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던 지난 여름이었다. 어느새 높아진 하늘과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새로운 계절을 재촉한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공원에서 맨손체조나 걷기운동을 하는 어르신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공원’은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단학과 뇌교육, 국학을 처음으로 알린 곳이 바로 ‘공원’이기 때문이다.

43년 전, 모악산에서 목숨을 건 수행 끝에 한없는 고요와 평화 속의 ‘홀로 스스로 존재하는 영원한 생명’을 느꼈다. 그때 나는 ‘나는 누구인가’를 하늘에 물었고, 생명과 세상, 우주가 하나로 물결치는 강력한 앎을 경험했다.

내가 보고 체험한 것은 분명히 깨달음의 세계였다. ‘이것이 진짜인가, 아니면 환상에 불과한가. 전달할 수 없는 깨달음은 깨달음이 아니다.’ 내 가슴 속에서는 뜨거운 사자후가 꿈틀댔다. 하지만 막상 산에서 내려오니 세상은 내 마음 같지 않았다.

산에서 내려와 처음으로 한 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공원에 간 것이었다. 그곳에서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한 사람을 상대로 체조와 호흡법을 가르친 것이 단학과 뇌교육, 국학의 시작이었다. 그때 그 사람에게 한 말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신은 내게 아주 커다란 의미입니다. 당신은 지금 이 민족과 인류를 대신해서 내 앞에 서 있습니다.” 그 사람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에게는 이 길이 나와 민족과 인류를 살리는 길이라는 확신과 신념이 있었다. 그래서 중풍 환자 한 사람이 내게는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공원 회원의 수가 점점 늘어났다.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왔을 때는 공원 수련을 잠시 쉬어야만 했다. 그때 회원 중 한 사람이 자신의 건물 지하에서 수련을 계속해 주었으면 하는 부탁을 해 왔다. 그곳이 어찌 보면 나의 첫 센터였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선물한 파란색 운동복은 그 시절 나의 유니폼과도 같았다.

그렇게 한 길을 걸어온 지 어느덧 43년이다. 그동안 단학과 뇌교육은 전 세계로 알려졌고, 10개국 천여 개의 센터에서 한국 고유의 수련법과 K 스피릿을 전하고 있다. K 스피릿의 전당인 국학원이 설립되었고, 뇌교육 석박사 과정을 할 수 있는 대학교와 대학원, 연구원뿐 아니라 인성 영재를 길러내는 대안학교도 세워졌다.

공원 수련은 제자들과 회원들 덕에 전국으로 확산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이런 정신을 잇겠다는 외국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미국과 일본, 유럽 등지로도 확산하고 있다. 공원 수련은 이제 단순한 체조 동호회가 아니다. 지금은 '국학기공’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의 생활체육 정회원 단체가 되었다. 국내 5천여 개의 공원과 복지관 등지에서 함께하는 동호인은 20만 명이 넘는다.

공원 수련이 이렇게 성장하게 된 것은 ‘홍익의 기쁨’때문이다. 내가 해서 좋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일은 용기와 부지런함을 필요로 한다. 낯선 이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몸을 움직여 수련을 알려주다 보면 회원보다 강사가 더 행복해진다. 책임감과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고, 나도 모르는 새에 웃는 얼굴이 된다. 이것이 바로 ‘홍익의 기쁨’이다. 그 기쁨을 알게 되면 더 나누고 싶어진다. 회원이 강사가 되고, 강사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공원학교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올가을에는 전국의 공원 강사와 회원들을 초대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K문화힐링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1호 공원 강사로서 공원 수련의 중심에는 ‘홍익’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강연 일정으로 외국에 나가는 일이 많다 보니 외국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느낄 때가 많다. 수년 전부터 한류 열풍이 불면서 K POP, K 드라마, K푸드 등이 유명해졌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보다 BTS 모교의 총장이라고 소개하면 외국인들이 집중을 더 잘한다. 그들은 K POP을 좋아하고, 따라 하지만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어떻게 이런 문화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한국인이 한국인답게, 한국이 어떤 나라이고,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 때 대한민국은 한류를 넘어 공생하는 인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인 ‘홍익’에 답이 있다. 국가와 이념, 시대를 넘어 이 시대의 정치, 문화, 사회, 경제, 종교 등에 꼭 필요한 정신이자 실천 방법이 ‘홍익’이다. ‘홍익’이 곧 인간과 세상을 살리는 ‘공생’이다.

K문화힐링페스티벌이 열리는 국학원과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는 국내 최대 높이의 지구를 든 국조 단군왕검 상과 역사 위인 상들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우리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보고, 듣고,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생 로드인 120계단을 오르다 보면 인생을 돌아보고 설계할 수 있다. 행사에는 공원 수련의 꽃인 국제국학기공대회와 K 힐링콘서트, 노래경연대회, K 명상컨퍼런스, K 힐링체험박람회 등이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다. 올가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국학원에서 누구나에게 있는 홍익의 마음과 가치를 찾아가기 바란다.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K 스피릿의 전당, 국학원에서 다 함께 모여 힘찬 목소리로 단전 치기를 하고, 기운을 타며 기공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국조 단군이 꿈꾸었던 홍익인간 이화세계는 우리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나는 오늘도 공원에서 공생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