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국학기공 솔밭동호회의 아침수련. 사진 강나리 기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국학기공 솔밭동호회의 아침수련. 사진 강나리 기자.

아침 6시 30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선선한 바람이 부는 솔숲 가운데 작은 앰프를 준비하고 삼삼오오 나무 그늘에서 서성이던 시민들이 국학기공 강사를 기다린다. 강사가 도착하자 “아이고!” 하는 반가운 탄성 소리와 함께 박수가 절로 나왔다.

정지형(53) 강사는 지난 14년간 일 년 사계절 언제든 아침 6시 40분이면 이곳에 서서 시민들을 만났다. 전통스포츠 생활체육 국학기공으로 활기차게 공원의 아침을 여는 솔밭동호회 소속 시민은 120명, 매일 나오는 사람이 교체되어도 60여 명씩 늘 함께한다.

지난 14년 간 진행된 국학기공 체조교실에 참가한 시민들. 솔밭동호회 정회원은 120명이다. 사진 강나리 기자.
지난 14년 간 진행된 국학기공 체조교실에 참가한 시민들. 솔밭동호회 정회원은 120명이다. 사진 강나리 기자.

시민들은 부드러운 동작부터 빠르고 강한 동작까지 온몸의 기혈순환을 돕는 다양한 기공 동작을 따라 하며 표정이 진지했다가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다가 하며 변화했다. 수련한 연차에 따라 발차기가 머리 위까지 올라가는 베테랑 회원이 있고, 뭔가 계속 쑥스러워하며 동작이 소극적인 새내기 회원들이 있어 실력도, 연령대도 다양하다.

국학기공 체조를 하는 회원들의 연령도 실력도 다양하다. 사진 강나리 기자.
국학기공 체조를 하는 회원들의 연령도 실력도 다양하다. 사진 강나리 기자.

점점 아침햇살이 점점 강하게 쏟아지고 새들이 창공을 날며 신선한 공기가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회원들의 얼굴은 스며 나오는 땀방울에 젖고 햇살이 비춰 더없이 밝아졌다.

전통스포츠 생활체육 국학기공 체조를 하는 회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사진 강나리 기자.
전통스포츠 생활체육 국학기공 체조를 하는 회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사진 강나리 기자.
지난 9월 23일 토요일 아침 수련을 마친 국학기공 솔밭동호회 회원들. 사진 강나리 기자.
지난 9월 23일 토요일 아침 수련을 마친 국학기공 솔밭동호회 회원들. 사진 강나리 기자.

올해 83세인 전효선 회원은 “이 체조가 그렇게 좋아요”라며 “13년 전에 뇌졸중에 걸린 적이 있어요. 돌이켜 보면 전조 증세가 있었는데 모르고 지나쳐 쓰러졌죠. 깨어나 보니 1년간 의식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국학기공 체조로 재활하면서 이렇게 건강해진 거예요”라고 솔밭동호회와 인연을 맺은 계기를 밝혔다.

국학기공 솔밭동호회 전효선 회원은 매일 아침 하는 운동으로 뇌졸중 후유증을 무사히 극복했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국학기공 솔밭동호회 전효선 회원은 매일 아침 하는 운동으로 뇌졸중 후유증을 무사히 극복했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그는 “처음 왔을 때 운동은 해야겠는데 뇌졸중 후유증으로 너무나 힘이 없어서 2cm 남짓한 이 턱을 못 넘었죠. 나와서 운동하는 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내가 저걸 하겠나?’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와서는 ‘할 수 있다. 한 번 해보라’고 자꾸 권했죠.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이 많지 않아도 매일 나왔더니 이렇게 건강해졌지 뭐예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전효선 회원은 현재 대구와 경기도 광주에 사는 자녀들이 모시고 싶어 한다. “난 운동해야 해서 여기 살아야 한다고 고집부렸어요. 우리 동호회가 있어 제일 고맙고 강사 선생님과 회장님이 진짜 고맙죠. 솔밭동호회가 나를 살렸어요.” 그는 정지형 강사에 대해 “선생님이 내 생명의 은인입니다. 정지형 선생님 최고예요”라고 엄지를 내보였다.

국학기공 솔밭동호회 유성열 회원. 세무사로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아침에 활기를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국학기공 솔밭동호회 유성열 회원. 세무사로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아침에 활기를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세무사로 현역에서 활동 중인 회원 유성열(70) 씨는 솔밭동호회에서 운동한 지 4년이 되었다. “그동안 이 공원에 수시로 나왔는데 나이가 들면서 꾸준하게 장기적으로 운동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국학기공 기체조를 하게 되었죠. 항상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는 아침에 운동을 한 날과 하지 않은 날 차이가 많다고 한다. “운동을 하면 몸이 가볍고 하루를 보내기가 편한데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찌뿌둥하죠. 워낙 머리를 쓰고 신경을 많이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이 운동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하여튼 내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계속할 겁니다.”

국학기공 솔밭동호회의 쾌활한 강미순 회원은
국학기공 솔밭동호회의 쾌활한 강미순 회원은 "매년 예쁜 기공복장으로 무대에 서서 공연할 수 있는 것도 매력 중 하나"라고 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2009년 초창기부터 14년째 솔밭동호회를 지키는 강미순(75) 회원은 “나도 시작할 때는 갑상선암 수술을 한 직후였어요. 운동을 하라고 해서 올림픽공원에서 걷다가 정지형 강사님을 봤죠. 갑상선 양쪽을 떼어내고 약을 먹을 때였는데 운동하면서 관리가 잘 되었어요. 발목도 너무나 아팠는데 운동한 이후로 이렇게 발목이 멀쩡합니다”라며 탄탄한 발목을 자랑했다.

그는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공원 안에서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불안정한데 우리 강사님은 14년간 그대로 지킵니다. 존경스럽죠”라며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