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망원초록길 광장에서 매일 아침 6시 브레인스포츠 국학기공 무료교실이 열린다. 사진 강나리 기자.
한강 망원초록길 광장에서 매일 아침 6시 브레인스포츠 국학기공 무료교실이 열린다. 사진 강나리 기자.

“괄약근, 조이고!”, “아랫배, 쏘옥!”, “어깨 힘, 빼고!”, “얼굴에, 미소!”

새벽 6시 서울 한강 망원초록길 광장에서 강사와 시민들이 주고받는 구령이 재밌다.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막힌 기혈을 풀어주는 국학기공 기체조로 아침을 여는 이들의 표정, 목소리에 활기가 넘친다.

기혈순환을 위해 온몸을 두드리고 늘이고 당기며 아랫배 하단전을 중심으로 오늘 하루의 배터리를 충전하듯 운기하는 체조, 연단, 호흡, 그리고 자연명상이 이어졌다. 마치 물 흐르듯 이끌면서 자기 자신의 몸 변화에 집중하도록 하고 한 사람 한 사람 상태를 점검하는 강사의 관심이 정성스럽다.

한강과 공원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맑은 공기 속에서 기체조를 하는 시민들. 사진 강나리 기자.
한강과 공원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맑은 공기 속에서 기체조를 하는 시민들. 사진 강나리 기자.
브레인트레이너 국학기공 강사인 신혜영 씨를 따라 기체조를 하는 시민들. 사진 강나리 기자.
브레인트레이너 국학기공 강사인 신혜영 씨를 따라 기체조를 하는 시민들. 사진 강나리 기자.

체조 도중 평소처럼 굳어진 회원들의 얼굴에 강사가 “얼굴에 미소가 없어졌어요. 괄약근이 다 풀어졌어요. 아랫배가 풍풍 나와버렸어”라고 코믹하게 노래하니 “와~하하하~” 폭소가 쏟아졌고 곧바로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고 몰입했다.

그들의 활기에 끌려 멀리서 가만히 따라 하는 시민을 발견한 한 회원이 “같이 해요”라고 부르니 주춤주춤 합류했다. 잠시 후에는 주변을 빠른 걸음으로 걷던 한 시민이 친구를 회원들 사이에 밀어 넣고 가기도 했다. 나중에 상황을 물으니 이른 아침 출근하는 가족의 식사준비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하는 걸 아쉬워하는 분인데 친구라도 먼저 하라고 그런 것이라 한다.

신혜영 국학기공 강사가 한 사람 한 사람 점검하며 지도하는 사이 회원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사진 강나리 기자.
신혜영 국학기공 강사가 한 사람 한 사람 점검하며 지도하는 사이 회원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사진 강나리 기자.

브레인트레이너 국학기공 강사인 신혜영 씨가 브레인스포츠 국학기공 무료교실을 개설한 지 5주 만에 정기적으로 나오는 회원은 68명.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진행하는데 특정 요일에만 나오거나 황혼 육아 등 사정으로 번갈아 결석해도 매일 아침 모이는 인원은 35명 내외이다.

신혜영 강사는 기체조 동작을 왜 하는지, 지금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무엇인지 전문적인 건강정보를 이해하기 쉽도록 노련하게 전했다. 거기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사랑하도록 들려주는 긍정의 메시지가 더해졌다.

회원 장남희(64) 씨는 “여기 오면 매일 웃게 됩니다. 하루가 정말 즐겁게 시작되니까 행복하죠”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6월 17일 한강 망원초록길 광장에서 아침공원 수련에 참가한 시민들과 신혜영 국학기공 강사. 사진 강나리 기자.
지난 6월 17일 한강 망원초록길 광장에서 아침공원 수련에 참가한 시민들과 신혜영 국학기공 강사. 사진 강나리 기자.

내 건강을 위한 신의 한수, 아침공원 국학기공 무료교실

벌써 공원 회원들은 서로 안부를 다 알고 있을 만큼 가까워져 작은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반장을 맡은 이는 식당을 경영하는 회원 박종선(71세) 씨로 “오늘이 34일째에요. 강사님이 수련지도하고 4일째부터 함께하게 되었죠”라고 했다.

그동안 몸의 변화에 관해서 “아랫배를 두드릴 때 똑같이 두드렸는데 안 좋은 오른쪽에 엄청나게 멍이 막 솟아 나왔어요. 왼쪽은 멀쩡한데 말이죠. 제 몸을 잘 알게 되었어요”라며 “전에는 힘이 없어서 허리가 나도 모르게 굽었는데 요즘은 괄약근을 조이고 걸음을 걷는 게 버릇이 되서 자세가 반듯해졌어요. 힘이 생기니 생기가 넘치죠”라고 했다.

