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홀로' 공연 포스터. 이미지 극단 독립극장
연극 '홀로' 공연 포스터. 이미지 극단 독립극장

극단 독립극장이 11월 7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씨어터 쿰 무대에 올리는 연극 〈홀로〉(극 유진월, 연출 이곤)는 해외입양의 복잡한 이슈와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을 드러낸다.

작품은 전쟁 이후 약 20만 명의 아기를 해외로 입양 보낸 무책임한 국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외입양 중단을 외쳐야 할 시점임을 상기한다. 꾸물거리는 동안 오늘도 어린 아기들이 영문도 모른 채 머나먼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다.

이런 해외입양인은 국가와 사회에 의해 폭력적으로 밀려난 자이며 이질적 문화 환경에서 차별받은 소수자이며,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체적이고 저항적인 인간이며 자신을 버린 부모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인격자이며 고난을 이겨낸 성공자라는 다층적 위치를 한 몸에 담고 있는 매우 복잡한 인격체이다. 전자에서 후자로의 이행과정에서 이들은 깊은 상처와 고통과 두려움을 갖는다. 그럼에도 고통을 억압하며 참는 대신 외부로 객관화하여 아픔의 원인을 초래한 세계에 대해 말하고 변화를 요구하며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입양은 개인에 국한된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공적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연극 '홀로' . 이미지 극단 독립극장
연극 '홀로' . 이미지 극단 독립극장

연극 <홀로>는 외적 사건 자체에 관심을 집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꿈과 환상을 통해 표현하는 비사실주의적인 방식을 택한다. 해외입양이라는 심각한 사건의 당사자인 두 여자가 당하는 고통과 난관을 밖에서가 아닌 안에서 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유진월 작가는 엄마이자 동시에 딸인 두 여자가 겪은 내면 상처와 아픔을 시적 언어로 형상화하면서 이들에게는 내면 들여다보기와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어려움을 이겨낸 후 두 여자가 사적인 자아에서 공적인 주체로, 고통받는 자아에서 실천적 주체로 변모하는 날을 기대해보는 것이다.

그러한 그들을 유진월 작가는 응원한다.

“<홀로>의 두 여자에게 해외입양이라는 사건은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들 내면의 상처는 아직도 낫지 않았다. 그들에게 내재한 치유의 힘을 믿으며 자아 찾기의 힘겨운 여정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다. 고통을 내면화하고 억압하며 참는 대신 외부로 객관화시켜 아픔의 원인을 초래한 세계에 대해 말하고 변화를 요구하며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입양인 여성들의 활동은 그러한 과정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이다. 홀로 서 있으나 혼자가 아닌 두 여자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시 하나가 되는 작은 기적에 관객 여러분들이 따뜻한 손 내밀어주실 것을 믿으며 막을 올린다.”(유진월 작가 ‘작가의 말’)

연출을 담당한 이곤 연출은 ‘연출의 글’에서 “작품이 다루는 소재의 리얼리티를 살리기”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이곤 연출은 “(유진월)작가는 이 작품에서 다루는 소재가 갖는 불편하고도 끔찍한 문제를 문학적 언어로 정제해 놓았다. 작가는 1998년에 쓴 <헬로우 마미>라는 작품을 통해 성폭력 생존자의 어머니가 아이를 해외입양시킬 수밖에 없었던 끔찍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또 《한국해외입양》과 《코리안 디아스포라, 경계에서 경계를 넘다》라는 책을 통해 한국해외입양 문제를 다룬 여러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등 오랫동안 해외입양 문제를 파고들었다.”라면서 연극 <홀로>에 관해 “이 작품은 얼핏 보면 깔끔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소재가 갖는 끔찍함과 추악함이 도사리고 있다. 연출로서 작가의 시적 언어 안에 감춰져 있는 추악한 리얼리티 역시 최대한 부각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입양 문제는 여성을 억압해왔던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의 위계적 구조, 그리고 부모를 가해자이자 희생자로 만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해외입양인이나 그들의 부모 모두 트라우마를 가질 수밖에 없고, 트라우마와 싸우는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고민하고 고통받고 투쟁하는 인물의 내면의 세계, 그 추악하고 끔찍한 세계를 이 공연을 통해 좀더 리얼하게 담아내고자 한다.”라고 했다.

연극 <홀로>는 11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씨어터 쿰에서 공연한다. 출연 원영애, 강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