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 스미스 지음 '이어지는 이야기' 표지(평면). 이미지 민음사
앨리 스미스 지음 '이어지는 이야기' 표지(평면). 이미지 민음사

영국 《타임스》의 문예 부록인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가 선정하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뽑힌 앨리 스미스의 걸작 ‘계절 4부작’에 이은 자매편인 《이어지는 이야기》(김재성 옮김, 2024)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앨리 스미스의 ‘계절 4부작’은 브렉시트 이후 격변하는 영국 사회의 현재를 담기 위해 저자가 펭귄 출판사와 기획한 프로젝트로, “포스트 브렉시트를 본격적으로 그려낸 최초의 소설”로 평가받았다. 이 가운데 《가을》은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마지막 작품 《여름》은 최고의 정치 소설에 수여되는 조지 오웰 상을 받았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계절 4부작과 내용상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으나, 팬데믹의 마지막 시기를 지나는 동안, 격리되고 떨어져 지내던 사람들이 기이한 인연 또는 자그마한 기적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같은 결을 공유한다.

‘계절 4부작’이 예술과 자연을 통해 우리가 만나고, 연결되고, 사랑하게 됨을 일깨워 주었다면 언어와 소통의 힘을 담은 후속작 《이어지는 이야기》는 화합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브렉시트의 여파로 우경화되고 경직된 사회, 그리고 거기에 더해 연이은 죽음과 상실을 안긴 팬데믹의 시대를 통과하는 영국의 초상을 담아낸 걸작 ‘계절 4부작’은 예술과 자연을 통해 우리가 만나고, 연결되고, 사랑하게 됨을 일깨워 주었다. 그 시리즈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언어와 소통의 힘을 담은 후속작 《이어지는 이야기》는 고단한 삶을 살아 내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작가가 선사하는 화합과 사랑에 대한 빛나는 찬가다.

앨리 스미스 지음 '이어지는 이야기' 표지(입체). 이미지 민음사
앨리 스미스 지음 '이어지는 이야기' 표지(입체). 이미지 민음사

 

팬데믹의 막바지에 화가 샌드 그레이가 대학 동창인 마티나 펠프로부터 예상치 못한 전화 연락을 받으며 그녀의 가족들과 얽히게 되는 현대의 이야기와, 500년 전 대장장이 소녀가 죽음의 문턱에서 새끼 도요새를 만나며 벌어지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정교하게 연결되어 흘러간다.

고립된 삶을 살아온 샌드와, 속물적이고 실용적인 삶을 살아온 마티나, 그리고 마티나의 삶에 미친 샌드의 영향력에 이끌려 연이어 샌드를 찾아오는 마티나의 가족들. 이들은 ‘도요새와 소녀’, 그리고 신비로운 유물인 자물쇠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500년 전의 대장장이 소녀가 만들어낸 이 정교한 자물쇠와 그녀의 동반자인 도요새는, 예술과 자연이 인간에게 미치는 근원적인 영향력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앨리 스미스의 전작인 ‘계절 4부작’과 연결된다.

계절 4부작의 완결 직후 쓴 소설 《이어지는 이야기》의 원제는 ‘Companion Piece’로, 직역하자면 ‘자매편’이라는 뜻이다. 이는 계절 4부작의 자매편이라는 뜻일 수도 있지만, 이‘companion’이라는 단어는 작품 속에서 다층적이고 중의적인 의미로 여러 차례 등장한다. 샌드의 늙은 아버지의 동무(companion)인 늙은 개이기도 하고, 병으로 쓰러지기 전에 아버지와 개가 공원에서 늘 만나던 다정한 소녀이기도 하며, 대장장이 소녀를 지켜주는 보호자와도 같은 도요새이기도 하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온갖 고단한 삶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존재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작가 앨리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의 인버네스에서 태어나 현재 잉글랜드의 케임브리지에 살고 있다. 스미스는 18권의 책을 썼으며, 이 작품들은 40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스미스의 소설들은 맨부커상과 베일리스 여성 문학상 최종 후보에 각각 네 차례와 두 차례 올랐다. 2015년에 《둘 다 되는 법(How to be Both)》이 베일리스 여성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골드스미스상과 코스타상을 수상하였다. 2022년 앨리 스미스는 오스트리아에서 수여하는 유럽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