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개최한 지구시민캠프에 참가한 김하운 학생(왼쪽 앞)과 친구들이 파퍼스마켓 앞에서 '한국알리기' 프로젝트를 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뉴질랜드에서 개최한 지구시민캠프에 참가한 김하운 학생(왼쪽 앞)과 친구들이 파퍼스마켓 앞에서 '한국알리기' 프로젝트를 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청소년 시기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고 처음 해보는 체험은 큰 성장을 가져온다. 갭이어 과정 중에 있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김하운(19세) 학생은 지난 10월 5일부터 14일까지 뉴질랜드에서 진행된 글로벌 리더십 지구시민 캠프에 참여했다.

하운 학생에게 9박 10일이라는 여정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고, 아빠를 설득하는 일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뉴질랜드에 가야 하나?’라는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녀온 그 경험으로 아빠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다음은 김하운 학생의 캠프 체험기이다.

지난 10월 5일부터 14일까지 뉴질랜드에서 개최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글로벌리더십 지구시민캠프.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지난 10월 5일부터 14일까지 뉴질랜드에서 개최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글로벌리더십 지구시민캠프.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장장 11시간의 비행이 수면 부족과 혈액순환이 안되어 다리가 저렸지만, 타국으로 간다는 그 사실에 설레어 그런 불편한 부분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뉴질랜드 북섬 케리케리시 하루루 리조트에 도착해서 보이는 폭포와 나무, 다양한 풍경들이 참 아름다웠다.

사실 이번 캠프는 친한 친구와 함께 갔기에 사진도 찍고 풍경도 실컷 보자는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막상 와보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 처음의 생각과는 아주 다른 여행이었다.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는 뉴질랜드 대형마트인 파머스마켓에서 한 ‘한국 알리기’ 프로젝트와 감정정화 명상, 얼스빌리지에서의 탄산천 체험, 맨발 트레킹과 자기 선언, 마오리 학교 학생들과의 교류, 그리고 마고대장정이다.

도착 2일째 한국 알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야 했는데 평소에 자신감이 없다 보니 내 의견이 받아들여질지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조장이 두루두루 의견을 물어봐 준 덕분에 의견을 말할 수 있었고, 내 아이디어가 괜찮다며 포스터 제작에 반영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이 생겨 더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했다.

한국 알리기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김하운 학생. 사진 본인 제공.
한국 알리기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김하운 학생. 사진 본인 제공.

우리 조는 간단한 설문조사와 한국을 대표하는 것, 총 2개의 포스터를 제작하였다. 하지만 막상 뉴질랜드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려니 많은 자신감이 필요했다. 그때 외국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해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럼에도 자책하기 보다 노력했다는 것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설문조사를 하면서 어떤 사람은 생각보다 한국에 관심도 많고 한국 문화를 많이 알고 있었지만, 어떤 사람은 그 유명한 김치를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의 K-pop 문화가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사람도 꽤 있어 한국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의지도 생겨났다.

그날 우리는 감정정화 명상도 했다. 선생님께서 마음껏 웃어보라고 했는데 너무나 갑작스러워 웃음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인간의 뇌는 가짜 웃음도 15초가 넘으면 진짜 행복하다고 인식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억지웃음이라도 계속 웃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한참을 웃다 갑자기 울어보라고 하셔서 또 그렇게 울다 보니 점점 몰입되면서 크게 울게 되었다. 실컷 울고 난 뒤에 느껴지는 감정의 이름은 ‘정돈됨’이었다. 뾰족뾰족 정리되지 않은 모난 감정들의 표면이 부들부들하게 재탄생되었다. 울면서 난생처음 ‘내가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가장 소중한 사람이구나!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이 내 안에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어 소중한 시간이었다.

뉴질랜드 얼스 빌리지에서 체험한 탄산천 냉탕. 사진 본인 제공.
뉴질랜드 얼스 빌리지에서 체험한 탄산천 냉탕. 사진 본인 제공.

그 후 얼스 빌리지에서의 탄산천 체험을 하였다.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이색 체험이기도 하고 나에게는 도전할 용기가 필요했다. 핀란드식 사우나를 하고 치유 효능이 있는 탄산수로 된 냉탕에 들어가 열을 식혔다.

사우나를 할 땐 따뜻해서 몸이 노곤하게 좋았는데 이어 바로 냉탕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많이 힘들었다. 냉탕은 탄산수가 강하여 피부가 따끔거렸고, 머리까지 다 들어가도록 잠수해야 하기에 힘들고 두려웠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또 언제 해보겠는가. ‘할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들어갔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날이었다.

