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n Are Heroes, Action in Favela Morro da Providencia, Favela by day, Rio de Janeiro, Color lithograph, 2008.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Women Are Heroes, Action in Favela Morro da Providencia, Favela by day, Rio de Janeiro, Color lithograph, 2008.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도시의 건물과 거리를 캔버스와 갤러리 삼아 활동해온, 프랑스 출신 세계적인 사진작가 제이알(JR)의 지난 20년간의 행보를 조망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롯데뮤지엄은 제이알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제이알: 크로니클스 JR : CHRONICLES》를 5월 3일 개막했다.

 예술활동 20년을 조망하는 제이알 연대기라 할 수 있는 이번 전시에 사진 작품과 영상, 아나모포시스(왜상, anamorphosis), 휘트 페이스트 업(wheat paste-up, 콜라주처럼 이미지를 잘라 붙인 작품) 등 140여 점을 선보였다. 작품 중 서울 전시를 위해 작가가 작업한 롯데뮤지엄 안에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나모포시스 작품도 볼 수 있다.

Generation, Braquage, Ladj Ly, Wheat-pasted posters, 2004.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Generation, Braquage, Ladj Ly, Wheat-pasted posters, 2004.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전시는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1. 거리 전시회 EXPO 2 RUE (2001-2004) 2. 세대의 초상 PORTRAIT OF A GENERATION (2004-2006)  3.브라카쥐, 래드 리 Braquage, Ladj Ly (2004) 4. 페이스 투 페이스 FACE 2 FACE (2006-2007) 5. 도시의 주름 THE WRINKLES OF THE CITY (2008-2015) 6. 여성은 영웅이다 WOMEN ARE HEROES (2008-2010) 7. 카사 아마렐라 Casa Amarela (2009) 8. 샌프란시스코 연대기 THE CHRONICLES OF SAN FRANCISCO (2018) 9. 클리시-몽페르메유 연대기 THE CHRONICLES OF CLICHY-MONTFERMEIL (2017) 10. 총기 연대기: 미국의 이야기 THE GUN CHRONICLES: A STORY OF AMERICA (2018) 11. 뉴욕 연대기 THE CHRONICLES OF NEW YORK CITY (2019) 12. 무제, 아나모포시스, 서울 UNTITLED, ANAMORPHOSIS, SEOUL (2023) 13.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1- ) 14. 키키토 KIKITO (2017) 15. 루브르에서 그리고 거대한 피라미드의 비밀 16. 테하차피 Tehachapi (2019).

Tehachapi, Daytime, U.S.A., 2019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Tehachapi, Daytime, U.S.A., 2019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이 가운데 <무제, 아나모포시스, 서울 Untitled, Anamorphosis, Seoul>은 제이알이 이번 서울에서의 전시를 기념하여 국내 최초로 롯데뮤지엄 공간에 맞춰 새롭게 선보이는 작업이다. 이 공간은 마치 균열을 통해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환상을 느끼게 한다. 제이알은 건물의 내부와 외부를 넘나들며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여주고, 공간과 경계를 활용하여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세계를 구축한다.

제이알은 1983년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동유럽과 튀니지 이민자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거리에서 그래피티 작업을 하던 제이알은 2000년 지하철에서 우연히 습득한 카메라로 동료들의 활동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건물 외벽에 인쇄한 이미지를 부착하고 프레임을 씌워 전시장의 작품처럼 선보인 《거리 전시회》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다수의 대중과 소통하고자 한 제이알의 초기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세대의 초상 Portrait of Generation, Araba, Installation image. Wheat-pasted poster on building, Gelatin silver photogragh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세대의 초상 Portrait of Generation, Araba, Installation image. Wheat-pasted poster on building, Gelatin silver photogragh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이어서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 《세대의 초상》은 제이알이 처음 인물 초상 작업을 시작한 작품으로, 편향된 미디어로 인해 사회의 위협적인 존재로 왜곡된 지역사회와 구성원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세대의 초상》을 계기로 제이알은 대형 초상사진을 공공장소에 부착하는 프로젝트를 계속 지속적으로 해나갔다.

사상 최대 규모 불법 사진전으로 알려진 《페이스 투 페이스》 프로젝트는 다양한 직종의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의 대형 초상을 국경 지역 곳곳에 부착하여 전시해, 이들이 각각 어떤 지역의 사람인지 시각적으로 분간이 어려움을 보여주면서 같은 인간으로의 유대감과 두 지역을 갈라놓은 벽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페이스 투 페이스 Face 2 Face, Loya, Farmer, Gelatin silver photograph, 2007.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페이스 투 페이스 Face 2 Face, Loya, Farmer, Gelatin silver photograph, 2007.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도시의 주름》 프로젝트에서 도시의 역사를 함께한 노인들의 초상을 전시해 급격한 발전과 현대화로 대두되는 사회문제를 대면하게 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제이알은 소외된 도시 곳곳에《여성은 영웅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제이알은 여성들의 눈과 얼굴을 크게 확대해 다른 지역에서도 보이도록 연출하였다. 여성들이 겪은 이야기를 숨기거나 각색 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해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 권리를 되찾고 자신의 삶에 대해 재사유할 수 있게 유도하고 기회를 부여했다. 이러한 관점은 2011년부터 전세계 149개국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한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클리시-몽페르메유 연대기. The Chronicles of Clichy-Montfermeil, Duratrans prints, plexiglass sheets, 2017.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클리시-몽페르메유 연대기. The Chronicles of Clichy-Montfermeil, Duratrans prints, plexiglass sheets, 2017.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마지막으로《연대기》프로젝트는 2017년 클리시-몽페르메유에서 부터 시작해 2018년 샌프란시스코, 2019년 뉴욕까지 이어진다. 《연대기》 시리즈는 지금까지 모든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작품으로, 한 프레임 안에 다양한 인물이 존재한다. 수많은 인물사진을 콜라주 한 작품들은 과거와 현재를 잇고 다양한 인물의 개인 관점과 경험을 담아 구성원들의 고유한 개별적 존재로의 인식을 조명하고 있다.

"나는 예술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장소에 예술을 선보이고 싶다. 그 곳의 사람들과 함께 엄청난 프로젝트를 벌이고, 그들이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싶다." – 제이알

제이알 JR (French, born 1983). JR portrait, 2019.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제이알 JR (French, born 1983). JR portrait, 2019. © JR-ART.NET. 사진 롯데뮤지엄

 

제이알은 ‘예술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대변해 시대의 편견과 맞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이끌며 사회 전체의 변화를 예술을 통해 실천하고 있다. 또한 현대의 발전된 소셜미디어를 통한 상호작용은 제이알의 아트 프로젝트가 공공 예술로서 지니는 의미를 더욱 확장한다. 

롯데뮤지엄은 "이번 《제이알: 크로니클스》전은 국경을 넘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동시대의 주요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대화를 이끌어내는 장이자, 제이알의 독창적인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알: 크로니클스》전은 롯데뮤지엄(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300 롯데월드타워7층/에비누엘6층)에서 8월 6일까지 열린다.