿈 가수의 영감을 찾아 미국 곳곳을 여행하는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가 방영 중이다. 전작만큼 시청률이 높지는 않지만, 무계획에 자유로운 그들의 모습에서 뭔가 내려놓은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과 ‘삼시세끼 시리즈’, ‘꽃보다 청춘 시리즈’는 OTT서비스 티빙에서, ‘푹 쉬면 다행이야’와 ‘무한도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는 OTT서비스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