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부터 29일까지 몽골에서 진행된 청소년 해외봉사 활동팀. 사진 김서영 학생 제공.
지난 7월 23일부터 29일까지 몽골에서 진행된 청소년 해외봉사 활동팀. 사진 김서영 학생 제공.

청소년들은 봉사를 통해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며 자신의 재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기쁨을 얻는다. 학교에서도 다양한 봉사활동 참여를 권하고 봉사점수를 부여한다. 하지만 봉사의 진정한 의미는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세상을 배움터로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꿈을 찾는 과정을 갖고자 국내 첫 갭이어형 대안고등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를 선택한 18살 김서영 학생은 몽골 해외 봉사활동에 지원했다. 김서영 학생은 스스로 선택한 첫 봉사활동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다음은 김서영 학생의 해외봉사 체험기이다.

첫 해외 봉사활동, 몽골로 가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동기인 정찬훈, 백준호 학생과 자이승 전망대에 오른 김서영 학생(왼쪽). 사진 김서영 학생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동기인 정찬훈, 백준호 학생과 자이승 전망대에 오른 김서영 학생(왼쪽). 사진 김서영 학생 제공.

나는 지난 7월 23일부터 29일까지 6박 7일간 진행되는 몽골 해외 봉사활동 프로그램 ‘몽구르다’에 참여했다.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미지센터)에서 진행한 프로그램명인 ‘몽구르다’는 “사람이 두 발을 모아서 멀리 또는 높이 힘차게 뛰다”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예전부터 해외 봉사를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벤자민학교 선생님이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셨을 때 주저 없이 지원했다. 1차 서류 전형, 2차 면접까지 보고 최종 합격을 하였다.

6월 3일 발대식 날 프로그램 담당 선생님과 팀원들과의 첫 만남을 하고 6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봉사 준비를 시작하였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어 반에서 초등학교 4~6학년 정도의 청소년들에게 한국어와 함께 한국 문화를 알리는 교육 봉사를 하기로 했다. 총 13명의 한국 청소년 봉사자들이 3개의 팀을 이루어 팀별로 0교시부터 3교시까지의 수업을 기획하였다.

내가 속한 A팀은 0교시 한국 소개와 퀴즈, 1교시 미니 체육대회, 2교시 한국 전통악기 알아보고 케이팝에 맞춰 소고 연주하기, 3교시 한국의 만화 캐릭터를 배우고 나만의 아크릴 무드등 만들기로 구성하였다. 사전 준비기간 동안 팀원들과 온‧오프라인으로 만나 회의도 하고 교안 제작도 하면서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하였다.

몽골 초등학생이 배울 한국어 수업 기획, 무리한 준비에 출발에서 어려움 겪어

하지만 너무나 무리한 탓인지 출국 전날부터 컨디션이 나빠 한숨도 자지 못하고 몽골 울란바토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지 파견 첫날인 23일 정오경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 공항에 도착하였다. 우리가 5일간 묵게 될 숙소에 들러 방 배정을 받은 뒤 짐을 풀고 다음 일정을 위해 울란바토르 시내로 향했다. 블랙 버거에 들러 저녁을 먹고 시내 관광을 하려 했으나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이후 팀원들과 함께 수업에 사용할 빙고 판을 제작한 뒤 하루를 마무리했다.

몽골 학생들과 진행한 한국어, 한국문화 수업. 사진 김서영 학생 제공.
몽골 학생들과 진행한 한국어, 한국문화 수업. 사진 김서영 학생 제공.

24일, 교육 봉사를 진행할 7번 학교에 방문하여 수업 시간 통역을 도와줄 아미나와 빌구테 친구를 만났다. 자기 소개를 한 뒤 함께 현지식을 먹으며 친해졌고, 다음날 수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공유하였다. 또한, 우리 조는 이동수업이 많아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동선 체크는 필수였다.

학교에서의 수업 준비를 끝마친 뒤, 몽골 친구들과 함께 전날 기상악화로 인해 가지 못했던 자이승 전망대에 올라갔다. 높은 곳에 올라가 탁 트인 울란바토르의 전경과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에는 숙소에 들어가 팀원들과 함께 수업 시연도 하고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간식 봉투도 제작하며 최종 마무리를 했다.