그리고, 세인트 폴 락(St. Paul Rock) 정상에 올라 자기 선언을 하였다. 정상으로 갈 때 맨발로 올라갔는데 불만이 한가득이었다. 나 혼자였으면 절대 맨발로 걷지 않았을 테지만 단체 활동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땅에 발을 내디뎠다.

맨발로 오른 세인트 폴 락.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맨발로 오른 세인트 폴 락.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예상과 달리 맨발로 느껴지는 돌과 흙의 감촉에 놀랐다. 돌길은 지압 판이 되어 발을 구석구석 안마해 주는 느낌이었고, 흙길의 질퍽하고 차가운 느낌은 마치 어린아이가 촉감놀이 할 때로 돌아간 듯한 경험이었다.

돌이든 흙이든 맨발로 느껴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몸의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나면서 신기하게 느껴졌다. 미끌미끌해서 올라가기 어려운 그 길을 오르고 난 후 정상에서 자기 선언을 하였다.

더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과거의 나와 작별 인사를 하고 미래의 멋진 나를 그리며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쳤다. 정말 과거의 내가 없어진 듯한 느낌이 들고 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시원한 감정이 올라왔다.

친구들은 나를 보고 “너무 멋있었다. 눈물이 날 뻔했다”라고 해서 내가 느낀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니고, 에너지로 다 연결되어 서로 같이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캠프 기간 중 마오리족 친구들도 만났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청소년이 다니는 쿠라 학교를 방문해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한 김밥을 나눠 먹고 K-pop 춤도 같이 추고 나무판 위에서 균형 잡기 놀이도 했다.

뉴질랜드 마오리 학생들과의 교류. (시계방향으로) 쿠라학교에서 선물받은 옷을 입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과 선생님, 현지 학생들과 뇌체조를 함께하는 모습, 학생들과 김밥 나누어 먹기.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뉴질랜드 마오리 학생들과의 교류. (시계방향으로) 쿠라학교에서 선물받은 옷을 입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과 선생님, 현지 학생들과 뇌체조를 함께하는 모습, 학생들과 김밥 나누어 먹기.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우리나라에서 11시간 걸리는 먼 나라의 그들은 인종도 다르고 문화도 달랐지만, 이상하게 서로 통하는 것을 느끼며 학생들끼리 즐겁게 지냈다.

마오리 학생들과 헤어진 후 얼스빌리지 안에 있는 울창한 숲길 10km 이상을 혼자 걷는 마고대장정을 하였다. 그 시작은 밧줄을 타고 심하게 경사진 언덕을 올라가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마고대장정 길이 바로 각자의 인생길”이라고 하였는데 밧줄로 올라가는 과정은 고난의 시간, 그 뒤에 나왔던 평탄한 길은 지난 고난의 시간에 대한 보상의 시간이었다. 또, 그 길을 따라 걸을 땐 선택의 시간이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선택의 시간이다. 혼자 길을 걷는데 주변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체라고는 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난 뒤부터 두려움과 불안함에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길을 안내하는 선생님들을 만나니 마치 내 인생에서 잠깐씩 나타나는 조언자의 역할이 겹쳐 보이면서 인생은 혼자이지만 또 함께 가는 것이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길이 다 끝나갈 무렵 저 멀리서 친구들이 손을 흔들며 반겼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고맙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참 이상하다. 인생은 혼자라고 하면서 또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하는 결론도 스스로 내려봤다.

뉴질랜드 쿠라학교 마오리 학생들과 친교의 시간.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뉴질랜드 쿠라학교 마오리 학생들과 친교의 시간.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나에게 있어 이번 뉴질랜드 지구시민 캠프는 우주보다 컸던 내면의 마음 체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관계가 좋지 않던 아빠와의 사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면서 아빠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회피하기보다는 맞서보려는 힘이 생겼다. 전에는 누군가와의 갈등이 생기면 속으로 삭이고 스스로를 질책하는 버릇이 있었다. 하지만, 캠프 이후 내 감정을 바라보고 부정적 감정이 올라온다는 것을 관찰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 감정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서 주변에 적극적인 도움도 요청하며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 생각지 못하게 다시 주저앉고 좌절할 때도 많이 있다. 뉴질랜드 캠프는 이런 시련을 이겨내고 헤쳐나갈 힘이 나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음을 알게 해준 귀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