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은 지난 7월 7일부터 11박 12일 일정으로 172km 국토대장정을 했다. 사진 김채민 학생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은 지난 7월 7일부터 11박 12일 일정으로 172km 국토대장정을 했다. 사진 김채민 학생 제공.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날씨에도 세상을 교실 삼아 한계를 넘어 도전하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갭이어 과정 중에 있는 청소년들은 결코 남에게 배워서 얻지 못하는 경험을 쌓았다.

국내 첫 완전자유학년제 대안 고등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지난 7월 7일부터 18일까지 11박 12일 동안 동해 삼화역을 출발해 강릉과 속초, 고성을 거쳐 통일전망대까지 172km를 걸었다. ‘사이좋게 이루자, 다 함께!’ 첫 글자를 따 ‘사이다 국토대장정’이라 명명한 프로젝트에 참가한 청소년들의 성장담을 들어본다. 다음은 벤자민학교 서울학습관 김채민(19) 학생의 체험기이다.

"남들보다 힘이 약할지언정 나는 완주해 낼 수 있는 멋진 사람이야!"

나는 늘 내가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감기에 쉽게 걸리고 힘도 약하고 체력도 좋지 않았다. ‘사이다 국토대장정(이하 사이다)’ 인원을 모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하고는 싶지만 완주하지 못할 것 같아서 지원을 미루다가 문득 ‘이런 내 생각을 깨야겠다’는 결심으로 늦게나마 지원했다.

국토대장정 3일차 동해역에 도착한 학생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국토대장정 3일차 동해역에 도착한 학생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진지하게 걷는 친구들, 진심을 다해 도와주는 선생님을 보면서 점점 나도 꼭 해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래서 끝까지 해 보자고 결심했지만, 막상 너무나 힘들 때면 금방 그 결심이 꺾이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특히 4일 차에 가장 무릎이 아팠다. 약을 먹고 무릎보호대를 차고 절뚝이며 걸었는데, 아픈 내가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춰 걷고 행동해야 하는 게 갑자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누구나 다 각자의 힘듦이 있다고 하셨다. 무거운 가방 때문에 어깨가 아픈 친구도 있고, 발바닥 물집이 터져서 아픈 친구도 있을 텐데 다들 억울해하거나 포기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국토대장정을 하며 아프고 힘든 건 당연하고 이것을 이겨내려 도전한 것인데 나는 왜 아픈 걸 억울해하며 투정 부릴 생각만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다 국토대장정' 에 참가한 학생들이 걷다가 길에서 잠시 쉬는 모습.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사이다 국토대장정' 에 참가한 학생들이 걷다가 길에서 잠시 쉬는 모습.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그 순간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방법과 그 힘에 대해서 배운 것을 실제 체험하기로 했다. 힘이 들 때마다 힘든 것에 집중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이 정도는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반복적으로 나 자신에게 말해 주었다.

힘든 것에 집중하지 않다 보니 기적처럼 힘든 게 많이 줄었고, 그것이 점점 습관이 되고 익숙해지면서 나중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긍정적인 생각이 들게 되었다. 남들보다 힘이 약할지언정 나는 완주해 낼 수 있는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위) 하루 도보 행진을 마치고 텐트를 치는 김채민 학생. (아래 왼쪽) 주문진항 도착 (아래 오른쪽) 통일전망대 관람. 사진 김채민 학생 제공.
(위) 하루 도보 행진을 마치고 텐트를 치는 김채민 학생. (아래 왼쪽) 주문진항 도착 (아래 오른쪽) 통일전망대 관람. 사진 김채민 학생 제공.

한 번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보니 긍정적인 생각들이 계속해서 들었다. 오르막길이 나오면 오르막이 끝난 후 나올 내리막길이 기대되어 지치지 않았고, 어딘가 아파지면 아픔으로 인해 내가 성장할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 지치지 않았다.

비에 흠뻑 젖은 채로 걷다가 몇 시간 에어컨 바람을 쐬기도 하고, 추위에 떨면서 자기도 했지만 심한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해내고 싶다는 열정과 긍정적으로 생각한 덕분이다.

국토대장정 11일차 고성 바닷가에 도착한 참가자들. 맨 꼭대기에 김채민 학생이 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국토대장정 11일차 고성 바닷가에 도착한 참가자들. 맨 꼭대기에 김채민 학생이 있다.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사이다 국토대장정에 오기 전에는 항상 ‘나는 몸이 약하다’라며 한계를 지으니 도전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사이다를 통해 긍정으로 전환하는 연습과 경험들이 쌓였다. 나는 앞으로의 삶에서 어려움에 직면해도 긍정이 주는 마법 같은 힘을 잊지 않고 무엇이든 도전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