(왼쪽부터) 회원 장남희 씨, 첫 회원인 박미선 씨, 신혜영 국학기공 강사, 반장 박종선 씨. 사진 강나리 기자.
(왼쪽부터) 회원 장남희 씨, 첫 회원인 박미선 씨, 신혜영 국학기공 강사, 반장 박종선 씨. 사진 강나리 기자.

첫 회원 박미선(65세) 씨도 “일상에서 저도 모르게 ‘괄약근 조이고, 아랫배 쏘옥, 얼굴에 미소’ 하는 강사님 멘트가 머릿속에 맴도니까 생활습관이 되었어요”라고 공감을 표했다.

그는 “우연히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공원에 나왔다가 참여했어요. 쑥스러워서 쭈뼛거리는데 강사님이 ‘어서 오세요’라고 다정하게 부르더군요. 그 목소리에 끌려서 왔는데 그게 제게는 ‘신의 한수’였습니다.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했다.

박미선 씨는 “불면증 때문에 고생했는데 거의 다 나은 것 같아요. 체중도 3kg 감소했는데 체지방이 많이 줄었고 아랫배도 들어가고”라며 “너무나 좋으니까 저도 강사님처럼 건강 전도사가 되고 싶은 거예요. 힘든 분을 보면 안타깝더라고요”라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이날 드물게 남자회원이 있었다. 오랫동안 여의도에서 일했기 때문에 ‘여의’에 구슬‘주珠’를 붙여 필명을 지었다는 여의주(69세) 작가는 아침공원 수련에 참가한 지 3주 정도 되었다고 한다.

아침공원 회원인 여의주 작가는 "유연성이 좋아지고 기량을 되찾아 어제 테니스 경기에서 4전 3승을 했다"고 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아침공원 회원인 여의주 작가는 "유연성이 좋아지고 기량을 되찾아 어제 테니스 경기에서 4전 3승을 했다"고 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여의주 작가는 “평소 테니스를 좋아해서 많이 하는 편인데 나이가 드니 어쩔 수 없이 관절에 이상이 느껴지고 기량이 떨어지더군요. 그런데 여기 와서 체조를 시작하면서 기량도 다시 찾고 힘이 나서 어제는 4전 3승의 기록을 세웠죠”라며 껄껄 웃었다.

그가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유연성이라고 했다. “점점 몸이 굳어지고 어쩌다 아파서 한의원을 가면 등이 굽어지니 스트레칭을 많이 하라고 하대요. 스트레칭 자체가 몸의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건데 기체조가 스트레칭 중에서도 가장 좋은 스트레칭인 것 같아 선뜻 참여했어요. 이게 최적의 운동 아닙니까?”

여 작가는 정년퇴직 후 글을 쓰고 있는데 2019년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지원사 자격을 취득해 그와 관련된 일을 조금씩 하고 있다.

그는 “가족 중에 그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 시작했죠. 그리고 금융‧투자 계통에서 오래 일했지만, 퇴직 후에는 그런 일만 할 게 아니라 제가 가진 조그마한 힘이라도 사회에 보탬이 되었으면 해서 자격증도 땄습니다”라며 “그런 면에서 신혜영 강사님이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강사님이 워낙 열심히 지도해주니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죠. 아침에 공원에서 사람들을 환영해 주는 점도 너무나 좋습니다”라며 “앞으로 모임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한강 망원초록길을 달려온다는 신혜영 강사는 자신과 같은 건강지킴이가 많이 나올 것 같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매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한강 망원초록길을 달려온다는 신혜영 강사는 자신과 같은 건강지킴이가 많이 나올 것 같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신혜영 국학기공 강사는 “제 건강루틴으로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명상을 하는데 그때마다 저와 만나는 한 분 한 분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너무나 설레는 마음으로 공원에 나가죠. 그 마음이 회원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전국에서 수많은 공원 무료교실이 운영되고 있고 강사들이 일상에서 스스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활약하고 있죠”라며 “제게는 저와 같은 사람을 많이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벌써 몇몇 분은 저를 대신해서 지도할 만큼 역량이 커졌어요. 며칠 후 일주일간 미국 출장을 가야 하는데 안심하고 다녀올 수 있겠네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혜영 강사는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 망원초록길 광장에서 오전 6시와 저녁 8시에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