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 이상홍, 박윤정. 사진 촬영 김솔, 제공 보람있는 문화생활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 이상홍, 박윤정. 사진 촬영 김솔, 제공 보람있는 문화생활

지난 2022년 공연으로 많은 관객의 주목을 받은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작·연출 박상현)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그 일상을 들여다보면 입양과 다문화, 성소수자까지 우리가 언급하고 싶지 않았거나 잊고 있던 기억들이 녹아있다.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가 오는 8월 30일(금)부터 9월 8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다시 관객을 찾아온다.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 이동영. 사진 촬영 김솔, 제공 보람있는 문화생활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 이동영. 사진 촬영 김솔, 제공 보람있는 문화생활

연극은 산티아고에서 만났던 남녀가 서울의 등산로에서 다시 만나는 ‘사리아에서 있었던 일’, 이태원의 부동산을 배경으로 하는 ‘해방촌에서’, 아버지 땅 문제로 누나 집에 모여 어릴 적 살던 곳을 추억하는 ‘노량진에서’, 해외입양인에 관한 연극을 연습하는 ‘오슬로에서 온 남자’, 부대찌개집 할머니의 기일에 모인 가족 이야기인 ‘의정부부대찌개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5개의 장소에서 펼쳐는 5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두 하나의 플롯 안에 있으며, 서로의 핏줄과 신경이 연결된 동일한 문제의식과 주제, 그리고 동시대적 정서를 품고 있다.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 문현정, 김민주. 사진 촬영 김솔, 제공 보람있는 문화생활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 문현정, 김민주. 사진 촬영 김솔, 제공 보람있는 문화생활

작품 속에는 유년시절 외국으로 입양되었다 생모를 찾고자 한국에 왔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욘 크리스텐센’, 한국인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베트남에서 온 엄마와 함께 도망 나왔지만 다시 혼자가 되어 떠돌던 ‘띠하’, 광복 후 외국에서 돌아온 사람들과 북에서 내려와 고향을 잃고 떠돌던 이들이 하나둘 모인 해방촌에서조차 떠나야만 했던 남자 등이 등장한다. 공통점이라면 이들은 우리 공동체에 속하지 못하고, 경계에 머물러야 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연극은 ‘사리아에서’ 속 남자가 한국인 딸을 입양했다는 외국인에게 느낀 부끄러움으로 시작하여, 한국-베트남 혼혈인 ‘띠하’가 피 한방울 안 섞인 사람들과 가족이 되어가는 ‘의정부 부대찌개’로 끝을 맺는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이 섞여서 맛있는 부대찌개가 되듯이 이제 다 함께 섞여 살자는 의미가 있는지도.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_백익남, 정나진. 사진 촬영 김솔, 제공 보람있는 문화생활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_백익남, 정나진. 사진 촬영 김솔, 제공 보람있는 문화생활

작품은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기 껄끄러워하는 문제를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과 각기 다른 공간에서, 각기 다른 인물들로 구성된 다섯 개의 이야기를 하나의 플롯 안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오슬로에서 온 남자〉는 <사이코패스>, <자객열전>, <명왕성에서> 등의 연극을 집필했던 박상현 연출의 작품이다.  박상현 연출은  "많은 외세의 개입으로 점철되어 온 20세기, 선망과 과시의 대상이기도 하고 비하의 대상이기도 했던 외래의 것들은 이제 우리의 뼈와 살 속에 스며있다. 그리고 우리의 뼈가 튼실해지고 살이 단단해지는 동안 우리 공동체의 경계에 머물 수밖에 없던 이들이 있다. 어쩌면 가슴 속에서 살며시 지워버린 그들에게 준 상처와 미안함과 같은 마음들을 무대에 열어보고자 한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작품은 좁게는 가족으로서, 넓게는 민족공동체로서 한 핏줄을 강조해 왔던 우리에게 피붙이는 중요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모른 척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들은 없었는지 묻는다.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 포스터. 이미지 보람있는 문화생활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 포스터. 이미지 보람있는 문화생활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의 출연진으로는 홍정혜, 백익남, 김정은, 정나진, 이동영, 이상홍, 박윤정, 문현정, 김민주, 강연주 등 동아연극상, 히서연극상 등 각종 연기상 수상에 빛나는 대학로 최고의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