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갭이어형 대안고등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조이현 학생은 지난 10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3 사랑의 일기 큰잔치 세계대회'에서 대상(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 본인 제공.
국내 최초 갭이어형 대안고등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조이현 학생은 지난 10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3 사랑의 일기 큰잔치 세계대회'에서 대상(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 본인 제공.

자신의 하루를 매일 기록하는 일은 삶을 그냥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오늘의 경험을 내일의 성장으로 이끄는 발판이 된다. 특히 청소년기 일기를 쓰는 시간은 중요한 성장의 순간이 된다.

자신만의 꿈을 찾기 위해 갭이어 과정을 밟는 열여섯 살 조이현 학생(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기학습관) 학생은 지난 10월 21일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가 주최한 전국 건강한 가정, 건강한 나라 만들기 ‘2023 사랑의 일기 큰잔치 세계대회’에서 대상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일기가 ‘나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고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특별한 선물’이라고 소개한 조이현 학생의 소감이다.

열여섯 살 조이현 학생의 일기장들. 그는 자신의 일기의 시작이 어머니의 초음파 사진 일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진 본인 제공.
열여섯 살 조이현 학생의 일기장들. 그는 자신의 일기의 시작이 어머니의 초음파 사진 일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진 본인 제공.

“저는 16년 동안 42권째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했을 때 사람들은 다소 놀라며 왜 그렇게 일기를 쓰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거나 어떻게 그렇게 일기를 지속해서 쓰는지 궁금해한다.

사람들은 어떠한 심오한 계기나 이유가 하나쯤은 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나에게 일기는 밥을 먹거나 세수하는 것과 같은 당연한 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내 일기의 시작은 엄마의 초음파 사진 일기

우선 16년간의 일기장들을 펼쳐보며 나의 일기 쓰기 역사를 되돌아보았다. 일기 쓰기 역사는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엄마는 초음파 사진 일기를 썼다.

조이현 학생이 태어난 순간부터 7살까지 어머니가 일기를 썼다. 사진 본인 제공.
조이현 학생이 태어난 순간부터 7살까지 어머니가 일기를 썼다. 사진 본인 제공.

초음파 일기를 보며 어쩌면 나의 일기 쓰기 습관은 태교 덕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뱃속에서의 순간 하나하나마저 일기로 남겨주신 엄마께 감사하다. 그리고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7살 때까지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엄마의 육아 일기가 여러 권 남아있다.

어린이집을 다니던 시절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격려를 받으며 그림일기를 신나게 썼다. 특히 선생님의 칭찬과 댓글은 나에게 일기 쓰기의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는 당시 유행하던 ‘다이어리 꾸미기’에 남다른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때부터 본격화된 나의 일기 쓰기는 매일 밤 스탠드 밑 작은 책상에서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내 삶을 기록하는 수단은 일기 포함 5가지

현재는 일기를 포함해 내 삶을 기록하는 수단이 무려 5가지로 늘어났다. 매일 밤 꺼내 드는 일기장, 한 달에 한 번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내 생각들을 정리하는 블로그, 떠오르는 생각을 그때그때 기록하기 위해 어딜 가나 항상 들고 다니는 수첩과 시간 계획을 세우는 플래너가 있다. 그리고 읽은 책들을 기록하는 독서 노트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라는 특별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성’을 가장 강조하는 학교이다. 벤자민학교에서는 정해진 자리에 앉아 정해진 공부를 하는 대신 다양한 독서와 토론,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체험 활동을 통해 생생한 배움을 얻고 있다.

나는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발표 준비를 하기도 하고, 서점에서 새로운 책들을 몇 시간이고 탐색해 보기도 한다. 친구들과 계획하여 지리산 국토 종주를 하고 환경 캠페인 활동도 벌이고 있다.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해 보기도 했다.

각종 글쓰기, 말하기 대회에도 많이 도전하고 있다. 내년에는 스페인과 뉴질랜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11월에는 부암동의 갤러리에서 그동안의 체험이 담긴 사진과 글로 뜻깊은 ‘전시회’를 연다.

특별한 학교에서 기록하는 변화무쌍한 나의 하루

나의 하루하루는 무척이나 변화무쌍하다. 특별한 학교에 다니는 덕분에 나는 스토리가 무궁무진한 사람이 되었다. 이 모든 소중한 경험이 허무하게 잊히지 않고 나의 일기장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커다란 기쁨이다.

조이현 학생의 일기장. 조이현 학생은
조이현 학생의 일기장. 조이현 학생은 "특별한 학교(갭이어 과정)에 다니는 덕분에 스토리가 무궁무진한 사람이 되고 일기장에 소중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인다"고 했다. 사진 본인 제공.

친구들과 협력하여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 과정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 어려움을 일기에 쓰다 보면 어려움이 마냥 부정적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나 예상치도 못한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한다.

따라서 일기를 쓰면 불필요한 고민과 방황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일기를 열심히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정성껏 들어주며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일기를 쓰면 추억 부자가 된다. 그 어떤 즐거운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 삶은 잊히지 않고 내 일기장 속에 생생하게 간직되어 있다. 그 다채로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당연히 나 자신이다.

가끔 오래된 일기장을 펼쳐 과거의 나를 만나면 무척이나 민망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올 만큼 웃기기도 하며 때론 애틋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책장을 가득 채운 일기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통장에 돈이 쌓여있는 것만큼 부유해지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지난 10월 21일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주최 교육부 후원 ‘2023 사랑의 일기 큰잔치 세계대회’ 시상식. 사진 본인 제공.
지난 10월 21일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주최 교육부 후원 ‘2023 사랑의 일기 큰잔치 세계대회’ 시상식. 사진 본인 제공.

일기를 쓰는 일은 단순히 일상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나 자신에 관한 공부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자신의 중심점을 내면이 아닌 외부에 두고 살아가곤 한다. 그런데 일기를 쓰면 내면에 집중하며 밖에 있던 중심점을 안으로 옮겨오게 된다. 일기는 나를 잘 알고 스스로 존중하며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살아가게 도와주는 내 삶의 등불이자 최고의 성장 발전소이다.

일기는 요모조모 뜯어볼수록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란 생각이 든다. 일기의 가치를 ‘2023 사랑의 일기 큰잔치 세계 대회’ 수상을 통해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도 조금은 미친 것 같아서 흐뭇하다. 실제로 나를 따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기쁘다. 나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내주신 일기를 사랑하는 어른들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