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수수파보리가 1930년대 대중문화를 연극 무대로 불러왔다. 오는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성아트홀 1관에서 공연하는 연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1930년대 통속소설의 대표 작가인 김말봉(1901~1961)의 생애와 작품을 그린 작품이다. 1930년대에 스스로 ‘통속소설 작가’로 지칭하며 대중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소설가 김말봉의 생애와 그의 소설 <고행>, 《찔레꽃》, 《화려한 지옥》을 ‘1930년대 스타일’로 풀어냈다.

연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김말봉의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1930년대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당대의 동요, 만요(코믹송), 신민요, 가요 등이 작품 곳곳에 배치된다. 특히 국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며 한국적 정서를 기반으로 동시대와 호흡하고 있는 음악그룹 ‘더튠’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며 극의 분위기를 더한다.

김말봉과 그의 소설을 소개하는 해설자들은 당시 무성영화의 변사이면서 동시에 언어유희가 전문인 만담가이다. 변사처럼 인물과 사건을 설명하면서도 두 사람이 주고받는 티키타카는 만담의 찰떡같은 호흡을 보여준다. 거기에 당대 사진 자료들을 활용한 영상과 애니메이션은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포스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포스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연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김말봉의 소설 세 편을 연극적으로 요약한다. 이 연극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작품인 <고행>은 1935년에 발표된 단편으로, 아내 몰래 다른 여성을 만나는 남편의 고행에 관한 이야기다. 바람피우는 남편이 아내에게 들킬 위험에 처해 벽장 속으로 들어가고, 그것이 발각될 아슬아슬한 상황이 스릴 넘치게 묘사된다.

두 번째 《찔레꽃》은 1937년 3월 3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조선일보』에 129회 연재된 김말봉의 장편소설로 당대 신문소설의 열풍을 일으켰다. K-드라마의 시초격인 이 작품은 1930년대 청춘남녀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로, 고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린다.

세 번째 작품은 광복 이후 일제의 잔재인 공창제도 폐지를 위해 집필한 <화려한 지옥>(1951년)이다. 기생 오채옥의 여성 수난사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광복 이후 가장 문제적이었던 ‘여성들의 사회적 비극’을 무대로 소환한다.

김말봉은 1930년대에는 걸출한 소설가였고 광복 후에는 여성운동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러나 '통속소설'과 '여류'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한국문학사에서는 그 자취가 희미했다.

연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선명하게 존재했으나 지워졌던 김말봉과 그 대표작을 1930년대 대중문화의 분위기 속에서 연극적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극단 수수파보리의 정안나 대표가 김말봉의 생애와 대표작을 중심으로 대본을 창작하고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연극계 최고 권위의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한 남명렬 배우가 합류하여 이전과는 다른 질감의 가볍고 코믹한 연기로 즐거움을 준다. 김말봉을 닮은 이한희 배우가 억센 경상도 억양으로 순수 귀신을 일갈하는 김말봉으로 열연을 펼치며, 김정환과 김하진 배우는 만담꾼 해설자로서 극이 진행되는 내내 재미를 돋운다. 김영선, 신정은, 이진철, 안병찬, 이세희, 김단경 배우는 각 소설마다 여러 역할을 넘나들며 흥미진진한 연기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