실질적인 교육 봉사의 첫날인 내일이 기대되고,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떨리기도 해서 복잡한 심정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25일, 드디어 그동안 준비한 수업을 선보이는 첫날이었다. 다행히 그동안 조원들의 배려로 휴식을 취한 덕에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그래서 내가 담당하는 0교시는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1교시 체육과 2교시 음악 시간에 문제가 생겼다.

체육시간 꼬리잡기 게임 때 한 아이가 앞 친구의 어깨를 잡고 뛰다가 옷이 당겨져 목이 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음악 시간은 케이팝 곡 악보를 보고 소고를 따라 치는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아이들이 악보를 이해하지 못해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3교시에는 다행히 아이들이 무드등 만들기 활동에 집중해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설명도 잘 들어주고 각종 게임에 열심히 참여해 주어 너무나 고맙고 뿌듯했다.

칭기즈칸 문화체험 공원 방문. 사진 김서영 학생 제공.
칭기즈칸 문화체험 공원 방문. 사진 김서영 학생 제공.

예상 밖의 시행착오 끊임없이 수정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26일, 회의를 통해 전날 부족했던 점들을 수정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다. 부상 사고가 발생하였던 꼬리잡기를 단체줄넘기로 바꾸고, 음악 시간에는 악보를 생략하고 선생님을 보며 따라서 연주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이렇듯 한 차례 수정을 진행했음에도 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운동을 잘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이 단체 줄넘기를 전혀 넘지 못했다. 선생님들도 당황하여 진행이 잘되지 않으니 넘는 애들만 계속 넘고 나머지 아이들은 반대편에서 친구들끼리 농구를 하거나 수다를 떠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다시 보완해야 했다.

그래도 다른 수업들은 첫날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아이들이 0교시에 내가 진행한 빙고 게임에 굉장히 열정적으로 참여해 무척 기뻤다. 100장이 넘는 빙고 카드를 자르고 코팅하고 또 자르고를 반복했던 나와 우리 팀원들의 노력이 전혀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고, 함께 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통역을 도와준 몽골 친구들과 함께 칭기즈칸 문화체험 공원에 방문했다. 초원과 게르가 있는 아름다운 공원에서 각자 또 같이 사진을 촬영하고, 게르 식당에서 몽골 전통 음식인 보즈와 호쇼르 그리고 양고기를 먹었다.

몽골의 대자연에서 전통문화 체험, 몽골 학생들과 아쉬운 이별

27일, 마지막 수업 날이었다. 이제야 겨우 수업 진행에 익숙해져 여유도 생기고 아이들과 함께 즐기면서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벌써 마지막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너무나 아쉬웠다.

3교시가 끝나고 모든 진행진과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작별 인사를 하였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정이 많이 든 아이들이었기에 헤어짐이 쉽지 않았다. 같이 사진을 찍어 달라는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눈물을 터트리는 다른 청소년 봉사자와 몽골 학생들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눈시울이 뜨거웠다. 아이들이 보내주는 애정과 감사를 느끼며, 봉사를 하면서 내가 이들에게 나누어 준 것보다 내가 이들로부터 얻어가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의 초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김서영 학생. 사진 김서영 학생 제공.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의 초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김서영 학생. 사진 김서영 학생 제공.

28일은 그동안 고생한 우리에게 주어지는 꿀 같은 휴식의 날이었다. 칭기즈칸 마동상을 구경하고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말타기 체험을 했다. 잠도 일반 숙소가 아니라 게르촌에서 잤다. 나는 초원에 드러누워 책을 읽으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의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29일,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해 오후 1시 인천공항 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내게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 준 몽골을 뒤로하고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몽골 전통의 게르 숙박체험. 사진 김서영 학생 제공.
몽골 전통의 게르 숙박체험. 사진 김서영 학생 제공.

나 스스로 주도한 체험은 시작부터 달랐다

이번 일주일간 해외 봉사 체험을 통해 큰 성장을 이루었다. 예전에 일반 학교에 다니며 단지 시간을 채우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봉사를 해야 했을 때는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지도 몰라 힘들고 짜증만 났었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 봉사로 인한 보람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하여 떠난 해외 봉사라서 시작점이 달랐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교육 봉사 내용의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직접 구상하고, 더 나아가 몽골 청소년들의 일일 선생님이 되어 즐겁고 의미 있는 수업을 선물했다. 모든 것이 내 선택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시간이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나는 앞으로 봉사 할동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될 것이라 기대하며,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삶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