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이심길 학생은 지난 7월 7일 동해 삼화역에서 국토대장정 길에 올랐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이심길 학생은 지난 7월 7일 동해 삼화역에서 국토대장정 길에 올랐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의 발로 우리 땅을 밟으며 순간순간 밀려오는 한계에 맞서 자신과 싸움에서 승리한 청소년은 어떤 것을 배울까? 18살 이심길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떠난 길에서 리더로서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내야 할지 배웠고,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힘을 키웠다.

국내 첫 갭이어형 대안 고등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사이좋게, 이루자, 다함께(사이다)’를 모토로 한 국토대장정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지난 7월 7일부터 18일까지 11박 12일간 동해안을 따라 동해, 강릉, 속초, 고성을 거쳐 통일전망대까지 172km를 걸었다. 다음은 벤자민학교 대전학습관 이심길 학생의 국토대장정 체험기이다.

“당연하게 누리던 부모님의 보살핌, 편히 자는 집, 태어난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하다”

국토대장정에서 친구들과 함께 선 양양바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국토대장정에서 친구들과 함께 선 양양바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일반적인 고교 과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나만의 꿈을 찾기 위해 갭이어 과정인 벤자민학교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사이다 국토대장정’이다.

벤자민학교 4기 졸업생이자 누나인 이지빈 선배가 국토대장정을 다녀온 뒤로 많은 것이 바뀐 것을 보았다. 그중 두 가지만 고르자면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던 누나가 무슨 일을 하든지 끝까지 해내는 모습으로 변했고, 항상 “이거 해 줘라, 저거 해 줘라” 시키기만 했는데 자기 스스로 하려는 모습으로 변했다.

그래서 “아! 나도 커서 사이다 프로젝트를 가서 누나처럼 멋있는 사람으로 변해야겠다”라는 결심했고, 그 계획대로 벤자민학교에 입학해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국토대장정에 참여했다. 올해는 선생님 한 분과 졸업생 형님 포함 총 35명이 참가했다.

대장정에 앞서 체력단련 미션이 주어졌고, 3조 조장으로 선발된 나는 모든 조원의 미션 진행을 챙겨야 했다. 미션은 매일 각자 4.5km를 걷고 카톡방에 인증하는 것, 거울 앞에서 “나는 할 수 있다”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영상을 촬영해 올리는 것 두 가지였다.

국토대장정 중 주문진 바다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 가운데 이심길 학생.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국토대장정 중 주문진 바다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 가운데 이심길 학생.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당일 미션 현황을 올리지 않은 조원에게는 예전처럼 따지는 말투로 “너 안 해?”라고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겉으로는 듣는 듯하지만 결국은 서운한 마음이 들어 서로 힘들어질 걸 알기에 부드럽게 요청했고, 조원들은 잘 따라주었다. 그러면서 무조건 말을 무섭고 강하게 한다고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해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우리 조원 모두 성실하게 결과를 올렸고, 사전 미션 1등을 하여 포상금도 받았다.

그리고 조장으로서 조원들에게 대장정 중 할 일을 배분할 때 모두가 공평하게 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조원들을 생각한다고 “내가 다 할게”라고 하면 결국 점점 지쳐서 조원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게 될 것이다. 또한, 조원들도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성장해야 하는데 그 기회를 빼앗게 되므로 할 일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국토대장정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공평하게 분담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국토대장정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공평하게 분담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먼저 하고 싶은 사람을 물어봐서 뽑기도 하고, 조원들끼리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뽑기도 하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하면서 내가 조원들을 이기려고 하는 이기심보다는 서로 배려를 하면서 맞추어 가면 된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게다가 단체 생활을 할 때 나의 개인행동이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뜨거운 낮에는 걸을 수가 없기에 새벽 4시 30분쯤 기상하여 6시에 모두 출발하하는데 한사람이 10분 늦어버리면 모두 기다리게 되고 늦게 출발하면 햇볕이 쨍쨍할 때 걷게 될 수 있어 대장정에서는 10분의 시간이 아주 중요했다. 올해는 조장으로서 지각하지 않도록 조원들을 세세히 챙기고 분위기를 살펴 단체 생활을 이끌었다. 조원으로서 걷기만 하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시야가 나에게서 전체로 크게 확장되었다.

양양바다에서 속초로 이동하는 도보길. 사진 이심길 학생 제공.
양양바다에서 속초로 이동하는 도보길. 사진 이심길 학생 제공.

잠들기 전 오늘 감사한 일이 무엇이 있었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생각하는 시간도 꼭 가졌다. 그런 시간에 조원들과 대화할 때 내 입장만 생각하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서운하지 않도록 전체를 생각하면서 대화를 이끌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사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가장 성장한 것은 무슨 일이든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동안 부모님이 해주는 밥을 먹고, 편하게 태워다주는 차를 타고 다니는 등 많은 것을 누렸지만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국토대장정에서는 아무리 피곤해도 직접 요리를 해야 했고, 먹은 것은 곧바로 설거지해야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할 힘을 길렀다. 그 과정을 통해 부모님에 대해, 태어난 것에 대해, 잠을 편히 잘 수 있는 집에 대해, 그리고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숨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몸에 대해 당연한 게 아니라 감사하다고 느꼈다.

국토대장정 최종 목적지 고성 통일전망대 앞.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국토대장정 최종 목적지 고성 통일전망대 앞.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사이다 국토대장정을 통해 힘들고 어려운 시련이 찾아와도 ‘내가 10kg이 넘는 가방을 메고 걸었어.’ ‘내가 이렇게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었지!’ 이런 생각으로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면서 재미있고 힘차게 임할 자신감도 생겼다.

또한,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나 개인의 목소리만 높이거나 내 이익만 추구하려는 사람이 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