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안타와 홈런, 멋진 수비수의 활약, 관람석의 열띤 응원으로 흥겨운 잠실야구장. 경기가 끝난 후 곳곳에 쌓인 일회용기와 뒤섞인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잠실야구장에서 경기 후 쌓인 쓰레기.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쓰레기와 일회용기들이 수북하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잠실야구장에서 경기 후 쌓인 쓰레기.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쓰레기와 일회용기들이 수북하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하지만 올해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 기간 갭이어 과정을 밟는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앞장서 ‘잠실야구장 문화체인지’ 프로젝트를 펼쳤다.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반납하는 문화를 정착하려는 이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다음은 세상을 교실로 삼아 자신의 꿈을 찾는 과정을 밟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서울학습관 정수민(18세) 학생의 체험담이다.

지난 5월 23일부터 10월 10일까지 '잠실야구장 문화체인지'프로젝트에 참가한 18살 정수민 학생(오른쪽).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지난 5월 23일부터 10월 10일까지 '잠실야구장 문화체인지'프로젝트에 참가한 18살 정수민 학생(오른쪽).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내가 ‘잠실야구장 문화체인지’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유는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다. 벤자민학교 친구들과 함께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지금의 쓰레기 문화와 인식을 바꾸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벤자민학교에서는 내가 나의 수업시간표를 만들어 가는 만큼 계획한 프로젝트를 위해 시간을 충분히 투자할 수 있었다. 이번에 잠실야구장에서 캠페인을 한 뒤로는 시간표가 꽉꽉 채워져서 보람 있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와 환경부에서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다회용기 사용 공모사업을 전개해 ‘그린업’이라는 기업이 채택되면서 추진된 것이다. 현재 벤자민학교 멘토로 활동 중인 그린업 정호연 이사님이 “청소년도 함께 활동해 보면 좋겠다”고 추천해주었다.

그래서 세종대학교 디아이즈 환경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다회용기 사용 홍보와 분리수거 캠페인 활동을 하였다.

벤자민학교 서울학습관 학생 12명과 교사 2명, 세종대 환경동아리 디아이즈 30명, 사회적기업 그린업 매니저까지 꽤 많은 사람이 참여해 5월 23일부터 10월 10일까지 약 5개월 동안 주 3회(화, 목, 일)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나머지 요일은 세종대 환경동아리에서 채워주었고, 우리는 각자 가능한 요일에 나와 캠페인을 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학생들이 잠실야구장을 찾은 시민에게 다회용컵 사용과 반납을 권하는 안내를 했다. 사진 본인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학생들이 잠실야구장을 찾은 시민에게 다회용컵 사용과 반납을 권하는 안내를 했다. 사진 본인 제공.

5월 23일 첫날에는 모든 것이 서툴고 새롭고 또 힘들었지만 가장 많은 것을 깨달은 날이었다. 그날 “흡연실 어디예요?”, “화장실 어디예요?”라는 말을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시민들에게 생소한 문화인 만큼 첫날에 관심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캠페인을 마치고 해산 시간이 되었을 때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다회용 컵 반납함과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차고 넘쳐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 캠페인을 하는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만큼 실망이 컸다. 지금까지 야구장을 자주 가보지도 않았고, 딱히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쓰레기가 그렇게 많이 나올 줄 생각도 못 했다.

그래도 차츰차츰 나아졌다. 점점 다회용컵 반납함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보다 제대로 반납해 주시는 이들이 늘어났고, 지나가면서 “어떻게 참여하는 거냐?”고 물어봐 주시는 분도 꽤 계셨다.

어느 날은 한 시민이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다회용 컵을 넣었다가 ‘반납함에 넣어 주셔야 한다’고 안내를 드렸더니 바로 다시 가져오셔서 반납함에 넣어 주셨다. 아직도 기억날 만큼 굉장히 감사했던 일이다. 그런 분이 소수지만 계셨기에 캠페인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들고 있는 피켓도 처음에는 들고 다니기 불편한 형태의 우드록 피켓이었다. 계속 들고 있으면 손가락이 아파서 오래 들고 있기가 힘들었다. 나중에는 손잡이를 붙이니 처음보다 훨씬 편하게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쓰레기 문제나 다회용 컵 반납도 분명 문제이지만, 흡연문화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경기 중에 쉬는 시간이 생기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한꺼번에 담배를 피우는데, 그 장면은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이면 절대 모를 거다. 어느 날은 흡연 구역과 가까운 3루 쪽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뿌연 연기와 매캐한 담배 냄새로 한동안 고생했다.

한 번 캠페인을 하면 3시간씩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같은 자리에 서 있는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자꾸 ‘힘들다! 힘들다!’ 생각하니 더 힘들어지고 하기 싫어지는 마음이 생겼다.

그때 벤자민학교 선생님이 “자신이 선택한 것에 집중하고 하기 싫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것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해주신 말이 떠올랐다.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니 훨씬 홀가분해졌다. ‘생각의 전환만으로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이었다.

지구시민연합 회원들과 함께 '잠실야구장 문화체인지' 프로젝트 활동을 한 학생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지구시민연합 회원들과 함께 '잠실야구장 문화체인지' 프로젝트 활동을 한 학생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서서히 우리의 노력이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다회용기 사용이 늘고, 분리수거가 늘어나면서 분리 수거량이 80%가 넘었다. 잠실야구장 관계자로부터 “내년부터 잠실야구장의 모든 일회용기를 없애고 다회용기로 바꾼다”고 결정했다고 이야기를 들으니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어 정말로 기뻤다.

캠페인을 하는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줄이려고 다회용컵을 사용하였고, 앞으로 야구장에 관중으로 오게 된다면 텀블러나 다회용기를 반드시 들고 올 것이라고 결심했다.

환경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야 함을 알게 해 준 정말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