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운문 번역’ 셰익스피어 전집. 이미지 민음사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운문 번역’ 셰익스피어 전집. 이미지 민음사

한국 최고의 셰익스피어 권위자인 연세대학교 최종철 명예교수의 셰익스피어 전작 운문 번역 작업이 마침내 완결되어 민음사 셰익스피어 전집 10권 완간으로 결실을 맺었다. 1993년 《맥베스》 번역을 시작으로 30여 년 만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도 출간되어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독자들을 만나온 4대 비극을 포함한 비극 10편, 희극 13편, 역사극과 로맨스 외 15편, 시 3편, 소네트 154편 등을 빠짐없이 수록한 전집 10권, 총 5,824쪽을 이루는 대작업이었다.

셰익스피어 희곡들은 대사의 절반 이상이 운문 형식이며, 그 비율이 80퍼센트 이상인 희곡도 전체 38편 가운데 22편이나 된다. 따라서 이런 운문 형식의 대사를 우리말로 어떻게 옮기느냐 하는 문제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깊이와 감동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와 곧바로 연결된다.

1993년 처음으로 《맥베스》를 운문 번역한 데 이어 지난 20여 년간 셰익스피어 번역에 매진해 온 최종철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약강 오보격 무운시’라는 형식을 우리 시의 기본 운율인 삼사조에 적용하여 운문 형식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원문의 뜻을 최대한 정확하게 번역하는 데 성공했다.

민음사에서 펴낸 셰익스피어 전집은 2014년 셰익스피어 희곡 중 가장 사랑받는 4대 비극 및 4대 희극, 소네트 등으로 이루어진 다섯 권으로 출발해, 올해 2024년 문제적 비극과 로맨스, 사극 작품 등을 수록한 다섯 권이 출간됨으로써 10년이라는 대장정을 마치게 되었다.

최종철 교수가 번역을 마친 2023년은 민음사 셰익스피어 전집의 모태가 되는, 셰익스피어 희곡이 상연되던 글로브 극장의 동료 배우들이 엮은 최초의 셰익스피어 전집 ‘제1 이절판(The First Folio)’ 출간 400주년이 되는 해라 더욱 뜻깊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운문 번역’ 셰익스피어 전집 책등. 이미지 민음사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운문 번역’ 셰익스피어 전집 책등. 이미지 민음사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은 대사의 절반 이상이 ‘약강 오보격 무운시’라는 운문 형식이며, 이 형식은 주요 등장인물들이 격식을 갖추어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대사에 주로 쓰인다. 운문 형식 대사의 비율이 80퍼센트 이상인 희곡도 전체 38편 가운데 22편이나 된다. 셰익스피어 극작품 중 대표작이라 일컬어지는 ‘4대 비극’을 보면 《햄릿》과 《리어 왕》은 75퍼센트, 《오셀로》는 80퍼센트가 운문 형식이다. 특히 《맥베스》는 무려 95퍼센트가 운문 형식의 대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이런 운문을 우리말로 제대로 번역하는 것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여 깊은 감동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역자인 최종철 교수는 “시 형식으로 쓴 연극 대사를 산문으로 바꿀 경우 시가 가지는 함축성과 상징성 및 긴장감이 현저히 줄어들고, 수많은 비유로 파생되는 상상력의 자극이 둔화되며, 이 모든 시어의 의미와 특성을 보다 더 정확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도구인 음악성이 거의 사라”진다고 밝혔다. 

최종철 교수는 산문 형식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번역한 적도 있었으나, 시적 효과와 긴장감이 떨어지며, 애초에 작가가 쓴 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운문 번역을 시도하게 되었다.

그는 우리말이 가진 음악성과 리듬을 살릴 수 있는, 우리 시의 기본 운율인 삼사조와 몇 가지 변형을 적용해 보았다. 그 결과 약강 음절이 시 한 줄에 연속적으로 다섯 번 나타나는 ‘약강 오보’에 해당하는 원문의 자모 숫자와 우리말 12-18자에 들어가는 자모 숫자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한 번의 호흡으로 한 줄의 시에서 가장 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음(의미)의 전달 양은 영어와 한국어가 별로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극작품들이 애초에 배우들이 공연에서 말하게 되는 대사로 이루어졌으니 더욱 자연스러운 발견이었다. 역자는 “이렇게 우리말의 자수율로 영어의 리듬을 대체할 수 있었으며, 우리말 시 한 줄의 자수 제한 안에서 원문의 뜻 또한 최대한 정확하게, 거의 뒤틀림 없이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우리말 운문 대사가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내는지 궁금한 독자들은 해당 부분을 소리내어 읽어 보면 그 리듬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도서는 총 5권으로 《셰익스피어 전집 2 : 희극Ⅱ》, 《셰익스피어 전집 3 : 희극 Ⅲ》, 《셰익스피어 전집 8 : 사극Ⅰ》, 《셰익스피어 전집 9 : 사극Ⅱ》이다.

《셰익스피어 전집 2 : 희극Ⅱ》의 수록작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로나의 두 신사》, 《사랑의 수고는 수포로》, 《실수 희극》이고 《셰익스피어 전집 3 : 희극 Ⅲ》의 수록작은 《헛소문에 큰 소동》,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이다. 《셰익스피어 전집 8 : 사극Ⅰ》의 수록작은 《헨리 6세 1부》, 《헨리 6세 2부》, 《헨리 6세 3부》, 《리처드 3세》이며 《셰익스피어 전집 9 : 사극Ⅱ》 수록작은 《헨리 5세》, 《헨리 8세》, 《리처드 2세》, 《존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